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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Car?

기아차의 첫 하이 퍼포먼스 카 - 2013 Kia Pro Cee'd GT





 기아차가 처음으로 퍼포먼스 중심의 자동차를 개발했다. 그 주인공 ‘프로 씨드 GT’는 터보차저를 장착하고 유럽시장에 출시된 최초의 기아차다. 애석하게도 유럽전략형 모델이라 국내와는 관계가 없는 얘기다.


 ‘프로 씨드 GT’는 예전과 달라진 한국 자동차 제조사들의 위상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이기도 하다. ‘씨드’에서 포텐을 터뜨린 기아차의 스타일링은 그 C세그먼트 해치백의 고성능 모델인 ‘프로 씨드 GT’에서 더욱 확고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진다.


 그러나 처음부터 확실히 짚고 넘어갈 게 있다. ‘프로 씨드 GT’는 “핫해치”가 아니다는 것이다. 기아차 스스로도 “핫해치” 대신 “스포팅 해치”라는 단어를 쓰며 르노의 메가느 RS나 복스홀 아스트라 VXR 같은 핫해치 리그의 메이저리거들과의 직접적 비교를 피한다.


 가격에서도 서로 어긋난다. 폭스바겐 골프 GTI와 비교하면 거의 1천만 원이나 저렴하다. 그럼에도 세련미와 완성도가 무척 인상적인 실내는 골프 GTI를 압도한다.


 적어도 실내외 완성도만 보면 오히려 1천 만원을 더 내야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 정도로 아주 잘 만들어졌다. 기본적으로 잘생긴 본판에 앞뒤 바퀴 사이를 이어주는 “실”, 깊은 범퍼, 빅 사이즈 휠로 한층 멋을 낸 외모는 유럽산 핫해치들에 절대 꿀리지 않는다. 화려한 보석으로 미모를 빛내듯 “얼음조각” LED 주간주행등으로 멋을 낸 점이 인상 깊다.


 섀시에서 기존 씨드에도 사용되는 맥퍼슨 스트러트와 (대부분의 라이벌들에게는 없는) 멀티링크 후방 서스펜션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안티-롤 바를 강화하고, 더욱 직관적이며 스포티한 감각으로 파워 스티어링을 손봤다. 그러면서, 스티어링을 세 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플렉스 스티어(Flex Steer)” 기능은 제거했다.


 ‘벨로스터 터보’에서 가져온 4기통 직분 터보 엔진에서 최고출력 204ps(201hp)를 낸다. 27kg-m(265Nm)의 피크토크는 1,750~ 4,500rpm에 걸쳐 나온다. 250ps 이상을 내는 메가느 RS와 아스트라 VXR은 물론이고 포드 포커스 ST의 250ps, 36.7kg-m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핫해치 시장에서 가장 파워가 약간 폭스바겐 골프 GTI의 220ps, 35.7kg-m와 얼핏 비슷하지만, 조금 냉정하게 말하면 하위 리그의 푸조 208 GTI에 더 가깝다. 이 프랑스산 소형 해치백은 최고출력으로 200ps를 낸다.


 가혹한 비교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 씨드 GT’가 더 무겁고 토크도 약하기 때문에 실제 가속력에서는 208 GTI가 더 빠르다. 기아차에 따르면 0-100km/h 제로백은 7.7초로, 푸조보다 무려 0.9초 느리다.


 반대로 말하면 ‘프로 씨드 GT’가 더 크고 넓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7.7초라는 제로백을 그 자체로만 보면 절대 느린 게 아니다. (최고속도는 230km/h) 효율성이 뒤떨어지는 파워트레인이 유지비를 가중시킨다는 점이 대표적 단점 중 하나. 연비는 약 13.5km/L로 골프 GTI보다 리터 당 2.5km 가량 낮다.




 현재 시장에서 인정받는 핫해치들은 엔진을 가혹하게 대하면 카타르시스를 일으키지만 ‘프로 씨드 GT’에 그런 재미는 없다. 6,000rpm까지 밟아도, 기대하는 그런 으르렁거리는 사운드는 나오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노이즈가 낮은데, 실제로도 ‘프로 씨드 GT’는 스포츠 해치백 시장에서 가장 정제된 모델 중 하나다.


 승차감은 속도에 관계없이 매우 차분하다. 이러한 서스펜션 셋업은 승차감을 얻는 대신 무딘 핸들링을 취했다. 거동을 제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코너에 들어갈 때 초반 무게 이동과 저항이 강하게 느껴지고, 강하게 몰아붙이면 언더스티어가 발생하며 곧 의도한 라인에서 벗어난다. 다만 기본적으로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타이어가 우수한 접지력을 밑바탕에 깔아준다.


 ‘프로 씨드 GT’는 절대 느리지 않다. 자신감을 갖고 스로틀을 밟을 수 있는 그런 기반이 잡혀있다.


 영국에서 5파운드 차이로 2만 파운드 미만에 판매되는 ‘프로 씨드 GT’는 꽤나 고급스러워, 라이벌 해치백에서 이 정도 수준을 맞추려면 중상위 트림까지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 거기다 이 녀석에겐 7년 무상보증이라는 결정적 무기가 있다.


 애석하게도 ‘프로 씨드 GT’에 르노 메가느 RS나 복스홀 아스트라 VXR과 같은 핫해치들이 가진 그런 박력은 없다. 영국 텔레그래프(telegraph)가 “피에스타 ST를 5분 모는 게 씨드 GT를 일주일 모는 것보다 즐겁다.”고 말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매일 같이 몰기에는 아주 훌륭한 스포츠 해치백이다. 기아차가 처음 만든 “펀-투 드라이빙 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기대되는 바가 크다.


photo. K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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