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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가 BMW X3와 아우디 Q5 등을 겨냥해 4.6미터 길이의 준중형 프리미엄 SUV를 개발했다. ‘NX’가 바로 그것인데, NX는 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하이브리드 모델 ‘NX 300h’를 결정적 무기로 앞세운다.
‘NX 300h’는 디젤 엔진에 평정된 시장에 2005년 출시된 RX 400h, 2009년 출시된 RX 450h의 계보를 잇는, 정교하며 효율성이 뛰어난 SUV다.
렉서스의 첫 터보 직분 엔진을 사용하는 ‘200t’에 앞서 먼저 시장에 출격한 ‘NX 300h’는 155ps 출력의 배기량 2.5리터 앳킨슨 사이클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 그리고 CVT 무단 변속기로 이루어진 파워트레인을 사용한다. 기본 구동륜은 앞바퀴지만 트림을 업그레이드해 4륜으로 만들 수도 있다. 전기모터를 하나만 달거나 두 개를 달아 전륜 혹은 4륜 구동을 만든다. 하지만 국내에 출시되는 건 4륜 구동 뿐이다.
전기모터가 68ps(67hp) 출력을 발휘해 ‘NX 300h’는 최대 197ps(194hp)의 출력을 낸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전륜 구동 모델은 CO2 배출량이 km 당 116g. 반면 4륜 구동 모델은 121g/km로 살짝 높다. 렉서스가 유럽시장에서 공개한 복합연비는 5.2L/100km(AWD)로, 우리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19.2km/L인 이 연비를 실제 운행에서도 온보드 컴퓨터로 자주 확인할 수 있다.
‘NX 300h’는 도심 환경에 최적화되어있다. 저속 영역에서의 충분한 기동성을 갖추고 있고, 드라이빙이 편안하다. 그러나 도심을 벗어나 개방된 도로를 질주할 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차선을 바꿔 발에 힘을 주면, 엔진회전수를 쫓아가지 못하는 실가속력에 순간 당황하게 된다. 기본적인 정숙성은 무척 우수하다. 하지만 고속 주행에서의 풍절음이나 타이어의 그르렁거림이 미처 차단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출퇴근길이 주로 고속도로나 국도인 경우 디젤 모델을 구입하는 것을 추천하게 만든다. 부족한 펀치력도 문제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특성상 일관되게 속도를 유지하기 힘든 도심에서 오히려 연비 측면에서의 장점이 두드러지기 때문의 이유도 크다.
실제로 국내 공인연비를 보면 ‘NX 300h’는 도심에서 리터 당 13km가 나오지만, 고속도로에서는 12.2km로 그보다 낮다.
현대 싼타페보다 60mm 짧은 4.63미터 크기의 ‘NX’는 성인 네 명을 넉넉히 태운다. 다만 뒷좌석 시트에 세 명이 탑승할 경우에는 찝찝하고 어색한 트립(Trip)을 감수해야한다. 뒷좌석 머리위 공간은 적당한 수준.
‘스핀들 그릴’ 만큼이나 대쉬보드 디자인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갈리는데, 계단식의 입체적인 센터페시아 설계가 인체공학적인 방향으로 꽤 머리를 쓴 것 같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버튼들로 인해 마치 옥편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 매우 복잡하고 어수선하다. 최근의 간소화 동향과도 동떨어진다.
‘NX’에는 최근까지 렉서스 모델에 달린 컴퓨터 마우스를 닮은 컨트롤러가 없다. 대신에 아우디와 BMW 등이 사용하고 있는 터치패드 기능(정식 명칭: 렉서스 리모트 터치 인터페이스)을 이용한다. 이 새 시스템은 스마트폰처럼 손가락으로 밀거나 줌·아웃해 화면을 제어할 수 있어,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지금 마우스 타입보다 훨씬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NX 300h’에는 기본적으로 475리터 용량만큼 짐을 실을 수 있다. 뒷좌석 시트를 접으면 1,520리터로 넓어진다. BMW X3의 550리터, 1,600리터에 조금씩 못 미친다. 시장에 따라 용량이 조금씩 다른 모양인데,(국내사양은 카탈로그에 500리터, 1,545리터로 표기되어있다.) 475리터 사양은 공간 절약형 스페어 타이어를 바닥 아래에 싣고 있다.
NX를 두고 디자인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2011년 ‘LF-Gh’ 컨셉트 카를 통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렉서스의 파격적인 ‘스핀들 그릴’이 물론 NX에도 적용되었다. 오히려 더 극적이 되었다. 세단보다 더 매섭게 강조된 마스크는 처음 ‘스핀들 그릴’을 보았을 때의 낯설음과 충격의 기억을 되살린다.
하지만 ‘NX’의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려, 디자인 요소가 렉서스의 자신대로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아니면 부정적 영향을 끼칠지 꼬집어 말할 수 없다. 적어도 국내시장에서는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신뢰가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이때, 기존의 혼다나 도요타 SUV들 사이에서 유독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분명하다.
사실 ‘렉서스 NX’는 도요타 RAV4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되었다. 하지만 90%의 부품이 새 것이며, 그에 동반해 강성이 20% 상승했다.
커브길에서 ‘NX 300h’는 차체의 기울어짐이 적어 안정감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반대의 의미에서 서행 중일 때 포트홀을 통과하면 그 충격이 걸러지지 않는다. 이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F-스포츠’에서 서스펜션이 더 단단해지기 때문. 국내에는 ‘F-스포츠’가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라, 우리에겐 쓸데없는 걱정이다.
옵션 리스트를 꼼꼼히 챙겨봤다면, 짐칸을 최대한으로 넓히기 위해 뒷좌석 시트를 접으려 낑낑 거리는 수고로움을 겪는 일은 없다. 원-터치 전동 방식으로 간편하게 시트를 접을 수 있는 기능이 있기 때문. 만약 내 아이가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며 장난치다 실수로 버튼을 누르더라도 자동으로 접히다 동작을 멈추기 때문에 이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밖에 흥미를 끄는 옵션 목록에는 센터콘솔에 갖춰지는 휴대폰 무선 충전 트레이도 있다. 이 장비들은 모두 국내에 들어오고 있지만, 국내 법 때문인지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빠졌다.
‘렉서스 NX 300h’는 국내에서 “슈프림” 트림이 5,680만 원, “익스클루시브” 트림이 6,380만 원에 판매된다.
동급 사양의 BMW 디젤 SUV와 효율성을 따졌을 때 ‘NX 300h’가 가지는 매력은 생각처럼 크지 않다. 6,600만 원 선에서 판매되는 BMW의 신형 ‘X3 xDrive20d’를 예로 들면, 190마력, 40.8kg-m 토크를 발휘하면서 복합연비로 13.5km/L를 나타내고, ‘NX 300h’는 그보다 낮은 복합연비 12.6km/L를 나타낸다. 이 연비 데이터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공개한 것으로 실연비와는 차이가 꽤 날 것으로 보인다. (도심 연비는 13km/L, 고속도로 연비는 12.2km/L.)
유럽에서 발표된 연비로 놓고 보면 ‘X3 xDrive20d’와 ‘NX 300h’는 복합연비로 각각 5.4L/100km, 5.2L/100km(약 18.5km/L, 약 19.2km/L), 도심연비로 6.2L/100km, 5.3L/100km(약 16.1km/L, 약 18.9km/L), 고속도로 연비로 5.0L/100km, 5.1L/100km(약 20km/L, 약 19.6km/L)를 나타낸다. 두 모델의 연비는 도심에서 특히 큰 차이를 보인다.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는 전륜 구동 모델에서 연료 효율성은 더 좋아지는데, 70kg 가량 더 가벼운 전륜 구동 모델은 유럽기준 복합연비가 2리터 더 좋다. 우리기준으로 보면 0.8km 가량 향상하는 셈이다.
내년이면 국내시장에 ‘NX 200t’ 가솔린 터보 모델이 후속 출시된다. 렉서스 최초의 2.0 직분 터보 엔진을 사용하는 이 모델은 한층 강력한 238ps(235hp) 출력과 함께 35.7kg-m(350Nm) 토크로 7.1초의 0-100km/h 순간가속력을 나타낸다.
※유럽 기준 제원
장x폭x고: 4,630x1,845x1,645mm
휠베이스: 2,660mm
엔진: 2,494cc 직렬 4기통 앳킨슨 사이클 VVT-i
트랜스미션: CVT
총 출력: 197ps(194hp)
총 토크: 27.5kg-m(270Nm)
최고속도: 180km/h
0-100km/h: 9.2초
구동계배치: 앞엔진앞바퀴굴림, 네바퀴굴림
서스펜션:(앞)맥퍼슨 스트러트, (뒤)더블 위시본
공차중량: 1,715kg(FWD), 1,785kg(AWD)
복합연비: 5.2L/100km(AWD, 약 19.2km/L)
photo. Lex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