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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그룹의 2억 번째 자동차 생산에 랜드마크가 되는 ‘XL 스포츠’가 이번 주 파리 모터쇼에서 최초 공개되었다.
“역사상 가장 효율성이 뛰어난 완성차”로 불리는 ‘XL1’을 기반으로 디자인 스터디 개념에서 단 한 대만 만들어진 이 차에는 놀랍게도 두카티 모터바이크의 엔진이 실려 있다.
디젤 하이브리드로 개발된 ‘XL1’은 1리터도 안 되는 연료로 100km를 달리는 놀라운 연비를 자랑한다. 그러나 ‘XL 스포츠’에게는 연비가 최우선이 아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육중한 배터리를 척출해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 대신 페르디난트 피에히 주도로 폭스바겐 그룹이 인수한 이탈리아 모터바이크 메이커 두카티의 신형 모델 ‘1199 슈퍼레제라’에서 가져온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2기통 모터사이클 엔진” V형 2기통 엔진을 가져와 실었다. 그리고 여기에 맞춤 설계된 7단 DSG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을 연결했다. 이 엔진의 출력은 200ps(197hp), 토크는 13.3kg-m(130Nm)이다.
파워트레인 측면에서 대대적인 수술을 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외관도 크게 바꿨다. 우선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한되었던 차체의 폭이 확장되어, XL1보다 넓은 윤거로 아스팔트를 단단히 부여잡아 높아진 주행 안정성을 되돌려준다.
리트랙터블 리어 스포일러와 같은 액티브 공기역학 장치도 달려있는데, 리어 스포일러의 경우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의 것과 같은 장치를 사용한다. 205/40R18, 265/35R18 고속 타이어를 두른 휠은 단조 마그네슘으로 만들어졌다. 알루미늄 휠과 비교해 23.9kg이나 가볍다.
‘XL 스포츠’의 전장은 4,291mm, 전폭은 1,847mm이며, 전고는 1,152mm로 XL1(3,888x1,664x1,153mm)보다 길고 넓다. 축거는 2,424mm로 200mm 연장되었다.
탄소섬유 모노코크 바디로 890kg 밖에 나가지 않는 체중, 경량 티타늄 커넥팅 로드와 마그네슘 합금, 11,000rpm이 넘는 분당회전수의 모터바이크 엔진으로 ‘XL 스포츠’는 최고속도로 270km/h를 질주하고, 0-100km/h 제로백을 5.7초에 끊는다.
모터스포츠 사양으로 특별히 개발된 디지털 계기판과 붉은 안전벨트, 붉은색 박음질로 콕핏의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어, 빨라진 심장박동수만큼이나 새로운 알루미늄 변속 패들을 다루는 손길이 조급해진다.
인상적이게도 기어봉은 나무로 되어있다. 이 점은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과거에 개발한 위대한 레이싱 카 포르쉐 917을 떠올리게 하는 것인데, 페르디난트 피에히 주도로 개발이 이루어진 XL1에 두카티의 엔진과 917의 나무 기어봉 조합이라.. 앞으로 ‘XL 스포츠’를 볼 때마다 왠지 그의 이름이 아른 거릴 것 같다.
photo. Volkswag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