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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SPORT

[2014 F1] 9차전 영국 GP 결선 레이스 - 해밀턴 우승, 로스버그는 DNF!





 2014 FIA 포뮬러 원 시즌 9차전 영국 GP 레이스가 한국시간으로 6일 21시에 열렸다. 우려하던 비는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비가 내렸을 때에 못지 않은 드라마틱한 레이스였다. 결과만 봐도 보통의 전개가 아니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예선에서 오판을 내려 좌절감에 빠졌던 메르세데스의 루이스 해밀턴이 2008년에 이어 커리어 두 번째로 모국 영국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윌리암스의 발테리 보타스가 2위, 레드불의 다니엘 리카르도가 3위를 해 올해에만 네 번째 시상대에 올랐다. 폴 시터 니코 로스버그는 리타이어했다.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한 비로 인해 파란만장한 전개가 되었던 예선에서 페라리와 윌리암스 드라이버들이 모두 Q1에서 탈락해버렸다. 이 결과, 페르난도 알론소는 16위, 키미 라이코넨은 18위, 그리고 윌리암스의 발테리 보타스와 펠리페 마사는 각각 14위와 15위에서 레이스를 출발했다.


 그러나 페라리와 윌리암스의 시련은 일요일에도 계속되었다. 보타스가 두 경기 연속 시상대에 올라 F1 팬들 앞에서 멋스런 마티니 오버롤을 뽐냈으나, 레이스를 1시간 가까이 중단시킨 오프닝 랩 사고에 펠리페 마사가 연루돼 한 대의 머신은 리타이어했다.


 이 사고는 키미 라이코넨이 일으켰다. 예선 뒤 레이스 만큼은 기대했던 라이코넨은 웰링턴(Wellington) 스트레이트 앞 5번째 코너를 빠져나오다 트랙을 완전히 벗어났다, 가능한 속도를 줄이지 않고 포장된 이스케이프 존을 통과해 트랙으로 돌아오려다 잔디에서 범프를 만나 튕겨 올라 완전히 통제력을 잃고 가드레일에 충돌, 반대편 가드레일쪽으로 튕겨나가 다시 충돌했다. 1차적으로 가드레일에 충돌해 튕겨나가는 도중에 펠리페 마사의 머신과도 충돌해 'F14 T'는 완전히 대파되었다.


 마사(윌리암스)는 라이코넨보다 앞에서 출발했었다. 그러나 스타팅 그리드를 기어서 출발해 맨 뒤로 쳐져버렸고, 마사는 사고 장면을 보고 반사적인 회피 동작을 취했지만 미끄러지며 페라리 머신에 충돌하고 말았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형체의 머신을 이끌고 마사는 가까스로 귀환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200번째 그랑프리를 거기서 멈춰야했다.


 라이코넨은 곧바로 메르세데스-벤츠 메디컬 카에 실려 상태를 진단 받으러 갔다. 그리고 페라리 대변인의 입을 통해 발목과 무릎 타박상만 있고 괜찮다는 말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페라리 대변인의 이 말이 나온건 거의 레이스가 중단되고 30분 정도 흐른 뒤였지만, 그때까지 레이스는 재개되지 않았다. 라이코넨의 충돌로 망가진 가드레일을 수리하느라 거의 1시간 가까이 레이스가 중단돼 (한국시간) 22시 5분에서야 실버스톤 서킷에 다시 수줍음 많은 V6 터보 엔진의 사운드가 울렸다.


 폴 포지션에서 출발했던 니코 로스버그(메르세데스)는 선두에서 19랩에 팀 동료 해밀턴보다 먼저 피트인했다. 이때 해밀턴은 2위를 달리고 있었다. 처음에 6위에서 출발했었지만, 로스버그와 나란히 출발해 젠슨 버튼, 케빈 마그누센 두 멕라렌 드라이버에게 턴1을 지나기도 전에 추월당했던 베텔(레드불)을 시작으로 거침없이 추월해 로스버그 뒤로 따라 붙었고, 로스버그가 첫 번째 피트스톱을 위해 트랙에서 물러나자 선두가 되었다.


 해밀턴에게 있어 이 순간은 모나코 GP 이후 반전된 분위기를 다시 자신에게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피트스톱 타이밍을 한참을 늦추다 페이스가 조금 떨어진 것을 느끼고 24랩 마지막에야 피트인한 해밀턴은 로스버그와의 순위를 바꾸는데 실패했다. 좌측 뒷바퀴를 갈던 도중 약간의 지체가 있기도 했다.


 해밀턴은 전혀 뜻밖의 상황에서 로스버그에게서 선두를 넘겨받았다. 해밀턴이 피트인하기 전에 이미 기어박스의 다운시프트 문제를 무전으로 호소했던 로스버그가 완전히 주행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다. 로스버그는 해밀턴이 피트를 들렀다 나온 직후 천천히 서행하더니 결국 트랙 밖에 멈춰서버렸고, 그렇게 시즌 처음으로 리타이어했다.


 해밀턴은 이때 2위 드라이버에 40초나 앞서 있었고, 마지막 순간에는 30초나 먼저 체커기를 받았다. 해밀턴은 포메이션 랩 전부터 오른쪽 뒷 브레이크가 과열돼 긴급 수리를 받으며 불안함을 나타냈었지만, 정작 좌절에 휩싸인 건 로스버그였다.


 로스버그가 리타이어한 시기, 해밀턴과 2위 베텔(레드불)의 상황과는 달리 베텔과 3위 보타스(윌리암스) 사이에는 간격이 별로 벌어져있지 않았다. 보타스는 곧 행거 스트레이트에서 베텔을 추월하고 2위로 순위를 올려, 디펜딩 챔피언이 34랩에 두 번째 피트스톱을 하게 만들었다. (행거 스트레이트는 5.891km 길이의 실버스톤 서킷에 설정된 두 곳의 DRS 구간 중 하나. 턴5와 턴6 사이 웰링턴(Wellington) 스트레이트와 함께 턴14와 턴15 사이 행거(Hangar) 스트레이트가 DRS 구간이었다.)


 베텔은 새 미디엄 컴파운드 타이어로 갈아 신고 피트레인을 빠져나와 곧바로 알론소로부터 추격을 받기 시작했다. 시속 280km에 이르는 속도로 통과하는 콥스(Copse) 커브에서 알론소는 베텔의 머신 프론트 윙을 스치듯이 지나치며 바깥쪽에서 추월했다. 이것으로 알론소의 순위가 5위가 되었지만, 새 타이어의 온도가 적정 수준까지 상승하자 베텔은 스페인인이 모는 페라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첫 번째 DRS 구간인 웰링턴 스트레이트 끝에서 베텔이 먼저 코너 입구에 머신의 노즈를 밀어넣었다. 하지만 안쪽 공간을 잡은 알론소가 뒤로 물러나지 않고 곧바로 방어에 들어가 포지션을 지켜냈다.


 48랩에 베텔이 다시 첫 번째 DRS 구간 끝에서 추월을 시도했다. 이번에도 알론소가 능숙하게 방어 동작을 취해 순위가 바뀌지 않을 듯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서로 사이드-바이-사이드 상태로 턴7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턴9 콥스 커브를 향해 뻗은 스트레이트에서 페라리와 레드불 머신은 서로 바퀴를 겹친 상태에서 불과 몇 센티미터의 간격을 유지한 채 충돌 직전의 신경전을 벌였고, 콥스 커브 전 알론소가 먼저 스로틀을 놓으면서 5위 포지션은 베텔의 것이 되었다.


 26랩에 알론소(페라리)는 5초 스톱 앤 고 패널티를 이행하기 위해 피트에 들어가 4위에서 9위로 쳐졌다. 알론소가 패널티를 받은 건 맨 처음 레이스를 출발할 때 그리드 슬롯을 절반 정도 넘어서 버린 것 때문이었다.


레이스 결과


2014 F1 9차전 영국 GP 챔피언쉽 포인트
1 니코 로스버그1651메르세데스326
2 루이스 해밀턴1612레드불168
3 다니엘 리카르도983페라리106
4 페르난도 알론소874▲윌리암스103
5 ▲발테리 보타스735▼포스인디아91
6 ▼세바스찬 베텔706멕라렌90
7 ▼니코 훌켄버그637토로 로소15
8 젠슨 버튼558로터스8
9 ▲케빈 마그누센359마루시아2
10 ▼펠리페 마사3010자우바0

 모나코에서 4연승이 끊기고 캐나다에서는 리타이어해 루이스 해밀턴은 팀 동료 니코 로스버그와의 타이틀 경쟁에 있어 완전히 승기를 빼앗긴 듯 보였다. 그러나 이번 모국 그랑프리에서 거둔 시즌 5번째 우승으로, 리타이어한 팀 동료 니코 로스버그가 쥐고 있는 드라이버 챔피언쉽 선두에 단숨에 4점 차로 바짝 다가섰다. 한 경기만에 25점을 줄였다.


 메르세데스 엔진 팀 윌리암스의 24세 핀란드인 드라이버 발테리 보타스가 해밀턴이 체커기를 받고 30초 뒤 2위로 피니쉬 라인을 통과했다. 예선 Q1에서 탈락해 17위로 출발했던 그는 3위를 한 오스트리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포디엄 피니쉬를 달성했다. 그리고 레드불의 다니엘 리카르도가 3위로 들어왔다.


 캐나다에 이어 시즌 두 번째로 멕라렌의 젠슨 버튼이 시상대를 바로 앞에 둔 4위를 했다. 세바스찬 베텔(레드불)이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 앞 5위로 들어왔고, 케빈 마그누센(멕라렌)이 7위, 니코 훌켄버그(포스인디아)가 8위로 들어왔다. 그리고 대닐 키바트와 장-에릭 베르뉴 두 토로 로소 드라이버가 챔피언쉽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두 순위를 차지해 더블 포인트 달성에 성공했다.


 이번 레이스가 드라마틱하게 전개된 뒷면에 스튜어드를 바쁘게 만든 몇 가지 장면들이 있어서, 레이스 결과가 약간 바뀔 수 있다.

 

 이제 포뮬러 원은 2주 뒤 독일로 향해 시즌 10차전 경기를 치른다. 이번 영국 GP가 루이스 해밀턴에게 모국 그랑프리였다면 시즌 10차전 독일 GP는 니코 로스버그에게 모국 그랑프리다. 독일 GP 결선 레이스는 이번 영국 GP와 마찬가지로 21시에 시작된다.


photo. Formul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