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라렌! 어디 한번 덤벼봐 - 2012 Ferrari 458 Spider

사진:페라리

오픈 톱 V8 페라리 역사가 시작되는 308 GTS 당시에는 설계상 단순함이 장점으로 작용해 타르가 루프가 애용되었다. 외부 노출이 적어 스타일 훼손 없이 오픈 에어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 역시 타르가를 싫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본디 인간은 더 나은 것을 갈망하기 마련. 사람들의 기대가 상승하면서 페라리는 348부터 풀 컨버터블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F355, 360, F430에 계속해서 페라리는 패브릭으로 콕핏을 덮는 소프트 톱을 사용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에 차가운 하드 톱을 채용하더니 페라리가 SA 아페르타에 이어 이번에는 베스트셀링 ‘458’의 스파이더 모델에 까지 과감하게 하드 톱을 채용했다. 소프트 톱보다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무게도 무거워 차체 밸런스를 혼란시킨다는 치명적 단점으로 하드 톱은 특히 고성능 자동차들에게 철저하게 외면 당해왔다.

그러나 575M 슈퍼아메리카가 사용한 회전식 시스템을 꾸준하게 발전시켜온 페라리는 B필러를 회전축으로 사용해 부품 수를 줄이고 알루미늄과 같은 경량 재질를 적극 도입해 F430 스파이더의 소프트 톱보다 25kg 가볍게 완성된 루프 시스템을 ‘458 스파이더’에 탑재했다. 그만큼 차량 전체 중량의 증가폭도 크지 않다. 공차중량 1,535kg의 스파이더는 쿠페보다 50kg 무거울 뿐이다.

쿠페에 탑재되었던 4.5 V8 자연흡기 엔진과 더블클러치 기어박스를 그대로 끌어온 스파이더 역시 시판차에게 차고 넘치는 최고출력 578ps, 최대토크 55.1kg-m를 발휘,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를 주파하는데 3.4초를 소요한다. 제로백은 그대로지만, 리어 덱 디자인이 변경되면서 저항력이 0.33에서 0.335로 조금 상승해 최고속도가 5km/h 쳐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경이적인 320km/h에 이른다.

루프를 닫으면 잡아먹을 듯이 질러대던 괴성이 잠잠해진다. 속도를 높여도 쿠페에 대등한 정도인데, 역시 하드톱인 영향이 크다. 루프를 내리면 자동으로 솟아오르는 윈드 디플랙터가 콕핏으로 침투하는 난류를 효과적으로 막아낸다.

쿠페와 스파이더의 주요 메커니즘에 차이는 없다. 하지만 트랙에서 쿠페 오너와 돈내기를 할 생각이라면 피하는 편이 좋다. 스파이더의 엔진 맵핑, 댐퍼, ESP가 상대적으로 무디게 셋팅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차체 강성이 30% 약화되었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 차이는 페라리의 사설 트랙인 피오라노 트랙에서 테스트한 결과 0.5초 갭을 보인 정도로, 쿠페의 단단한 그립과 날카로운 핸들링이 여전해 트랙을 벗어나면 둘의 차이를 인식하기 어렵다.

B필러를 중심축으로 회전한 루프가 두 조각으로 쪼개어져 토너 커버 아래에 거꾸로 수납되는데 14초가 넘지 않는다. F430때 20초가 걸렸다는 걸 상기하면 무척 빠른 것이다. 파워트레인 구조상 ‘458 스파이더’의 트렁크는 뒤가 아닌 앞에 있지만, 혁신적인 루프 시스템이 많은 공간을 잡아먹지 않은 덕분에 시트 뒤에 여행용 가방을 놓을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이 생겨났다.

안타깝게도 고개만 쭉 빼도 V8 엔진을 훔쳐볼 수 있었던 글라스 엔진 커버가 스파이더에는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롤 오버 프로텍터와 함께 솟아난 두 뿔이 새롭게 난 엔진 흡기구를 향해 기류 채널을 형성하는 ‘458 스파이더’만의 특별한 리어 덱 디자인은 쿠페가 지닌 본연의 매력을 컨버터블은 유지하지 못한다는 정설을 무너뜨리고 쿠페의 음탕한 실루엣을 고스란히 지켜냈다. 더욱이 글라스 엔진 커버를 끝까지 고수한 F430 스파이더보다 훨씬 깔끔하고 멋지다.

베스트셀링 페라리의 스파이더 모델 ‘458 스파이더’에는 쿠페보다 무려 2만 5,725파운드(약 4천 500만원) 비싼 19만 8,906파운드(약 3억 5천 만원)라는 가격이 책정되었다. 그런데도 그만한 가치가 없다고 딱 잘라 말하기가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페라리를 지켜보면서 쿠페보다 스파이더가 더 낫다고 확신이 든 게 이번이 처음이다. 완벽한줄 알았던 쿠페에게 없는 또 하나의 매력을 스파이더에서 찾았다.

이전 오픈 톱들과 달리 루프를 올리거나 내려도 기화되지 않는 섹시함을 감히 비교할 대상이 없다. 비록 한 가족이지만 쿠페라도 마찬가지. 멕라렌 MP4-12C의 등장에도 요지부동이던 ‘페라리 458 이탈리아’의 드림카 일인자 자리가 어느 때보다 위태롭다.

장x폭x고: 4,527x1,937x1,211mm

휠베이스: 2,650mm

엔진: 4499cc, 90° V8 32밸브 직분 자연흡기

압축비: 12.5:1

트랜스미션: 7단 자동 더블 클러치

출력: 578ps(570hp)/9000rpm

토크: 55.1kg-m(540Nm)/6000rpm

최고속도: 320km/h

0-100km/h: 3.4초

0-200km/h: 10.8초

전후중량배분: 4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