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지 로버가 더 작아졌다. 역대 가장 효율적이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고풍스러운 고급감과 저명한 오프로드 정신을 잃은 건 아니다. 랜드로버는 이 신모델을 ‘이보크’라 부른다.
본네트와 루프를 알루미늄으로, 테일게이트와 프론트 휀더를 플라스틱으로 제작해 이전까지 레인지 로버 라인업에서 가장 작았던 ‘프리랜더’보다 100kg이나 가벼운 1,640kg으로 완성했다. 바디 타입은 3도어와 5도어 두 가지. SUV라는 칭호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 골프보다 16mm 밖에 길지 않은 전장은 도어 수가 3개든 5개든 변함이 없지만 헤드룸은 3도어에서 30mm 낮아진다.
우뚝 솟은 어깨와 낮은 루프에 눌린 얇은 윈도우에도 실내에서는 생각보다 갑갑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풀 사이즈 파노라믹 루프를 장착하면 개방감이 배가된다는 설명은 굳이 필요 없다. 그렇지만 옵션 장착이라는 설명은 필요할지 모르겠다. 높이를 제외한다면 길이, 폭, 휠 베이스에 차이가 없는 3도어 모델의 뒷좌석에서도 성인이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무시하기 힘든 단점이 있다.
라이벌들 앞에서 ‘이보크’의 인테리어는 그렇게 돋보이지 않는다. 별다른 기교가 없는 대시보드 디자인이 특히 그런데, 그렇다고 컨셉트 카와의 연결고리 중 하나인 짧고 굵은 알루미늄 센터 콘솔, 번들거리는 버튼과 다이얼, 화려한 조명 장식이 가미된 대시보드에서 구식의 느낌이 들지는 않아, 굳이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인상을 찌푸릴 일도 없다. 3가지 헤드라이너 색상과 2가지 목재 베니어 등 16가지 맞춤형 디자인도 가능하다. 시트 포지션은 너무 높지도 그렇다고 낮지도 않은 이상적인 위치. ‘이보크’는 5도어 모델에서 BMW X3(1,600리터), 아우디 Q3(1,365리터)의 중간인 최대 1,445리터 적재용량을 제공한다.
최상급 모델 ‘Dynamic’에 Lux 패키지를 적용 구입하면 전동 테일게이트, 825W 메리디안(Meridian) 사운드 시스템, 운전석에서는 내비게이션을 동승석에서는 TV나 DVD를 볼 수 있는 8인치 듀얼 뷰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비좁은 도심에서 평행 주차를 돕는 파크 어시스트가 장비되고, 예고 없이 변하는 비포장 도로에 능숙하게 대응하는 다양한 주행 셋팅을 제공하는 터레인 리스폰스 시스템은 전 모델에 기본 장비된다.
‘이보크’는 고성능 스포츠 카가 아니기 때문에 급격한 코너링에서 언더스티어와 약간의 롤을 일으킨다. 하지만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날렵하게 코너를 그려나갈 수 있고, 정밀한 스티어링과 어댑티브 댐퍼의 지속적인 관심 속에 드라이빙의 즐거움 또한 찾을 수 있다.
기존 레인지 로버보다 고객층이 젊고 여성들에게 친근한 ‘이보크’의 영국내 판매가격은 2만 7,955파운드(약 4천 800만원)부터 시작된다. 가장 기본적인 모델에 8인치 디스플레이, 가죽 내장재가 적용되나 마치 종이 인형에 마음에 드는 옷을 입히듯 취향에 따른 선택의 폭이 다양해 키레스 엔트리, HDD 내비게이션, 듀얼 뷰 스크린, 파노라믹 루프, 파워 미러와 같은 매력적인 옵션 항목들을 외면할 자신이 없다면 3만 5,000파운드(약 6천 20만원) 쯤 상정해야 한다. 영국에서 ‘BMW X3 xDrive 20d’ M 스포츠 자동변속기 183ps 모델의 가격은 3만 5,360파운드(약 6천 90만원)다.
모델: 레인지 로버 이보크 PURE eD4, 5도어 2WD
전x폭x고: 4355x1965x1635mm
휠베이스: 2660mm
엔진: 2,179cc 직렬 4기통 16밸브 터보 디젤
트랜스미션: 6단 수동
출력: 150ps(148hp)
토크: 38.7kg-m(380Nm)
최고속도: 180km/h
0-100km/h: 11.2초
서스펜션: (F)맥퍼슨 스트러트, (R)스트러트
공차중량: 1,625kg
평균연비: -
가격: 2만 7,955파운드(약 4천 800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