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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랠리 무대를 주름 잡았던 AWD 랠리 카 ‘S1’의 이름이 부활했다. 하지만 21세기에 ‘S1’은 소형 해치백을 명명하는데 쓰인다. 약간의 혼란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BMW가 과거 브랜드의 역사에 존재했던 미드쉽 스포츠 카와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고성능 버전의 1시리즈 이름을 ‘M1’이 아닌 ‘1 시리즈 M 쿠페’로 지은 것과 같은 회피책을 쓰지 않은 아우디의 결정이 어쩐지 더 마음에 든다.
그 옛날 랠리 카와 유사한 노란 바디컬러도 있는 걸로 봐서, ‘S1’이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건 다분히 의도적인 듯 하다.
‘S1’의 외관은 아우디의 여느 S 모델들처럼, 넓게 개방된 프론트 범퍼와 커다란 18인치 합금 휠, 핼쑥해진 리어 범퍼, 쿼드 테일파이프, 그리고 루프 스포일러로 일반적인 A1보다 훨씬 공격적인 분위기를 낸다. 피아트 500이나 미니 쿠퍼 등과 나란히 놓고 보았을 때 외모가 조금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러한 점을 동급에서 단연 압도적으로 퀄리티가 높은 실내가 충분히 상쇄한다.
“콰트로” 올-휠 드라이브 시스템을 달면서 기존의 토션-빔 후방 서스펜션을 떼어내고 그 자리에 멀티-링크를 달았다. 앞서 출시된 256마력의 333대 한정 모델 ‘A1 콰트로’와 유사한 구성이다. 그리고 S3의 5세대 “할덱스” 다판 클러치와 더불어 배기량 2.0리터의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골프 GTI에서 가져온 엔진은 튠을 거쳐 최고출력 231ps(228hp)와 최대토크 37.7kg-m(370Nm)를 내는데, 토크의 경우 의외로 한정 모델 ‘A1 콰트로’의 35.7kg-m보다 강하다. 퍼포먼스 팩을 단 골프 GTI의 230ps, 35.7kg-m보다도 강하다.
평상시 40%의 토크를 뒷바퀴로 보내는 ‘S1’의 “콰트로” 시스템이 강력한 접지력과 견인력을 뒷받침해줘, 1,800rpm에서부터 걸출한 사운드를 내며 쏟아져나오는 37.7kg-m 토크로 중속역 너머까지 흐물거림 없이 탄력 있게 달려나간다. ‘S1’의 0-100km/h 제로백은 5.8초, 최고속도는 250km/h에서 제한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6,000rpm을 넘어가면 엔진이 빠르게 힘을 잃는다. 그래서 조금 이르게 변속 포인트를 잡으면 “콰트로”가 낳는 풍부한 마찰력과 경쟁자들보다 강력한 파워를 최대한으로 활용해 엔도르핀을 유지할 수 있다.
코너에서 전자식 차동잠금장치가 안쪽 뒷바퀴에 슬며시 제동을 걸어, 조금 욕심을 부려 속도를 높여 코너에 진입해도 밴드를 놓치지 않는다. 의외로 언더스티어가 거의 없다. 231마력이라는 힘을 버거워하지 않는 숙성된 섀시가 인상 깊다.
A1보다 25mm 낮은 서스펜션에 달린 어댑티브 댐퍼가 바디 롤을 효과적으로 경감시킨다. 승차감은 소형 해치백치고는 조금 단단하단 느낌이 들 수 있는데, 요철이 많은 도로를 ‘스포츠’ 모드로 달리면 금방 후회가 밀려들며 저절로 다시 손이 간다. Efficiency, Comfort, Dynamic로 구성된 드라이브 셀렉트 시스템이 있지만, 어디에 모드를 맞추더라도 스티어링이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정밀한 6단 수동 변속기는 가볍고 부드럽게 통제에 따른다. ‘S1’에는 자동변속기가 없지만, 별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S1’의 단점은 자동변속기의 부재가 아니다. 가격과 실용성이다. ‘S1’은 독일에서 2만 9,950유로(약 4,300만원)에 판매돼, 2만 8,675유로(약 4,100만원)부터 시작되는 골프 GTI보다 비싸게 출발한다. 골프가 C세그먼트이다 보니 실용성은 뒤쳐진다. 르노 메가느 RS와 가격과 실용성을 비교하면 ‘S1’은 더욱 과묵해진다.
‘S1’에 네 명이 탑승해 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뒤쪽 공간에 210리터의 짐을 실을 수 있다. S1과 전장이 동일한 3,975mm의 ‘포드 피에스타 ST’에는 290리터, 골프 GTI에는 380리터의 짐칸이 있다.
가죽과 소프트-터치 플라스틱으로 마감된 고급감이 느껴지는 실내나 어댑티브 댐퍼, 뻣뻣하지 않은 유연한 파워트레인, 맛있는 사운드, 경쟁자들보다 우수한 성숙미 등 미니 핫해치 리그에서 ‘S1’은 단연 도드라진다. 그런 면에서 C세그먼트를 침범하는 가격은 터무니없지 않다. 그렇지만, 한정 모델 ‘A1 콰트로’의 대량생산 버전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부담이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가격과 실용성 두 가지 문제는 이 차에 5개의 별을 모두 줄 수 없는 이유가 된다.
photo. Au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