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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포르쉐, 멕라렌이 뜨겁게 경쟁한 1990년대, 그곳엔 재규어도 있었다. 550마력의 미드쉽 슈퍼카 ‘재규어 XJ220’이 바로 그 주인공. 출시 당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이기도 했던 이 차를 지금 소유한다는 건 단순히 돈만 있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독일 뮌헨, 이곳의 한 호화 차고에서 푸른색의 ‘XJ220’이 새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작 1만 2,600km 밖에 달리지 않았지만, 가격은 상대적으로 무척 저렴하다. 물론 거기엔 다 이유가 있다. 더 이상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가 없을 정도로 크게 파손돼 버린 것이다.
1992년과 1994년 사이 제조된 총 275대의 미드쉽 슈퍼 재규어 중 한 대인 이 차는 2013년 벨기에에서 과속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 지금의 흉물스런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폐차가 유일한 답일 것 같은 이 차는 아직 20만 유로의 몸값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돈으로 2억 원이 족히 넘는 이 돈으로 멀쩡히 잘 달리고 블링블링한 재규어의 최신형 스포츠 카 ‘F-타입’을 두 대나 구입하고도 잔돈을 남길 수가 있지만, 그들만의 세계는 복원 후 재판매 가치를 고려하라고 암묵의 설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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