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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SPORT

[2014 F1] 19차전 아부다비 GP 결승 레이스 - 해밀턴 2회 챔피언에 등극!





 2014 포뮬러 원 월드 챔피언쉽 19차전 아부다비 GP에서 루이스 해밀턴이 시즌 11번째 우승과 함께 생애 두 번째 타이틀을 획득했다. 해밀턴이 처음 챔피언쉽 우승한 건 2008년. 그러니까 6년 만에 2회 챔피언 등극의 꿈을 이룬 것이다.


 니코 로스버그의 레이스는 거의 절망적이었다. 23랩에 갑자기 출력이 떨어져 페이스가 하락했는데, 그 이유는 ERS가 고장났기 때문이었다. ERS로 얻을 수 있는 60마력 가량의 힘을 잃어, 로스버그의 순위는 허망하게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것으로 로스버그가 레이스 선두를 놓친 건 아니었다. 로스버그에게 시즌 11번째 폴 스타트였던 레이스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해밀턴이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쏜살같이 아스팔트를 박차고 나갔다. 로스버그의 머신이 그의 사이드 미러에서 사라진 건 금방이었다. 같은 메르세데스 머신을 몰고 있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메르세데스의 아부다비 레이스는 윌리암스에게 크게 위협 받았다. 예선에서 3위를 한 발테리 보타스가 스타트에서 곧바로 8위로 추락해버려, 윌리암스에서는 펠리페 마사가 베스트 레이스를 했다.


 피렐리는 슈퍼소프트 타이어로 출발하는 드라이버 전원이 7랩이나 8랩 부근에 첫 피트스톱을 실시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러나 메르세데스와 윌리암스는 달랐다. 이들 중 가장 먼저 피트인한 루이스 해밀턴은 10랩에 2.7초 만에 타이어를 소프트 컴파운드로 교체하고 트랙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니코 로스버그는 11랩에 피트인해 해밀턴과 거의 똑같은 2.6초 만에 타이어를 교체했다.


 보타스도 메르세데스 드라이버들과 피트인해, 레이스 선두는 아직 타이어 교체를 실시하지 않았던 펠리페 마사의 차지가 되었다. 이때 해밀턴에 15초 앞서 있었던 마사 역시 곧 피트인해, 레이스는 다시 해밀턴과 로스버그의 1, 2위로 돌아왔다. 로스버그가 ERS 고장을 겪은 23랩에 3위에서 마사(윌리암스)가 그 사실을 알아채곤 추격을 시작했다. 앞서 브라질 GP에서 포디엄 피니쉬를 달성했던 브라질인은 턴5로 향하는 직선주로에서 워크스 메르세데스 머신을 어렵지 않게 제쳤다.


 마사의 다음 타깃은 해밀턴이었다. 하지만 곧 찾아온 두 번째 피트스톱 타이밍에 해밀턴이 피트로 들어가, 자연스럽게 선두에 등극할 수 있었다. 


 한동안 계속해서 레이스를 선도하던 마사(윌리암스)는 44랩/55랩에서야 마지막 두 번째 피트스톱을 실시했다. 그리고 해밀턴으로부터 11초 뒤 2위로 돌아와, 이번 주말 야스 마리나에서 소프트 컴파운드보다 1.2초 정도 더 빠른데다 해밀턴의 타이어보다 신선했던 슈퍼소프트 컴파운드 타이어로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46/55랩에 해밀턴과 마사의 갭은 10초 아래로 떨어졌다. 49랩엔 6.8초, 50랩엔 6.2초가 되었고, 52랩엔 3.5초대까지 떨어져 해밀턴의 사이드 미러에 흰 윌리암스 머신이 들어왔다. 이 순간 메르세데스보다 엔진 커스토머 팀인 윌리암스의 페이스가 더 빠른 건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 이상 다가서는 건 쉽지 않았고, 결국 아부다비 GP 우승 트로피는 챔피언 트로피와 함께 모두 루이스 해밀턴의 품에 안겼다. 로스버그의 시스템 고장으로 부담 없이 타이틀 레이스를 할 수 있었던 해밀턴은 체커기를 받음과 동시에 꿈에 그리던 2회 챔피언에 등극했다. 





 디펜딩 챔피언 팀 레드불은 전날 예선을 마친 뒤에 규정에 어긋나는 휘어지는 프론트 윙 플랩을 사용한 것이 발각돼 예선 결과를 박탈 당했고, 프론트 윙 교체가 필요했기 때문에 예선과 레이스 사이에 머신을 손대선 안 되는 파르크 페르메 규정을 어길 수 밖에 없어 다니엘 리카르도와 세바스찬 베텔 두 레드불 드라이버 모두 피트레인에서 출발해야했다.


 두 드라이버는 마그누센(멕라렌), 베르뉴(토로 로소), 페레즈(포스인디아), 훌켄버그(포스인디아)와 함께 첫 스틴트가 긴 소프트 타이어로 레이스를 출발해, 레이스 초반 피트스톱한 보타스(윌리암스)를 당시 9위 베텔이 뒤에 묶어뒀다.

   

 이 무렵에 베텔은 8위 마그누센(멕라렌), 11위 버튼(멕라렌), 12위 알론소(페라리)와 레이스했다. 레이스 후반에는 베텔(레드불)이 46랩에 피트인해 슈퍼소프트 타이어를 신고 알론소와 페레즈 뒤로 비장하게 뛰쳐나와, 미묘한 관계인 알론소(페라리)를 추월해내는 등 결과적으로 8위로 레드불과의 마지막 레이스를 마쳤고, 드라이버 챔피언쉽에서도 알론소를 이겼다. 베텔과 마찬가지로 레이스 후반에 피트인해 슈퍼소프트 타이어로 막판 스퍼트를 냈던 리카르도는 그들을 모두 따돌리고 비-메르세데스 엔진 최고기록인 4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이번 레이스에서 카무이 코바야시, 패스터 말도나도, 대닐 키바트가 완주에 실패했다. 가장 먼저 리타이어한 키바트는 레이스 초반 턴15와 턴16 사이에서 트랙 위에 덩그러니 멈춰선 토로 로소 머신을 뒤로했다. 내년부터는 레드불의 머신을 모는 20세 러시아인은 결국 여름휴가 뒤 시즌 후반에는 아무런 포인트도 획득하지 못하고 시즌을 마감했다.


 패스터 말도나도는 돌연 머신의 엔진에서 발생한 화재로 리타이어, 오랜 만에 그랑프리 주말로 돌아온 카무이 코바야시는 차고에서 엔딩을 맞았다.


 길고 힘든 레이스를 해야했던 니코 로스버그는 해밀턴이 리타이어할지 모르는 상황을 감안해, 못해도 5위로는 완주하려 애썼다. 그러나 후반부에 페이스가 더욱 급격하게 저하되고 브레이크에까지 문제가 겹쳐 로스버그는 이번 아부다비 GP를 14위로 마쳤다. 그마저도 마지막에 리타이어하라는 팀의 지시가 있었지만 스스로 끝까지 완주해 얻은 결과였다.


 루이스 해밀턴은 올해 19경기 가운데 11경기에서 우승한 끝에 영국인으로서 그레이엄 힐, 짐 클락에 이어 세 번째로 2회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에게 새로운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재키 스튜어트만이 보유한 영국인 최다 3회 챔피언에 등극하는 것이 아닐까?


2014 F1 19차전 아부다비 GP 챔피언쉽 포인트
1 루이스 해밀턴3841메르세데스701
2 니코 로스버그3172레드불405
3 다니엘 리카르도2383윌리암스320
4 ▲발테리 보타스1864페라리216
5 ▼세바스찬 베텔1675멕라렌181
6 ▼페르난도 알론소1616포스인디아155
7 ▲펠리페 마사1347토로 로소30
8 ▼젠슨 버튼1268로터스10
9 니코 훌켄버그969마루시아2
10 ▲세르지오 페레즈5910자우바0

 레이스 마지막에 메르세데스를 긴장시켰던 펠리페 마사가 2위를 하고 발테리 보타스가 3위를 해, 이슬람 문화권의 금주법 탓에 타이틀 스폰서인 마티니의 리버리를 살짝 바꿔 레이스를 뛰어야했던 윌리암스가 더블 포디엄을 달성했다. 올해 9차례 포디엄 피니쉬를 달성한 윌리암스는 페라리를 무려 104점 차이로 따돌리고 매뉴팩처러 3위로 시즌을 마쳤는데, 더블 포인트 시스템에 의해 브라질 GP를 마치고 44점이었던 차이에 단숨에 60점이 더해졌기 때문이었다.


  “보통은 레이스 전에 긴장해서 안절부절 못하는데, 오늘은 극도로 차분함을 느꼈습니다.” 루이스 해밀턴. “이상한 일이었죠. 이게 좋은 현상일까 아니면 안 좋은 현상일까? 분명 그건 좋은 것이었어요!” 


 “오늘은 제 생애 최고로 환상적인 레이스입니다.”


photo. Reuters/efe/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