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TORSPORT

[2016 F1] 16차전 말레이시아 GP 결선 레이스 - 드라마 끝에 레드불이 1-2를 차지

사진/Formula1.com, 레드불, BBC



 한 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진 2016 시즌 16차전 경기 말레이시아 GP 결선 레이스에서 레드불이 1-2 피니쉬를 달성했다. 레이스 후반까지도 루이스 해밀턴이 라이벌들을 20초 이상 크게 리드했었지만 피로 누적으로 인한 것인지 그의 엔진이 돌연 퍼져버려, 이 레이스의 영광은 당시 2위와 3위를 달리고 있던 레드불의 것이 되었다.


 날씨는 좋았다. 레이스 시작 전 기온은 33도, 트랙 온도는 53도로, 날이 흐렸던 토요일보다 따뜻했으며 FP2와 유사했다. 예선에서는 폴 포지션을 획득한 루이스 해밀턴이 팀 동료이자 챔피언쉽 라이벌인 니코 로스버그보다 0.4초 이상 빨랐지만, 롱-런 페이스는 해밀턴과 로스버그가 서로 비슷해서 둘의 접전이 예상됐다.





 스타트에서 루이스 해밀턴은 이번 만큼은 무사히 선두 포지션을 지켜냈다. 하지만 그 바로 뒤에서는 다니엘 리카르도(레드불)를 추월하고 턴1로 진입한 세바스찬 베텔의 페라리 머신과 니코 로스버그의 메르세데스 머신 간에 큰 충돌이 일어났다. 그 충격에 베텔은 왼쪽 바퀴가 완전히 망가져 더 이상 레이스를 이어갈 수 없게 됐다. 이 사고로 나왔던 버추얼 세이프티 카가 걷힌 4랩에 2위는 다니엘 리카르도(레드불), 3위는 맥스 페르스타펜(레드불), 4위는 키미 라이코넨(페라리), 5위는 세르지오 페레즈(포스인디아), 6위는 젠슨 버튼(멕라렌)이 되었으며, 턴1에서 베텔과의 충돌로 완전히 스핀해버린 로스버그는 17위로 순위를 떨어뜨렸다가 두 계단을 만회했다.


 이번 말레이시아 GP에서 메르세데스는 한 명의 드라이버가 우승하고 다른 한 명이 최소 10위를 해야지 컨스트럭터 챔피언쉽 우승을 조기에 달성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페트로나스에게 그들이 타이틀 스폰서인 말레이시아 GP에서 특별한 선물을 줄 수 없었다.


 하지만 12랩에 로스버그는 졸리언 파머의 르노 머신을 추월하고 10위권에 진입했다. 그 무렵 해밀턴은 레드불에 5초 중반 정도 앞에서 레이스를 리드하고 있었다.





 20랩에 피트인한 해밀턴은 예상을 깨고 소프트가 아닌 하드 컴파운드 타이어를 선택했다. 해밀턴을 견제하며 레이스를 펼치던 리카르도도 즉시 피트인해 하드 컴파운드 타이어를 선택했다. 피렐리의 데이터로는 하드 컴파운드 타이어로 30바퀴를 달릴 수 있었기 때문에, 둘은 원-스톱 전략으로 갈 것으로 보였다.


 피렐리가 레이스 전에 예측한 가장 빠른 피트스톱 전략은 3스톱이었다. 하드 컴파운드 타이어를 레이스 중에 한 차례 사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소프트 컴파운드 타이어로 달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원-스톱 전략은 세 번째로 빠른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에, 메르세데스의 선택은 조금 의외였다.


 27랩, 새롭게 레이스 리더가 된 맥스 페르스타펜(레드불)이 소프트 타이어에서 페이스 유지에 버거워하다 결국 피트인했다. 여기서 하드 타이어로 교체하고 라이코넨 앞 3위로 트랙에 복귀했다. 그렇게 레이스 리더 자리는 다시 해밀턴에게 돌아갔다.


 이후 계속해서 최속 랩 타임을 갱신해나간 해밀턴이 31/56랩에 리카르도, 페르스타펜과의 간극을 각각 14초, 18초로 벌렸다. 같은 시각 로스버그(메르세데스)가 피트인했고, 32랩에 라이코넨(페라리)이 4위에서 피트인해 다시 4위로 나왔다. 그 뒤에 바로 로스버그가 있었다. 둘 다 하드 컴파운드 타이어를 신고 있었지만, DRS를 쓸 수 있는 건 로스버그 뿐이었다. (올해 말레이시아 GP DRS 존은 백 스트레이트와 메인 스트레이트 두 곳이었다.)


 38랩, 메인 스트레이트를 통과한 로스버그가 라이코넨의 바깥쪽에서 큰 원을 그리며 턴1을 돌아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연결된 턴2에서는 유리한 안쪽 공간을 차지, 다소 거친 몸싸움 끝에 라이코넨을 밀쳐내고 추월을 성공시켜냈다. 이때 시상대에 입상하기 위해 그가 좁혀야할 거리는 이미 20초가 넘었고, 남은 거리를 생각할 때 레드불을 따라잡는 건 힘들어보였다.





 그러던 41랩, 트랙에 또 다시 버추얼 세이프티 카가 나왔다. 이번에 그것을 불러낸 것은 다름 아닌 루이스 해밀턴이었다. 막 카메라 앵글에 들어온 해밀턴의 메르세데스 머신에서는 뒤쪽으로 화염이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그 순간 그가 할 수 있는 건 트랙 바깥쪽에 차를 세우는 것 뿐이었다.


 라이벌들에 크게 앞서 달리고 있었던 해밀턴은 돌연 거기서 리타이어했다. 해밀턴의 리타이어는 2016 시즌 컨스트럭터 타이틀은 오늘 메르세데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고, 레드불에게는 또 한 번 우승 기회가 찾아왔다는 것을 의미했다.


 니코 로스버그는 해밀턴의 리타이어로 시상대에 오를 수 있게 됐지만, 라이코넨을 추월하면서 일으킨 몸싸움에 10초 패널티를 받고 말았다. 43랩에 4위 라이코넨과의 거리는 불과 6초였다.




 

 39랩 턴4를 시작으로 턴5, 6, 7으로까지 이어진 환상적인 휠-투-휠 배틀에서 팀 동료 페르스타펜의 추월을 막아냈던 다니엘 리카르도는 해밀턴의 사고로 버추얼 세이프티 카가 나왔을 때 피트인해 교체한 새 소프트 타이어에서 팀 동료를 상대로 이점을 가지게 됐다. 페르스타펜도 그때 같이 피트인했었지만, 예선에서 새 소프트 타이어를 남겨두지 않고 다 써버린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레이스 종료를 6랩 남겨두고 리카르도와 페르스타펜의 간격은 1초 근방이었다. 그러나 그 뒤에 점점 차이가 벌어지더니 나중에는 3초로 간격이 확대됐고, 결국 다니엘 리카르도가 말레이시아 GP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레드불에게는 스페인 GP 이후 시즌 두 번째 우승이며, 다니엘 리카르도에게는 올해 처음으로 거둔 우승이자 2014년 벨기에 GP 이후 첫 승이다.


 리카르도가 우승하고 맥스 페르스타펜이 2위를 해, 전 챔피언쉽 4연패 팀 레드불은 2013년 브라질 GP 이후로 오랜 만에 1-2 피니쉬를 맛봤다.


 3위 시상대는 레이스 종료를 6랩 가량 남겨두고 끝내 10초 이상 라이코넨을 떼어놓는데 성공한 니코 로스버그가 차지했다. 해밀턴이 리타이어하면서, 시즌 종료까지 이제 다섯 경기를 남겨두고 로스버그는 해밀턴과의 챔피언쉽 포인트 차이를 기존 8점에서 23점으로 대폭 넓혔다.





 그리고 윌리암스의 발테리 보타스가 5위, 포스인디아의 세르지오 페레즈가 6위, 22위로 출발했던 멕라렌의 페르난도 알론소가 7위를 했다. 그리고 니코 훌켄버그(포스인디아) 8위, 젠슨 버튼(멕라렌) 9위, 졸리언 파머(르노)가 10위를 했다.


 오프닝 랩 턴1에서 일어난 사고와 관련해 현재 스튜어드가 세바스찬 베텔의 책임 유무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