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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Car?

가장 드라이버 중심의 재규어 - 2013 Jaguar XKR-S

사진:재규어

 ‘XKR-S’는 재규어 역사상 가장 빠른 GT 카이며 재규어 매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드라이버 중심적으로 설계된 모델이다. 사실 재규어 역사책을 뒤적이다보면 ‘XKR-S’보다 빨랐던 차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XJ220’이다. 하지만 ‘XJ220’은 극소량만 한정 생산된 미드십 카. ‘XKR-S’를 구매하는데 있어 수량에 제한은 없다.

 영국에서 9만 7,430파운드(약 1억 7,200만원)에 판매되는 ‘XKR-S’는 기존 ‘XKR’보다 1만 8,500파운드(약 3,300만원)가 비싸다. 솔직히,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잘생겼다고 말하기 힘든 불도그를 닮은 외모에 그만한 돈을 지불할 용기를 가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XKR-S’가 못생긴 건 아니다. 다만, 조금 지나치다랄까. ‘XKR-S’의 얼굴은 마치 철없이 피어싱을 해대 여기저기 구멍이 생기고 금속장신구의 무게를 못 이긴 피부가 축 늘어진 얼굴 같다.

 그렇지만 얼굴에 구멍이 난 것에도, 피부가 늘어진 것에도 다 이유가 있다. 상징적인 타원형 그릴 바로 위에 두 개의 흡기구가 새롭게 생기고 스플리터가 내려져 앞바퀴 접지력이 상승했다. 가운데에 카본 파이버가 사용된 테일 스포일러와 날카롭게 이빨을 간 리어 디퓨저가 10mm 넓어진 뒷타이어를 아스팔트를 향해 단단히 눌러줘, 추종력과 고속주행에서의 안정성이 높아졌다. 총체적으로 26%가량 상승한 다운포스는 제동성능도 높여주었다. 비록 카본 세라믹 디스크는 적용되지 않지만 ‘XKR’보다 38% 개선되었다.

 XK 라인업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는 ‘XKR-S’는 쿠페와 컨버터블 구분 없이 5.0L V8 슈퍼차저 엔진을 품는다. 이 엔진은 ‘XKR’의 것과 기본적으로 같지만, 배기 유속이 빨라진 새로운 배기장치가 설치되고 엔진 컨트롤 유닛이 조정되면서 40ps 증가한 맥시멈 파워가 미드십 슈퍼카 ‘XJ220’과 동일한 550ps(543hp)를 찍어, “재규어 역사상 가장 강력한” 타이틀을 나눈다.

 2,500~ 5,500rpm에 걸쳐 유지되는 와이드한 토크 밴드는 ‘XKR’에서와 변함없다. 하지만 피크토크가 69.3kg-m(680Nm)로 5.6kg-m 상승해, 0.4초 빠른 4.4초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를 주파한다. 이 가속력은 무려 1억 4,000만원 이상 비싼 ‘애스턴 마틴 DBS’보다도 빠른 것이다. 8.6초를 지불하면 시속 100km를 지나 160km/h에 도달하며, 최고속도 300km/h에 이르면 스스로 계기 바늘을 움켜줘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도록 통제한다. ‘XKR-S 컨버터블’이 쿠페보다 47kg 더 무겁지만 제원상 가속력에 차이는 없다.

 섀시 변화는 생각보다 미묘한 편. 차고가 10mm 낮아지고 스프링이 28% 단단해졌다. 앞서스펜션에 알루미늄 스티어링 너클이 새롭게 채용돼 정확도가 높아졌으며, 적응형 댐핑과 능동형 디퍼렌셜이 증가한 엔진 퍼포먼스를 최적으로 받아낼 수 있도록 리프로그래밍되었다. 어울러 더욱 가벼워진 단조 휠에 폭이 10mm 넓어진 뒷타이어를 착용한 것으로 댐핑과 바디 컨트롤이 눈에 띄게 견고해졌다.

 ‘XKR-S’의 포악한 인상만 보고 척추를 강타할 충격을 미리부터 걱정한다면 화들짝 놀라게 된다. 서스펜션이 단단해진 건 사실이지만 다이내믹 모드(Dynamic Mode)에서 이런 특성이 더욱 짙어질 뿐, 평소엔 잔재해있는 탄력으로 요철을 잘 받아낸다.

 가속 페달을 과감하게 찌르면 ‘XKR’보다 빠르다는 느낌을 확고하게 받을 수 있다. V8 슈퍼차저 엔진의 묵직한 펀치가 특히 중속구간에서 위력을 떨친다. 증가한 엔진 퍼포먼스에 당황하지 않는 섀시가 ‘XKR’보다 정확하고 침착한 코너링을 구사, 비록 ‘포르쉐 911 GT3’와 같은 트랙지향 경량 머신에 견줄 정도는 아니지만 프론트 엔진 GT치고 매우 출중한 트랙 핸들링을 뽐낸다. 뉘르부르크링 랩 타임 8분 돌파도 무리 없다는 재규어의 자신이 괜한데서 나온 게 아니다.

 ‘Trac DSC’ 모드를 작동시키면 전자제어장치들이 목을 감추면서 그만큼 운전자의 참여도가 커져, ‘XKR-S’의 움직임을 더욱 순수하게 느끼며 한계에 다가설 수 있다.

 쿠페와 달리 컨버터블에서는 소프트 톱 루프를 열어젖히는 또 다른 방법으로도 4개의 가죽 시트에 접근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시간은 18초. 여느 컨버터블과 마찬가지로 뒷좌석의 용도는 사실상 트렁크 룸과 다를 바 없다. 운전석과 동승석에 레카로 버킷시트를 놓아 풀 스로틀의 불안감을 도려냈다. 카본 파이버 효과가 나는 독특한 가죽이 사용된 이 시트를 제외한다면 인테리어는 ‘XKR’과 거의 동일해, 대시보드 주변에서 여전히 고성능 쿠페보다 고성능 세단의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XKR-S’의 가격대는 포르쉐 911 GT3, 아우디 R8 V10의 카탈로그를 함께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들과 비교해 ‘XKR-S’는 부자연스러운 외관과 평범한 내장, 조금은 미완성인 것 같은 엔진음을 지니고 있다.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지지 않는다. 이것들을 굳이 장점으로 해석하면 데일리 드라이빙에 적합하다. 다음 얘기를 듣고나면 이 말에 더욱 깊이 있게 동의하게 된다. ‘XKR-S’는 300km/h 클럽 회원임에도 동급에서 유일하게 km 당 300g에 미치지 않는 탄소배출량을 기록한다.

 하지만 ‘XKR-S’는 엄연히 재규어에 현존하는 가장 드라이버 중심의 고성능 머신이다. 그런 점에서.. 더욱이 포르쉐 911 GT3나 아우디 R8 V10과 같은 진열대에 진열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적으로 장바구니에 담겨 계산대로 향하기에 ‘XKR-S’는 그들에 비해 감성적 어필이 부족하다.


장x폭x고: 4,794x1,892x1,312mm
휠베이스: 2,752mm
엔진: 5,000cc V8 32밸브, 슈퍼차저 (B)92.5x(S)93mm
트랜스미션: 6단 자동
출력: 550ps(542hp)/6,000~ 6,500rpm
토크: 69.3kg-m(680Nm)/2,500~ 5,500rpm
최고속도: *300km/h
0-100km/h: 4.4초
구동계배치:앞엔진뒷바퀴굴림
서스펜션: (F)더블위시본, (R)더블위시본
공차중량: 1,753kg
평균연비: 약 8.13km/L (292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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