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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의 니코 로스버그가 멕시코 GP에서 23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한 F1 드라이버가 됐다. 같은 팀의 루이스 해밀턴이 2위, 윌리암스의 발테리 보타스가 3위를 했다. 페라리는 더블 리타이어했다.
예선에서 4경기 연속 폴을 획득했던 니코 로스버그가 가장 앞장서 레이스를 출발했다. 이번 레이스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턴1. 접지력이 더 좋은 레이싱 라인 쪽 그리드에서 출발했던 로스버그(메르세데스)가 턴1을 확실하게 선점했다. 이번엔 사이드-바이-사이드가 되지 않았고, 오스틴에서와 같은 아찔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문제는 베텔(페라리)이었다. 드라이버 챔피언쉽 2위 자리를 놓고 니코 로스버그(메르세데스)와 경쟁하는 독일인 페라리 드라이버는 턴1에서 과거 레드불 팀 동료 다니엘 리카르도와 둔탁하게 충돌해 펑크난 타이어를 교환하기 위해 피트인하면서 맨 뒤로 순위를 떨어뜨렸다. 베텔의 동료 키미 라이코넨이 기어박스와 엔진을 교체하고 19번째로 레이스를 출발했었기 때문에 페라리로썬 무척 낙담스런 전개가 됐다.
FIA는 베텔과 리카르도 사이에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누구도 처벌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멕라렌의 페르난도 알론소가 오프닝 랩에서 리타이어하고 말았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MGU-H 이슈로 파워 유닛의 출력이 감소했다고 한다.
3랩에 DRS가 해제 됐을 때, 상위 10위는 로스버그(메르세데스), 해밀턴(메르세데스), 키바트(레드불), 리카르도(레드불), 보타스(윌리암스), 페르스타펜(토로 로소), 마사(윌리암스), 페레즈(포스인디아), 훌켄버그(포스인디아), 사인즈(토로 로소)로 이루어져있었다.
보타스와 마사 두 윌리암스 드라이버가 차례로 첫 피트스톱을 마친 10랩, 니코 로스버그가 1.3초 앞에서 해밀턴을 선도했다. 거의 매 랩마다 추월을 한 라이코넨(페라리)이 11랩에 9위로 부상했다. 베텔도 빠르게 앞으로 전진해, 17랩에 버튼(멕라렌)을 추월하고 11위가 됐다. 그러나 이 노력은 곧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18랩, 연이어 S자를 그리는 턴7~ 턴11 구간에서 장렬하게 미끄러져 16위로 다시 후퇴했다.
21랩에 로스버그와 해밀턴의 거리는 2.5초 즈음. 그리고 레드불의 다닐 키바트는 로스버그에 13초 뒤를 달렸다. 여기서는 키바트가 22랩에 가장 먼저 피트인했다. 그 역시, 베텔이나 윌리암스 듀오처럼 소프트에서 미디엄 컴파운드로 전환했다. 그가 트랙에 나왔을 때, 바로 뒤에서 서로 대치 중이던 라이코넨(페라리)과 보타스(윌리암스)가 턴5에서 급기야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라이코넨과 보타스 사고 영상
비록 안쪽에 있었지만 절반 정도 뒤에 있었던 보타스와, 바깥쪽에 있었지만 절반 정도 앞에 있었던 라이코넨이 서로 물러서지 않으면서 타이어끼리 부딪히고 말았고, 그 충격에 라이코넨의 후방 서스펜션이 부러져 더 이상 레이스를 계속할 수 없게 돼버렸다. 여기서도 FIA는 누구도 처벌하지 않았다.
27랩,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던 로스버그(메르세데스)가 처음으로 피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29랩에 해밀턴이 피트인, 여기서 순위 교체는 일어나지 않았으며 로스버그는 3초의 거리를 두고 다시 레이스를 선도했다. 총 71랩을 달리는 레이스가 절반에 이른 35랩, 3위에서 피트스톱했던 리카르도(레드불)가 윌리암스 뒤로 물러나면서, 상위권은 로스버그, 해밀턴, 키바트, 보타스, 마사, 리카르도 순이 됐다.
13위 베텔(페라리)이 36랩에 어떤 드라이버보다 일찍 두 번째 피트스톱을 실시했다. 그리고 로스버그와 해밀턴 두 메르세데스 드라이버 사이로 트랙을 나왔다. 주회지연이 된 것이다. 베텔은 메르세데스에게 페이스로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상 그는 청색기를 피할 수 없었다. “내가 더 빨라”라고 주장하며 계속해서 청색기를 무시하던 베텔에게 팀은 무전으로 해밀턴을 보내주지 않으면 패널티를 받게 된다고 말해 간신히 설득시켰다.
1스톱 전략으로 갈 줄 알았던 메르세데스에서 니코 로스버그가 47랩에 예상 밖의 두 번째 피트스톱을 했다. 로스버그에게 뭔가 문제가 생긴 줄 알았지만, 팀 차원에서 더 안전한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었다. 그러나 만약 해밀턴이 지금 사용 중인 타이어에 만족해 팀의 결정에 불복하고 피트인하지 않는다면,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해밀턴은 전략이 바뀐 이유를 재차 물으며 한 차례 피트입구를 지나쳤고, 마지못해 그 다음 바퀴에 피트로 향했다.
주회 지연된 세바스찬 베텔이 간절히 바라던 세이프티 카가 52랩에 투입됐다. 그러나 그 세이프티 카를 불러들인 게 바로 베텔이었다. 턴7에서 배리어에 충돌해 에어로 파츠들이 크게 부서진 이 사고로 페라리는 더블 리타이어라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세바스찬 베텔 사고 영상
베텔의 사고와 동시에 피트레인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레드불에서 모두 피트스톱했고, 윌리암스에서 마사가 피트를 향해 들어갔지만 보타스(윌리암스)는 트랙을 계속 지켰다. 이미 44바퀴를 달린 타이어로 과연 남은 레이스를 잘 버틸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무렵, 보타스도 뒤늦게 피트인했다. 윌리암스는 새 미디엄, 레드불은 헌 소프트 타이어를 선택했다.
로스버그(메르세데스), 해밀턴(메르세데스), 키바트(레드불), 보타스(윌리암스), 리카르도(레드불), 마사(윌리암스), 훌켄버그(포스인디아), 페레즈(포스인디아), 페르스타펜(토로 로소), 그로장(로터스) 순으로 58랩에 레이스가 재개됐다. 로스버그와 해밀턴의 순위는 AMG GT 세이프티 카가 철수한 직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뒤에서는 턴1에서 키바트와 보타스의 순위가 교체됐고, 보타스는 조금씩 차이를 벌리며 3위 포지션을 굳혀나갔다.
세이프티 카 철수 이후, 해밀턴은 독일인 팀 동료를 쫓아가기만 할 뿐 딱히 손을 쓰지 못했다. 마지막에 로스버그가 트랙을 살짝 벗어나는 아찔한 실수를 했지만, 해밀턴에게도 비슷한 실수가 나왔다. 둘의 거리는 마지막을 향하면서 조금씩조금씩 벌어졌고, 결국 1.9초 간격으로 로스버그가 먼저 체커기를 받고 해밀턴이 두 번째로 들어왔다.
레이스 결과
그렇게 니코 로스버그가 멕시코 GP에서 23년 만에 우승한 F1 드라이버 됐다. 올해 로스버그가 우승한 건 이번까지 네 번째. 6월 오스트리아 GP 이후 오랜만에 거둔 우승이며, 스페인 GP 이후 첫 폴-투-윈이다. 그리고 보타스(윌리암스)가 3위를 해, 캐나다 GP 이후 두 번째로 포디엄 피니쉬에 성공했다. 키바트와 리카르도 두 레드불 드라이버가 각각 4위와 5위를 했다. 마사(윌리암스)가 6위, 훌켄버그(포스인디아) 7위, 페레즈(포스인디아) 8위, 페르스타펜(토로 로소) 9위, 그리고 그로장(로터스)이 10위를 했다.
이번 경기에서 리타이어한 드라이버는 자우바에서 나스르, 페라리에서 베텔과 라이코넨, 멕라렌에서 알론소까지 총 4명이다. 이번 우승으로 로스버그는 베텔을 제치고 챔피언쉽 2위를 회복했다. 로스버그의 포인트는 베텔보다 21점 많은 272점이다.
photo. formul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