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TORSPORT

[2017 F1] 8차전 아제르바이잔 GP 결선 레이스 - 혼돈의 레이스에서 리카르도 우승! 스트롤 3위



 F1 드라이버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세이프티 카 없이 끝났던 지난해와 같은 평화로운 레이스는 올해 없을 것이란 걸.


 이번 주말 드라이버들은 트랙은 여전히 협소한데 차의 폭은 넓어지고 코너링 스피드가 증가한 탓에 레이스에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했었다.


 포뮬러 원 2017 시즌 8차전 경기 아제르바이잔 GP 결선 레이스는 혼돈 그 자체였다. 6.003km 길이의 트랙을 총 51바퀴 달린 이번 시즌 여덟 번째 레이스에서는 12랩부터 20랩까지 무려 세 차례나 연속해서 세이프티 카가 나왔고, 그래도 상황이 진정되지 않자 레드 플래그까지 동원됐다.




 세이프티 카 퍼레이드는 다닐 크비야트의 토로 로소 머신이 트랙 한쪽에 멈춰서면서 시작됐다. 이후 17랩에 레이스가 재개됐으나, 오프닝 랩에서 발테리 보타스(메르세데스)와 큰 충돌이 있었던 키미 라이코넨(페라리)의 차에서 떨어져나온 파편이 문제가 된 건지 다시 같은 랩에 두 번째 세이프티 카가 나왔다.


 20랩에 두 번째 세이프티 카가 트랙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보타스와 라이코넨의 오프닝 랩 사고와 같은 형태로 턴2에서 이번에는 두 대의 포스인디아 머신이 격렬하게 충돌했고 다시 세이프티 카가 투입됐다.


 잇단 사고로 트랙 사방에 파편이 널려 있어, 22랩에 결국 트랙을 전면 재정비하기 위한 레드 플래그가 발령됐다.


 포스인디아 머신 간 충돌 사고를 피하려 레이싱 라인을 벗어났다 파편을 밟았는지 키미 라이코넨(페라리)이 차량의 우측 후방 타이어에 펑크를 입었고, 걸레짝이 된 타이어가 리어 윙과 플로어까지 크게 망가뜨렸다.


 라이코넨의 레이스는 거기서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뒤에 레드 플래그가 나와 레이스가 중지된 사이에 페라리의 메카닉들이 신속하게 차를 고쳐냈고, 레이스 재개 시각인 현지시간 18시 15분에 정확히 맞춰서 차를 트랙에 내보냈다. 




 그때도 선두는 해밀턴(메르세데스)이었고 챔피언십 리더 베텔(페라리)이 2위에 있었다. 지만 잠시 뒤 상황이 급변했다. 그 변화의 시작점에 세이프티 카가 대열을 선도하던 시기에 해밀턴과 베텔 사이에 일어난 충돌 사고가 있었다.


 세이프티 카 바로 뒤에서 전략적으로 차량 속도를 조절하던 해밀턴은 아주 느린 속도로 코너를 돌았고, 코너를 다 돌아나간 뒤에도 속도를 높이지 않았다. 하지만 베텔은 당연하게 속도를 높였고, 뒤늦게 제동을 했으나 추돌을 피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거기서 프론트 윙을 망가뜨린 베텔은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해밀턴의 차 옆을 가격했고, 스튜어드는 베텔에게 10초 스톱 앤 고 패널티를 내렸다. 그 패널티는 챔피언십 리더에게 이번 레이스에서의 우승 기회를 앗아갔다.


 베텔의 챔피언십 경쟁자인 해밀턴에게 그것은 희소식이었다. 그러나 당시 해밀턴은 기뻐할 새가 없었다. 헤드레스트가 거의 벗겨질 듯이 들썩거려 한쪽 팔로 붙잡고 달리다, 하는 수 없이 피트인해 9위로 대폭 순위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해밀턴과 베텔이 모두 예정에 없던 피트인을 하게 되면서, 레드 플래그 상황이 해제된 24랩에 피트 스트레이트에서 단숨에 훌켄버그, 스트롤, 마사 세 명을 추월하고 3위로 올라섰던 다니엘 리카르도(레드불)가 새롭게 선두로 올라섰다. 그리고 리카르도는 그것을 마지막 피니시 라인까지 무사히 가져왔고 시즌 첫 우승 달성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3위만 세 경기 연속으로 거뒀던 리카르도에게 이것은 시즌 첫 그랑프리 우승이다. 또한 레드불에게도 시즌 첫 우승이다. 맥스 페르스타펜은 이번에 또 차에 이상이 생겨 리타이어했다. 벌써 시즌 네 번째 리타이어다.




 두 번째 세이프티 카가 철수한 직후인 20랩 턴1에서 마사(윌리암스)가 베텔의 2위 포지션을 크게 위협했다. 그러나 후에 차에 이상이 생긴 듯 마사는 단 두 바퀴 사이에 거의 10계단을 순위를 떨어뜨렸고, 끝내 25랩에 들어간 피트에서 깊은 아쉬움을 남기는 리타이어를 했다.


 리카르도가 선두로 올라섰을 때 그 바로 뒤에는 마사의 18세 팀 동료 랜스 스트롤(윌리암스)이 있었다. 당시 그의 순위는 2위였다. 하지만 레이스 마지막 바퀴 마지막 코너를 지나 보타스(메르세데스)가 슬립스트림을 이용해 스트롤을 향해서 성큼성큼 다가섰고, 피니시 라인 바로 앞에서 극적으로 추월에 성공해 보타스가 최종 2위, 스트롤은 최종 순위 3위를 거뒀다.


 그렇게 다니엘 리카르도와 발테리 보타스, 랜스 스트롤이 마지막에 시상대에 올랐다. 스트롤은 이번에 루키 시즌에 가장 어린 나이에 시상대를 밟은 F1 드라이버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다니엘 리카르도는 브레이크 덕트에 낀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6랩에 피트인해 17위까지 순위를 떨어뜨렸다가 이번에 우승을 거뒀다.


 발테리 보타스는 더했다. 원래는 2위로 레이스를 출발했었지만, 오프닝 랩 턴2에서 바깥쪽으로 추월해 들어온 페라리의 키미 라이코넨과 몸싸움을 하다 서로 엉키면서 충돌했고, 거기서 타이어와 차체가 크게 망가져 피트인해 수리하느라 팀 동료 해밀턴에 한 바퀴 뒤진 20위 꼴찌로 추락했었다.


 하지만 이후 세 차례나 나온 세이프티 카와 레드 플래그에 도움을 받아 주회지연을 만회할 수 있었고, 해밀턴이 헤드레스트를 교체하고 베텔이 패널티를 이행하고 트랙으로 돌아왔을 때 놀랍게도 보타스는 그들 앞에서 5위를 달리고 있었다.


 라이코넨은 결국 이번 레이스에서 나온 7명 미완주자 가운데 한 명이 됐다. 레드 플래그 상황 이후 계속해서 주회지연 상태로 꼴찌에서 달렸던 라이코넨은 49랩에 피트인해 리타이어했으며, 라이코넨 외에 포스인디아에서 세르지오 페레즈, 윌리암스에서 펠리페 마사, 레드불에서 맥스 페르스타펜, 토로 로소에서 다닐 크비야트가 리타이어했고, 르노의 졸리언 파머가 엔진 이슈로 리타이어, 그의 팀 동료 니코 훌켄버그는 벽에 충돌해 바퀴가 꺾여버리는 바람에 리타이어했다.




 드디어 멕라렌이 올해 첫 챔피언십 포인트를 입수했다. 페르난도 알론소가 9위를 거둬 멕라렌은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에서 포인트 2점을 올렸다. 하지만 챔피언십 순위는 여전히 10위 꼴찌다. 


 챔피언십 라이벌 세바스찬 베텔과 루이스 해밀턴은 각각 4위와 5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캐나다 GP 종료 시점 두 사람의 챔피언십 포인트 차이는 12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14점으로 소폭 벌어졌다.


 만약 해밀턴에게 헤드레스트 사고가 없었고 우승했더라면, 베텔에 3점 앞선 챔피언십 리더에 올라설 수 있었다.


사진=Formula1.com

글=offerkis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