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3차전 그랑프리 주말이 열린 바레인, 토요일 한국시간으로 00시 00분에 예선을 실시했다. 이날 예선에서는 모든 프랙티스를 지배한 메르세데스가 또 다시 1-2를 재현했다. 다만 이번에는 루이스 해밀턴이 아니라 니코 로스버그가 폴 포지션을 획득했다. 그리고 레드불의 다니엘 리카르도가 개막전 호주에 이어 다시 한 번 예선 톱3에 들었다.
3차 프랙티스 후 진행된 예선은 현지시간으로 18시에 인공 조명 아래에서 실시되었다. 이 마지막 프랙티스까지 총 3차례 진행된 모든 프랙티스를 메르세데스가 지배하면서 모두가 폴의 행방을 사실상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해밀턴이냐 로스버그냐는 질문에는 여전히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예선 첫 번째 세션 Q1 초반, 해밀턴과 로스버그 두 메르세데스 드라이버가 1위와 2위 기록을 접수했다. 그리고 거기에 1초 이상 뒤에 리카르도(레드불)와 알론소(페라리)가 3위와 4위에 이름했다. 같은 시각 베텔(레드불)의 순위는 7위였는데, 이때 리카르도와 베텔 두 레드불 드라이버 간 페이스에는 0.5초 차이가 났다.
Q1이 종반으로 다가가면서 드라이버들이 하나둘씩 타이어 컴파운드를 미디엄에서 소프트로 교체하기 시작했고 이후 메르세데스의 1-2 체재도 무너졌다. 소프트 타이어로 포스인디아의 니코 훌켄버그가 해밀턴의 미디엄 타이어 베스트 타임에 0.5초 빠른 1위 기록을 마크한 채로 Q1은 종료되었다. 로터스의 로맹 그로장이 팀 동료 말도나도보다 0.009초 거의 종이한장 차이로 Q2 진출권을 따냈다.
페라리의 키미 라이코넨은 여전히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Q1을 통과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라이코넨은 팀 동료 알론소보다 한 계단 좋은 5위 기록으로 Q2로 향했다.
그렇게 Q1에서는 말도나도(로터스), 수틸(자우바), 코바야시(자우바), 비앙키(마루시아), 에릭슨(케이터햄), 칠튼(마루시아)이 탈락했다. 마지막 플라잉 랩 때 수틸과 그로장이 불필요하게 위험한 휠-투-휠 전투를 벌여, 스튜어드의 판결이 기다리고 있다.
트랙 온도가 계속해서 떨어져 Q2 개시 때는 노면 온도가 28도로 1도 내려갔다. F1 머신들이 계속해서 질주하는데도 노면 온도가 떨어졌다는 점에서 1도는 큰 의미를 갖는다. 3차 프랙티스 때 노면 온도는 40도가 넘었다.
해밀턴과 로스버그의 순서가 바뀌었을 뿐 메르세데스의 선도가 계속된 Q2에서 두 드라이버는 세션 중후반에는 차고에서 오로지 관전만 했다. 한산한 분위기의 메르세데스 차고와 달리 트랙은 꽤 분주했다. 레드불의 리카르도가 3위 기록으로 톱3에 붙은 시점 세바스찬 베텔(레드불)은 마지막 플라잉 랩에 돌입해 8위 기록을 내는데 그쳤고, 다른 드라이버들이 속속 기록을 단축하면서 베텔의 순위도 한 계단씩 하락, 급기야 Q2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고 말았다. 3차 프랙티스에서 사고가 나 소프트 타이어를 시험해보지 못했던 베텔의 탈락 덕분에 페라리의 키미 라이코넨이 간신히 상위 10위에 들었다.
서프라이즈하게 베텔이 탈락한 Q2에서는 그 밖에 훌켄버그(포스인디아), 키바트(토로 로소), 베르뉴(토로 로소), 구티에레즈(자우바), 그로장(로터스)이 탈락했다. 베텔은 마지막 플라잉 랩에서 접지력 부족으로 조금 비틀거리는 모습이었다. 베텔의 탈락 못지 않게 인상적인 점은 포스인디아의 세르지오 페레즈가 이번 시즌 처음으로 훌켄버그를 상회하는 결과를 냈다는 것이다.
이번에 Q3에 진출한 드라이버들은 모두 내일 소프트 타이어를 신고 레이스를 출발한다.
Q3 초반 로스버그와 해밀턴이 0.2초를 사이에 끼고 서로 폴 포지션을 다퉜다. 그리고 3위 기록을 메르세데스 엔진 팀 윌리암스의 발테리 보타스가 쫓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메르세데스 팩토리 카들은 1초 이상의 견고한 벽을 쌓아올렸다. 한편 페라리의 키미 라이코넨은 한 번의 주행에 모든 것을 걸려는 모양인지 한동안 트랙에 나오지 않다 세션 종료 3분 전 드디어 출격했고, 잠시 뒤 나머지 9대의 머신도 모두 트랙으로 출격했다. 확실히 Q3에 추가 타이어 세트를 공급하는 새 규정이 잘 도입된 것 같다.
라이코넨은 과연 이번엔 록-업 없는 클린 랩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그의 플라잉 랩은 앞서 계속해서 록-업을 일으켰던 까다로운 턴10을 이번에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고 5위에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이어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로스버그가 최종 코너를 통과했는데, 사실상 유일한 라이벌인 해밀턴이 실수를 범했다는 무전을 전해 들은 로스버그는 빨려들어가듯 피트로 머신을 돌렸다. 그리고 알론소(페라리)가 마지막 플라잉 랩에서 9위 기록을 내는데 그쳤다. 하지만 그마저 멕라렌의 케빈 마그누센이 다시 9위 기록을 내면서 10위로 밀려났다.
니코 로스버그가 올해에 폴 포지션을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로스버그의 커리어를 통틀면 5번째 획득한 폴인데, 이것은 로스버그의 아버지 케케의 기록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인상 깊게도 이번 예선에서 페라리에서 라이코넨이 알론소의 기록을 상회, 윌리암스에서 보타스가 마사의 기록을 상회, 메르세데스에서 로스버그가 해밀턴의 기록을 상회해 눈길을 끌었다.
레드불에선 리카르도가 베텔의 기록을 상회했다. 그러나 리카르도에겐 말레이시아에서 받은 10그리드 강등 패널티가 있어 내일 13번째 그리드에서 출발, 베텔보다 3칸 뒤에서 출발한다. 리카르도의 자리는 윌리암스의 보타스가 채워, 포스인디아의 페레즈와 두 번째 열에서 나란히 출발한다.
photo.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