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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A 포뮬러 원 시즌 17차전 US GP 결승 레이스에서 메르세데스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이 로스버그를 꺾고 5연승을 달성했다. 이탈리아, 싱가포르, 일본, 러시아, 그리고 이번 미국에서의 우승으로 해밀턴은 팀 동료 로스버그와의 챔피언쉽 포인트 차이를 17점에서 24점으로 넓히고 2회 챔피언 등극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이번 레이스의 또 다른 주인공은 레드불이었다. 다니엘 리카르도가 윌리암스를 밀어내고 메르세데스와 함께 시상대에 올라 트로피를 손에 넣었은 것 뿐 아니라, 피트레인에서 출발했던 세바스찬 베텔이 레이스 종료를 10랩 가량 남겨두고 실시한 피트스톱에서 소프트 타이어를 신고나와, 단 두 바퀴만에 5계단이나 순위를 격상시켜 7위로 레이스를 완주했다.
재정난을 이기지 못한 케이터햄과 마루시아가 참전하지 않아 총 18대의 머신으로만 치러진 이번 US GP는 5.513km 길이의 서킷을 56바퀴 도는 총 길이 308.405km의 레이스였다. 예선 결과와 실제 레이스 출발 순서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젠슨 버튼(멕라렌)이 기어박스 교체에 따른 5그리드 강등 패널티를, 대닐 키바트(토로 로소)가 엔진 교체에 따른 10그리드 강등 패널티를 받아 버튼은 12번째 그리드에서 출발했고 키바트는 세바스찬 베텔의 피트레인 스타트로 맨 뒤인 17번째 그리드에서 출발했다.
이례적인 머신 수로 다소 허전함이 느껴졌던 스타팅 그리드는 피렐리가 투입한 두 종류의 타이어 컴파운드 소프트(노랑)와 미디엄(하양) 가운데 소프트로 지배되었다. 미디엄 컴파운드 타이어로 출발한 드라이버도 있었는데, 포스인디아 드라이버 니코 훌켄버그, 토로 로소 드라이버 대닐 키바트, 그리고 레드불 드라이버 세바스찬 베텔이 그랬다.
드라이버의 시야에서 에이펙스를 눈으로 확인하기 힘든 업힐(uphill) 턴1을 폴 스타터 니코 로스버그가 가장 먼저 돌아나갔다. 그리고 루이스 해밀턴이 곧바로 그 뒤를 쫓았다. 바로 뒷열에서 출발한 윌리암스 진영에서는 스타트가 더 좋았던 마사가 보타스를 추월한 뒤 해밀턴의 뒤에 바짝 붙었다.
6위에서 출발한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가 다니엘 리카르도를 추월하고 곧바로 턴1에서 보타스를 공격했지만, 스피드가 부족했다. 잠시 숨을 고르려는 찰나, 페레즈(포스인디아)가 키미 라이코넨의 페라리와 에이드리안 수틸의 자우바 머신에 연쇄추돌하는 사고가 턴12에서 발생했다. 충돌과 함께 주변으로 파편이 흩어지며 일부 머신이 이것을 밟았고, 라이코넨을 포함한 일부 드라이버가 오프닝 랩을 마치기도 전에 피트인을 실시했다.
데미지를 입고 방치된 수틸의 자우바 머신과 파편을 치우기 위해 세이프티 카가 투입되었다.
5랩에 레이스가 재개된 이후, 로스버그는 해밀턴으로부터 멀리 달아나지 못했다. 해밀턴은 계속해서 로스버그의 미러 안에서 드라이빙을 했고, 둘은 DRS 사정권 이상 떨어지지 않았다. (올해 US GP DRS 존은 스타트/피니쉬 스트레이트와 턴11과 턴12 사이 롱 스트레이트 두 곳이다.)
레이스 14/56랩에 로스버그가 왼쪽 앞 타이어의 마모를 무전으로 알렸고, 16랩 끝에 피트인했다. 여기에 드라마는 없었다. 이번 레이스의 결정적 장면이 등장한 건 나란히 미디엄 컴파운드 타이어로 두 번째 스틴트를 달리고 있던 레이스 중반으로, 안 그래도 가까웠던 둘의 간격이 더욱 가까워지더니 24랩/56랩 두 번째 DRS 구간이 끝나는 턴12 입구에서 해밀턴이 추월을 아슬아슬하게 성공시키고 선두에 올라섰다. 바로 앞서서 알론소와 버튼의 격렬한 사이드-바이-사이드 전투로 열기가 고조되었던터라, 두 대의 실버 애로우가 자칫 부딪히지 않을까 서로 주저하며 추월하는 장면은 실제로 보여지는 것보다 더 역동적으로 느껴졌다.
이후, 딱히 선두 다툼이라 말할만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레이스 후반부에 로스버그가 리카르도(레드불)에게 추월당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에 메르세데스의 1-2위 완주가 위태롭게 느껴진 순간은 있었다.
이번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부터 시상대 입상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던 다니엘 리카르도(레드불)는 레이스 초반 세이프티 카가 철수한 5랩에 곧바로 턴1에서 알론소(페라리)를 공격해 부진한 스타트로 스페인인에게 빼앗겼던 순위를 되찾았다.
로스버그가 14/56랩에 피트인하기 바로 전에 리카르도(레드불)가 마사(윌리암스)와 함께 피트인했었다. 두 사람은 각각 9위와 10위로 트랙에 복귀했지만, 타이어 선택은 서로 달랐다. 리카르도는 미디엄을, 마사는 소프트를 선택했다. 마사와 리카르도가 홈 스트레이트를 달리고 있을 때, 로스버그와 같은 타이밍에 피트인했던 보타스(윌리암스)가 피트출구를 나오고 있었다. 보타스는 가까스로 리카르도보다 앞장서 턴1 입구에 진입했지만, 따끈하게 달아오른 리카르도의 타이어는 더욱 빠른 코너링 스피드를 생산해냈고 보타스는 순위를 지켜내지 못했다.
두 번째 피트인을 실시했을 때 리카르도는 보타스에 현저하게 앞서 있어, 피트를 빠져나와서도 둘의 순위는 바뀌지 않았다. 바로 다음 바퀴에는 두 번째 피트인을 실시한 마사보다 먼저 턴1을 접수, 3위로 부상했다.
리카르도(레드불)는 이후 최속 랩 타임을 내며 빠르게 속도를 높여, 분명 쾌적한 레이스를 하지 못하고 있었던 로스버그에게 36랩/56랩에 4초대까지 접근했다. 그러나 곧 로스버그가 페이스를 살짝 높여, 해밀턴에게 3초 아래로 다가섰고 리카르도와는 6초대로 간격을 넓혔다.
그렇게 어느 순간 해밀턴(메르세데스), 로스버그(메르세데스), 리카르도(레드불), 마사(윌리암스), 보타스(윌리암스)로 이어지는 순위가 굳혀져, 그 순서 그대로 레이스가 종료되었다.
피트레인에서 출발했던 세바스찬 베텔(레드불)의 레이스도 인상적이었는데, 페레즈와 수틸의 레이스 초반 리타이어로 15위에서 레이스를 할 수 있었던 베텔은 레이스 중반에 알론소에게 추월 당하며 쉽지 않은 경기를 이어갔지만, 다른 드라이버들보다 배로 많은 네 차례의 피트스톱을 한 베텔은 마지막 피트스톱에서 소프트 타이어로 갈아 신고 8바퀴 만에 14위였던 순위를 7위까지 격상시켰다.
마지막에 베텔은 알론소(페라리)의 6위 포지션에 0.5초까지 다가서기도 했다. 더블 포인트가 걸린 시즌 마지막 레이스를 위해 헌 엔진으로 이번 레이스에 임했던 알론소는 오프닝 랩에 페레즈로부터 일격을 당한 키미 라이코넨과 함께 라이벌들보다 8랩 가량 늦은 43랩, 44랩까지 늦춰 실시한 두 번째 피트스톱에서 소프트 컴파운드 타이어를 신고, 라이벌들보다 부드러운 소프트 타이어로 남은 10바퀴 가량의 레이스에 승부수를 던졌다.
미디엄 타이어를 신고 있었던 베텔(레드불)을 DRS 구간에서 추월하고 6위가 된 45랩에 알론소 앞에는 보타스가 있었다. 문제는 핀란드인 윌리암스 드라이버와의 간격이 40초가 넘어 앞으로 그가 해야하는 레이스는 이 6위 순위를 사수하는 것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거셌던 베텔의 막판 스퍼트를 0.5초차로 막아내고 알론소는 예선 순위와 같은 6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레이스 후반, 9위 젠슨 버튼(멕라렌) 뒤로 챔피언쉽 포인트 획득을 노리는 그로장(로터스), 베르뉴(토로 로소), 말도나도(로터스)가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킷을 질주했다. 레이스가 50랩째가 되었을 때, 베르뉴가 턴1을 향해 과감하게 그로장 안쪽으로 뛰어들어 10위로 올라서는데 성공했다. 레이스 종료 네 바퀴를 남겨두고는 젠슨 버튼까지 추월해, 베르뉴의 순위는 8위로 상승했다. 버튼은 곧이어 말도나도(로터스), 베텔(레드불)에게도 속절없이 추월당해 단숨에 포인트권외 11위로 떨어졌고, 최종적으로 라이코넨 앞 12위로 완주했다. 베텔과는 정반대로, 다섯 바퀴 만에 8위에서 12위로 굴러떨어졌다.
2014 F1 17차전 US GP 챔피언쉽 포인트 | |||||||
1 | 루이스 해밀턴 | 316 | 1 | 메르세데스 | 6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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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니코 로스버그 | 292 | 2 | 레드불 | 363 | ||
3 | 다니엘 리카르도 | 214 | 3 | 윌리암스 | 238 | ||
4 | 발테리 보타스 | 155 | 4 | 페라리 | 196 | ||
5 | 세바스찬 베텔 | 149 | 5 | 멕라렌 | 147 | ||
6 | 페르난도 알론소 | 149 | 6 | 포스인디아 | 123 | ||
7 | 젠슨 버튼 | 94 | 7 | 토로 로소 | 31 | ||
8 | ▲펠리페 마사 | 83 | 8 | 로터스 | 9 | ||
9 | ▼니코 훌켄버그 | 76 | 9 | 마루시아 | 2 | ||
10 | 케빈 마그누센 | 53 | 10 | 자우바 | 0 |
오프닝 랩 사고로 세이프티 카가 투입되었을 때 일부 드라이버가 과속을 한 모양. 젠슨 버튼(멕라렌)은 심의는 받았지만 패널티를 면한 반면, 말도나도(로터스)와 구티에레즈(자우바)의 경우 5초 스톱 앤 고 패널티를 받았다. 마지막 바퀴에 베르뉴(토로 로소)를 추월해 9위로 완주했던 말도나도(로터스)는 5초 스톱 앤 패널티를 이행하지 않아 10위로 순위가 강등되었지만, 올해 첫 포인트 달성이라는 성과는 잃지 않았다.
이번 레이스에서는 페레즈와 수틸 외에 엔진 문제를 겪은 훌켄버그도 완주에 실패해, 포스인디아는 유일하게 더블 DNF(Did Not Finish)했다.
루이스 해밀턴의 이번 우승은 시즌 10번째이며, 개인 통산 기록으로는 영국인 드라이버로서는 가장 많은 32번째 우승으로 나이젤 만셀을 이번에 넘어섰다.
시즌 종료까지 남은 경기는 이제 단 두 경기. 바로 다음 주말 브라질이 시즌 18차전 그랑프리의 무대다.
photo. Reuters/efe/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