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 동안 자동차 업계에서 3기통 엔진은 일본의 ‘K-카(일본의 경차)’를 제외하곤 극히 일부에서만 존재해왔다. 그러나 요 몇 년 사이 급격히 달라졌다. 현재 주류로써 군림하고 있는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3기통 엔진을 개발하고 있거나 또는 이미 상용화 중에 있다.
폭스바겐은 배기량 1.0L 엔진을 ‘Up’에, 르노와 닛산은 배기량 1.2L 엔진을 ‘마치’에 탑재하고 있으며, BMW는 현재 ‘1시리즈’와 ‘3시리즈’에 탑재를 염두에 둔 배기량 1.5L 엔진을, PSA 푸조-시트로엥과 메르세데스-벤츠도 3기통 엔진을 개발 중에 있다. 유일하게 피아트 그룹만이 3기통 엔진을 개발하지 않고 있는데, 이 이탈리아 메이커는 그보다 작은 2기통 트윈에어(TwinAir) 엔진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선동한 것은 유럽의 까다로운 탄소배출 규제다. 주류 제조사들은 유럽연합국에서 판매하는 신차의 평균 CO2 배출량을 2015년까지 120g/km에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 차량 중량에 따라 완화되는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해당 제조사는 신차가 판매될 때마다 벌금을 물어야한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다운사이징 노력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포드가 1.6 Ti-VCT를 대신하는 1.0 에코부스트 엔진을 개발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엔진 블록의 크기가 A4용지와 비슷할 정도로 매우 작은 이 엔진은 예열을 하는데 알루미늄보다 50%의 에너지가 덜 소비되는 주철 블록을 사용함에도 기존 1.6 Ti-VCT에 비해 30kg 가량 가볍다. 동력성능으로는 사실 효율성이 나쁘지만은 않은 1.6 Ti-VCT와 유사한 100ps와 125ps 두 가지 출력을 낸다.
출력에 관계없이 토크는 1,400rpm에서 17.3kg-m(170Nm)로 발휘되는데, 125ps 사양의 경우 오버부스트에 돌입하면 30초간 20.4kg-m(200Nm) 토크를 낼 수 있다. 4,000rpm 너머까지 힘 있게 플랫을 유지하는 토크커브를 종이 위에서만이 아니라 실제 도로 위에서도 구현해낸다.
세련됨도 인상 깊다. 마치 잘 설계된 자연흡기 4기통 엔진처럼 터보 랙이 느껴지지 않고, 비록 진동을 잡아주는 밸런서 샤프트가 제거되었지만 대신에 의도적으로 불균형하게 설계된 플라이 휠과 습식 벨트 덕분에 스티어링 휠과 페달에서 진동을 느낄 수 없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시동이 걸렸는지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정숙성이 뛰어나, 피아트의 어워즈-위닝 엔진 트윈에어를 난처하게 만든다.
유연한 퍼포먼스, 걸출한 세련미와 경제성이 융합된 1.0 에코부스트 엔진의 다재다능함은 지금까지 어떤 소형 엔진에서도 목격되지 않았던 것이다.
엔진이 아닌 ‘포커스’ 자체에 대한 평가에서도 호평이 계속 이어질까? 반반이다. 앞뒤로 실내공간이 매우 넉넉하다. 하지만 대시보드와 스티어링 휠에 복잡하게 즐비한 버튼들이 이제 막 시트에 엉덩이를 붙인 운전자를 혼돈에 빠뜨리며, 저렴한 플라스틱 재질이 폭스바겐 골프를 그립게 만든다.
그럼에도 저렴한 가격에 적당한 달리는 재미를 겸비한 준중형 패밀리 차를 찾는 이들에게 ‘포드 포커스 1.0 에코부스트’는 여전히 매우 이상적인 제안이다. 혹자는 엔진 크기에 비해 차가 좀 크지 않냐고 걱정하지만, 포드는 그것이 편견임을 ‘포커스’를 통해 증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