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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성과 더불어 경제성을 중시하는 세계의 트랜드에 독일 자이언트 자동차 그룹 폭스바겐의 호화 브랜드 벤틀리마저 움직였다. W12 엔진을 브랜드의 상징처럼 사용해왔던 그들의 주력 엔진은 오늘날 V8으로 기울고 있다.
아우디에서 가져온 4.0리터 배기량의 트윈터보 V8 엔진을 벤틀리에서 가장 먼저 수용한 건 쿠페 모델 ‘컨티넨탈 GT’인데, 벤틀리에게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중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엔진 배기량으로 세금을 매기고 있어, 지금은 ‘컨티넨탈 GT’ 판매에 절반 이상을 V8이 차지하고 있다.
물론 컨티넨탈의 4도어 모델인 ‘플라잉 스퍼’에도 V8 엔진을 탑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W12 엔진 대신 V8 엔진을 탑재할 때 ‘플라잉 스퍼’에는 어떤 이점들이 있을까? 우선 차량 구매에 무려 1만 달러가 덜 든다. 그리고 연비가 26% 좋다. 차량의 무게가 50kg 적게 나가는데, 그 중 30kg이 엔진에서 감량되었다.
엔진 배기량과 실린더 수가 크게 줄면서 출력과 토크가 각각 118ps, 14.3kg-m씩 달아났지만, 트윈터보 V8 엔진이 내는 507ps(500hp) 출력, 67.3kg-m(660Nm) 토크에 모자람이 느껴지진 않는다. 2,425kg으로 여전히 육중하나,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데 5.2초 밖에 걸리지 않고, 300km/h에 조금 못 미치는 295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W12 엔진에서와 비교해 제로백은 0.6초, 최고속도는 25km/h 이상 느려졌다.)
‘플라잉 스퍼’ 역시 컨티넨탈 GT처럼 W12보다 V8 엔진이 더 잘 맞는 느낌이다. 30kg이나 무게가 가벼운 엔진으로 차체 앞쪽 하중이 줄어 코너링 진입이 좋아졌고, 트윈-스크롤 터보차저가 재빠르게 반응해 실제 도로 위에서는 100마력 이상이 줄어들었단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W12 모델의 단점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에 비해 떨어지는 승차감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에어 서스펜션이 요철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해주지 못한다. 아우디가 사용하는 같은 유닛보다 굼뜬 트랜스미션의 단점도 건재하다.
무거운 중량과 무딘 스티어링 감 등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독일계 라이벌과 비교해 뒤쳐지는 부분들이 많아, V8에서도 ‘플라잉 스퍼’는 시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선택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벤틀리에는 그러한 팩트에 개의치 않는 고객들이 있다. 그들을 위해 일러주자면 W12에 비해 V8이 낫다.
장x폭x고: 5,299x1,976x1,488mm
휠베이스: 3,066mm
엔진: 3,997cc V8 트윈터보
트랜스미션: ZF 8단 자동, 네 바퀴 굴림
출력: 507ps(500hp)/6,000rpm
토크: 67.3kg-m(660Nm)/1,750rpm
최고속도: 295km/h
0-100km/h: 5.2초
서스펜션: (F)더블위시본, (R)멀티링크
공차중량: 2,425kg
통합연비: 9.2km/L (CO2: 254g/km)
가격: 13만 6,000파운드(약 2억 3,700만원)
photo. Bent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