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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SPORT

[2014 F1] 14차전 싱가포르 GP 예선 - 0.007초 승부로 해밀턴 폴!





 23개 코너로 이루어진 5.065km 길이의 마리나 베이 시가지 서킷에서 열리는 싱가포르 GP는 캘린더에서 유일한 ‘풀 나이트 레이스’로, 불꽃놀이를 보는 것처럼 화려한 야경과 짙은 어둠 속에서 인공 조명에 의해 서킷이 환하게 밝혀진 이색적인 풍경으로 캘린더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지난 3년 간 이 싱가포르 GP에서는 그 해 챔피언쉽에서 우승한 세바스찬 베텔이 우승 트로피를 독차지했다. 마리나 베이에서 우승한 전적이 있는 현역 드라이버는 베텔, 알론소, 해밀턴 뿐. 이번 주 3차 프랙티스에서 슈퍼소프트 타이어에서의 페이스가 예상만큼 빠르지 않았던 메르세데스가 비운 톱 포지션을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가 금요일 FP1에 이어 도로 되찾아, 예선에 앞서 알론소의 주가가 급등했다.


 예선 시작 전 마리나 베이 주변 날씨는 금세 기진맥진하게 만드는 습도가 특히 높은 후텁지근한 날씨로, 기온은 27도, 습도는 77%에 달했다.


 금요일에 머신 밸런스에 불만족을 나타냈던 해밀턴은 예선에서 아직 그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예선 첫 번째 세션 Q1 중반에, 앞선 세 차례의 프랙티스에서 깊은 인상을 주었던 페라리의 페르난도 알론소가 핀란드인 팀 동료를 제치고 타임시트 정상에 자리를 잡았다. 곧 루이스 해밀턴(메르세데스)이 두 사람보다 각각 0.35초, 0.73초 빠른 1분 47초 847로 톱 페이스를 경신했다.


 하지만 소프트 타이어에서 나온 해밀턴의 이 기록은 슈퍼소프트 컴파운드 타이어를 신고 뒤늦게 차고를 빠져나온 레드불 드라이버 다니엘 리카르도, 그리고 포스인디아 드라이버 니코 훌켄버그에게 끌어내려졌다. 그리고 2분 30초 가량 시간이 남았을 때, 키미 라이코넨(페라리)이 훌켄버그의 기록에 0.7초 가까이 빠른 새로운 벤치마크 타임을 과시했다. 메르세데스에게 궁합이 맞지 않아보이던 슈퍼소프트 타이어가 페라리에서도 특히 라이코넨에겐 잘 맞는 듯 보였다.


 라이코넨의 쾌주는 이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메르세데스도 뒤따라 슈퍼소프트 타이어로 주회를 실시했지만 해밀턴은 라이코넨을 넘지 못했고, 로스버그는 첫 번째 예선 세션을 6위로 마쳤다. 알론소가 라이코넨에 이은 2위로 Q1을 마쳤다.


 알론소와 라이코넨이 나란히 타임시트 상단을 꿰찬 Q2 초반, 리카르도(레드불)는 거기에 0.2초 이상 차이가 났다. 로스버그(메르세데스)가 리카르도 뒤 4위에 머문 시각, 루이스 해밀턴(메르세데스)은 톱을 되찾았지만 알론소의 페이스에 0.041초 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Q2 종료를 목전에 두고 상위 10명의 순위가 1초 내에 갈렸다. 이런 상황에서 윌리암스의 두 드라이버가 모두 탈락 위기에 놓여있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마사가 라이코넨과 리카르도 사이 4위로 탈출에 성공했다. 해밀턴, 알론소, 라이코넨은 더 이상의 추가 주행 없이 Q3 준비에 들어갔다. 탈락 위기에 놓인 젠슨 버튼(멕라렌)이 마지막 랩에서 기록 단축에 성공했으나 10위권에는 들어가지 못해 Q3 진출 실패의 쓴맛을 보았다. 버튼이 들어온 뒤, 니코 로스버그(메르세데스)가 해밀턴의 베스트 타임보다 0.46초 빠른 기록을 내고 Q2의 마지막을 매듭지었다.


 현재 F1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2009년 챔피언 젠슨 버튼은 0.023초가 모자라 Q3에 올라가는데 실패한 반면, 21세 나이의 덴마크인 젊은이 마그누센은 성공했다. 희비가 교차하는 그 순간을 멕라렌의 피트월에 앉아있는 에릭 불리에와 차고에서 예선을 모니터링하고 있던 론 데니스가 대하는 표정은 분명 개운치 않았다.


 특히 페라리와 메르세데스로 인해 예선 최종 결과를 예측하는데 확신을 갖기 힘든 전개가 계속된 가운데 시작된 Q3에서 순위를 다툰 건 로스버그(메르세데스), 해밀턴(메르세데스), 알론소(페라리), 라이코넨(페라리), 마사(윌리암스), 리카르도(레드불), 베텔(레드불), 보타스(윌리암스), 마그누센(멕라렌), 키바트(토로 로소)까지. 첫 러쉬가 지나간 뒤,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가장 빠른 1위 기록을 낸 건 마사였고, 리카르도가 2위, 알론소 3위, 라이코넨 4위, 보타스 5위, 해밀턴 6위, 로스버그 7위, 베텔 8위, 키바트 9위, 마그누센이 10위 기록을 냈다.


 시즌 베스트 예선을 이어가던 키미 라이코넨(페라리)이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되었다. 피트를 빠져나와 새로운 플라잉 랩을 시작하기 위해 서킷을 선회하던 라이코넨이 갑자기 무전으로 파워 저하를 호소했고, 팀에서는 머신을 세울 것을 지시했다. 그것으로 2007년 챔피언의 오랜만의 허무하게 끝이 났다.


 그 시각, 스타트/피니쉬 라인에서는 마지막 플라잉 랩을 마친 리카르도(레드불)가 마사를 0.153초 차로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기회는 한 번 뿐인 상황이었지만, 서킷의 다른 한쪽에서 해밀턴이 크게 록-업을 일으킨 모양이었다. 메르세데스에서 먼저 로스버그가 리카르도보다 빠른 1위 기록으로 들어왔다. 앞에서 발생한 큰 록-업을 감안한다면 해밀턴이 이 기록을 뛰어넘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았지만, 피니쉬 라인을 통과한 해밀턴은 0.007초라는 간발의 차로 챔피언쉽 라이벌이자 팀 동료에게서 폴을 쟁탈했다.


 해밀턴은 새 슈퍼소프트 타이어로 달려 폴을 따냈다. 반면 로스버그는 Q2 마지막에 이미 사용한 헌 슈퍼소프트 타이어로 달린 상황이었다. 로스버그는 해밀턴에게 폴이 넘어간 사실을 무전으로 전해 듣고 “Damn it!”이라고 소리쳤다.

 

 페라리의 폴도 내심 기대되었던 게 사실이지만, 결국 이번 싱가포르 GP 예선은 드라이버 챔피언쉽에서 타이틀을 경쟁하는 세 명의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 니코 로스버그, 다니엘 리카르도의 톱3로 종료되었다. 해밀턴은 2009년에 한 차례 싱가포르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다. 폴은 이번이 세 번째다. 올 시즌 들어서는 여섯 번째로 거둔 폴이다.


예선 결과


 “첫 번째 코너에서 록-업을 하는 실수를 했습니다.” 해밀턴은 말했다. “거기서 0.2초를 잃었습니다. 하지만 제 스스로에게 말했죠. 일단 계속가자, 그리고 결과를 보자.” “그 전 랩도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13번과 16번 코너에서 실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음번에 보완했고, 마지막 섹터에서 정말 미친 듯이 빨랐어요!”


 한편 로스버그는 말했다. “제 랩을 돌이켜보면, 1000분의 1초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곳저곳에서 약간만 줄였어도 해낼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루이스는 오늘 훌륭한 활약을 했고, 따라서 그에게 공정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시간으로 21일 21시에 시작되는 결승 레이스에서 메르세데스의 두 드라이버가 맨 앞장서 출발한다. 그리고 다니엘 리카르도와 예선 4위를 한 세바스찬 베텔 두 레드불 드라이버가 짝지어 출발한다. 그 뒤로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와 펠리페 마사(윌리암스), 키미 라이코넨(페라리)과 발테리 보타스(윌리암스), 케빈 마그누센(멕라렌)과 대닐 키바트(토로 로소)가 나란히 한다.


photo. Reu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