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해치백들의 피 튀기는 혈전에 ‘혼다 시빅’이 최신형으로 뛰어들었다. 동급 해치백 시장에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현대 i30’보다도 신식인 ‘혼다 시빅’은 예년처럼 세단이 제외된 해치백 뿐인 유럽에서 1.4와 1.8 가솔린 모델, 그리고 2.2 디젤 모델로 출시되었다.
북미에서 출시된 신형 시빅 세단보다 65mm가량 휠베이스가 짧은 유럽형 해치백은 완전히 새로운 패널을 입고 있다. 선대와 비교해 외관의 전체적인 윤곽에는 변함이 없지만 전후 페시아가 풍기는 첫 인상은 훨씬 대중적이 됐다. 그렇지만 여전히 과반수에게 호감을 얻는 스타일은 아니다. 선대와 차체 사이즈를 비교하면 35mm 길어지고 12mm 넓어졌으며 2mm 낮아졌다. 휠 베이스는 30mm 연장되었다.(신형 시빅은 일본 대지진 여파로 혼다 R&D 센터가 타격을 받는 바람에 디자인 팀이 영국으로 날아가 완성했다.)
2층 구조의 독특한 대시보드는 이번에 생존했다. 아날로그 게이지가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고 대시보드 자체가 한층 여유롭고 자유롭게 디자인돼 읽기 수월해졌다. 퀄리티도 좋아졌다. 대부분의 표면이 소프트 터치 플라스틱으로 덮여 손끝이 닿았을 때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좌우가 하나로 연결돼 스포일러 역할을 병행하는 테일라이트와 두꺼운 C필러로 인한 시야 방해는 여전하다.
신형 시빅 세단은 멀티링크를 리어 서스펜션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해치백은 토션 빔을 사용한다. 그 이유는 실내공간 때문이다. 연료탱크를 앞좌석 아래로 밀어내 뒷좌석 부근에 최대한 많은 공간을 확보, 그리고 그곳에 앞으로 눕힐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관 의자처럼 위로 젖힐 수 있는 시트를 배치했다. 라이벌에게서 볼 수 없는 이 아이디어를 혼다는 선대로부터 제외시키지 않고 계승해 동급 최고의 다재다능함을 승부수로 띄웠다. 해치백의 짐칸용량 477리터는 폭스바겐 골프보다 127리터 넓다.
토션 빔에 고무 부싱 대신 유체 부싱을 사용한 신형 ‘시빅’은 개선된 승차감을 분명하게 전달한다. 특히 잔잔한 요철을 잘 받아내는데, 다행스럽게도 선대가 받은 비판에 귀를 기울여 NVH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한 혼다는 노면 소음과 고속주행에서의 진동을 크게 개선시켜 더욱 세련된 주행능력을 구현했다. 다만 하체의 특성 변화가 핸들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운전하는 즐거움이 선대보다 감소했다. 특히 코너링 그립이 부실하다. 2.9에서 2.5회전으로 단축된 스티어링은 예리한 운전자에게 너무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좁은 도심에선 탁월하다.
1.4와 1.8 i-VTEC 가솔린 엔진 출력은 여전히 100ps(98hp)와 142ps(140hp). 그렇지만 라이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기량이 큰 2.2 터보 디젤 엔진은 10ps 강력해진 150ps(148hp) 출력과 1kg-m 강력해진 35.7kg-m(350Nm) 토크를 발휘, 그와 동시에 12% 개선된 약 23.8km/L 연비를 기록한다.
이 세 엔진도 나쁘진 않지만 가장 추천해주고픈 신개발 1.6 디젤 엔진이 2012년 가을에 유럽시장에 추가된다. 알루미늄 블록으로 이루어진 1.6 디젤 엔진은 2.2 디젤 엔진보다 50kg 가벼운 170kg을 전후하며, 동력성능으로 4,000rpm에서 120ps(118hp), 2,000rpm에서 30.6kg-m(300Nm) 피크토크를 발휘한다. 또한 아이들 스톱/스타트 기구를 기본적으로 결합해 CO2 배출량을 km 당 100g 미만으로 잘라낸다.
표준장비가 나쁘지 않아 1만 6,500파운드부터 시작하는 가격이 나쁘게 받아들여지진 않지만, 폭스바겐 골프보단 비싼건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