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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Car?

[히스토리] 사브 62년 역사의 시작과 끝


사진_GM/사브

 62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지닌 스웨덴 자동차 메이커 사브는 1938년 스웨덴 군용기를 제작하기 위해 최초 설립돼 2차 세계 대전 종전 후 항공기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계획 중 하나로 1947년에 자동차 업계로 진출한다.







 사브 최초의 완성차 '92'는 1946년부터 프로토타입으로 테스트에 들어가 1949년부터 생산에 들어갔다. 항공기에서 영감을 얻은 차체 디자인은 당시 양산차 가운데 공기 저항 값이 가장 적은 구조를 띄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1997년에 등장한 '포르쉐 996(911)'과 동일한 항력계수 0.30을 기록할 정도로 날렵한 디자인이었다. 이후 1955년에는 '사브 92'를 기반으로 개발된 '93', 1959년에는 2도어 7인승 스테이션 웨건 '95', 1960년에는 '93'의 업그레이드 버젼 '96'이 연이어 출시되었다.










 1956년 스포츠 카 시장에 눈독을 들인 사브는 '소네트'라는 이름의 2인승 오픈 스포츠 카를 개발했다. '94'라고도 불리는 '소네트 I'은 경량 합금 프레임에 유리섬유 바디를 얹고 57마력 3기통 748cc 2스트로크 엔진을 탑재, 총 제작된 6대의 '소네트 I' 중 2대는 현재 사브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이후에도 '소네트'는 총 4가지 시리즈로 등장했다. '소네트 II'를 시작으로 오픈 바디가 아닌 클로즈 쿠페 구조를 적용하기 시작했는데, 3기통 2스트로크 엔진을 탑재한 60마력짜리 'II', 4스트로크 엔진이 없었지만 US 시장 경쟁력을 위해 포드 타우누스 V4 4스트로크 엔진을 탑재한 65마력 'V4', 엄격한 규제 때문에 1700cc 엔진을 탑재하고도 55마력을 발휘한 'III'에 이르는 총 4개 차종이 1970년대까지 등장했다.













 도약을 꿈꾸던 사브는 1964년에 프로젝트 네임 'Gudmund' 개발에 들어갔다. 차는 1967년 시장에 데뷔할 때 '99'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는데, 이 신차는 이전보다 더욱 커진 차체에 자체 개발한 1.7리터 직렬 엔진을 얹어, '92'~ '96' 시리즈를 연결짓지 않은 사브의 첫번째 모델 체인지로 등장했다. 또한 디자이너 식스틴 사손(Sixten Sason)이 마지막으로 설계한 '99'의 디자인은 1980년대 중후반까지 사브의 대표적인 아이덴티티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다.

 5년 뒤인 1969년 스웨덴 트럭 메이커 스카니아와 합병한 사브는 1989년 이 둘의 관계가 해소되기 전까지 '사브-스카니아'라 불렸다.

 세계 최초로 와이퍼가 달린 헤드램프를 선보인 1970년에 50만대 완성차를 생산해내고 6년 뒤에는 100만대 생산을 돌파한다. 뒤이어 1971년에는 열선을 내장 운전석 시트(히팅 시트)와 자가 복원 범퍼, 세계 최초의 측면 충격 보호 구조 차체를 잇따라 양산화시켰다. (히팅 시트는 1966년에 캐딜락이 먼저 개발했지만 사브가 세계 최초로 표준 장착했다.)


















 터보 기술을 대중화시키는데 크게 일조한 '99 터보'는 1980년에 등장했다. 같은 해 '99'보다 길어진 휠 베이스에 오직 3도어, 5도어 해치백으로만 등장한 '900'을 발매, 사브는 이 차에 세계 최초로 실내 공기 정화 필터를 장착했고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한 운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같은 해 1978년에 이탈리아 자동차 그룹 피아트와 기술 협력을 위해 손잡은 사브는 지금까지
유지해오던 숫자 '9'를 모델명으로 넣지 않은 유일한 완성차 '600'을 선보였는데, 이 차는 특히 랠리 마니아 사이에 잘 알려져있는 초대 '란치아 델타'의 리뱃지 모델이었다. '사브-란치아 600'건네 받은 대신에 사브는 '알파로메오 164', '피아트 크로마', '란치아 테마', '사브 9000'의 기반이 된 '타입 포 섀시 (Type Four chassis)'를 공동 개발한다.













 1980년 '96'이 생산 종료에 들어가면서 '92', '93', '95' 패밀리도 사브 엠블럼을 떼고 하나둘씩 현역에서 물러난다. 여기서 또 하나의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은 16밸브 터보 엔진을 탑재한 '900 에어로'가 1984년에 출시되었다. 1984년에는 사브의 3번째 풀 모델 체인지 모델 '9000'이 럭셔리 세단으로 등장했는데 '9000'은 3도어와 5도어 해치백 구조를 결합시켜 실용성과 유연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었으며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링컨, 캐딜락과 동급으로 분류되었다.

 1987년 사브는 전륜 구동 차 최초로 ABS 시스템을 선보인다. 그리고 1989년, 운명의 고리를 쥐고 흔들 GM 제네럴 모터스가 사브 주식 50% 주식을 사들이면서 '사브-스카니아'는 '사브 오토모빌 AB'로 새롭게 태어난다.













 이후 전통적인 4기통 엔진을 대신하는 V6 엔진이 사브 최초로 도입된 '900'이 15년 만에 풀 모델 체인지되었고, 1997년에는 '900' 업그레이드 버젼에 해당하는 '9-3'가 공개되었는데 '9-3'가 일반에 공개될 당시 두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2만 5천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사브 박물관 밖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사브가 세계 최초로 시장에 내놓은 통풍 시트는 1998년형 모델로 발매된 '9-3'에 장착되었다. 그로부터 2년 뒤 2000년에 포드가 스웨덴 자동차 메이커 볼보를 인수하자 경쟁 메이커였던 GM 그룹은 남은 사브 주식을 모두 사들이며 완벽하게 자신들 그룹으로 흡수했다.

 이후 2002년에는 올-뉴 '9-3 스포츠 세단', 2003년에는 컴팩트 5도어 해치백 '9-2X', 2004년
에는 중형 고급 SUV '9-7X'를 선보였다. 그리고 2009년 2월, 사브는 파산 보호 신청을 했으며 크리스마스 이전까지 새로운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사브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선언한 GM은 12월 18일, 결국 브랜드 폐지를 결정했다.
















 여기까지가 사브의 62년에 걸친 기나긴 역사의 간략한(?) 줄거리다.
비록 이곳에 언급되진 않았지만 사브는 랠리 스포츠에도 꾸준히 참가해 몬테카를로를 포함 1950년부터 1980년까지 각종 국제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사브 엠블럼에 등장하는 동물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그리핀(Griffin)이며, 'SAAB'라는 이름은 'Saab Automobile AB'의 머릿글자를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