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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SPORT

[2013 F1] 6차전 모나코 GP 레이스 - 꿈의 그랑프리, 로스버그에 완전 지배

사진:Reuters/AP

 F1 서커스가 세계 부호들의 휴양지 모나코에 도착했다. 일요일 레이스가 시작된 26일 21시(한국시간), 오색찬란한 22대 싱글시터가 포메이션 랩으로 웜-업을 마친 뒤 좁고 굽이진 홈 스트레이트에서 스타트했다.

 이미 전날 예선에서 메크니컬 트러블이 발생해 엔진을 교체했던 마루시아의 줄스 비앙키는 포메이션 랩 스타트에서 또 다시 발생한 트러블로 피트레인에서 스타트했다.

 레이스 전, 패독은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피렐리가 스페인에서 메르세데스의 2013년 머신으로 프라이빗 테스트를 실시했다는 사실이 라이벌 팀들의 귀에 들어가 레드불이 공식 항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테스트 제한 위반을 의심할 수 있는 것이지만, 메르세데스는 FIA의 승인을 받고 실시한 테스트였다고 반박, 피렐리의 경우 해당 테스트가 메르세데스에게 어드밴티지를 주는 건 없다고 부인하며 장기화될 조짐을 나타냈다.

  어쨌든, 레이스를 제외하고 이번 주말 여기까지 모든 세션을 지배한 니코 로스버그와 루이스 해밀턴, 그리고 그들의 메르세데스에게 이번 경기가 시즌 첫 우승을 거머쥘 가능성이 유력한 드문 기회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1-2위 예선 결과를 통해 두 대의 실버 애로우가 앞장선 레이스 초반에 디펜딩 챔피언 베텔이 다시 한 번 좋은 스타트를 보였으나 모나코 서킷 특유의 협소한 턴1은 추월을 허용하지 않았고 그것은 다른 드라이버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로스버그(메르세데스), 해밀턴(메르세데스), 베텔(레드불), 웨버(레드불), 라이코넨(로터스), 알론소(페라리)가 톱6 포지션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오프닝 랩이 지나갔다. 3차 프랙티스에서 발생한 사고로 예선에 출전하지 못해 21번째 그리드에서 출발했던 마사(페라리)는 페이스를 끌어올리는데 고전했고 레이스가 10랩을 지날 때 18위에 갇혀있었다.



 타이어 교체 타이밍이 찾아온 것은 총 78랩을 달리는 260.520km 길이의 레이스가 26랩에 접어들었을 무렵이었다. 팀 동료를 비롯해 라이벌 드라이버들마저 슈퍼소프트에서 소프트 타이어로 갈아탄 이때, 후미에서 고군분투하던 마사(페라리)는 이번 그랑프리 유일의 DRS 구간인 홈 스트레이트에서 폴 디 레스타(포스인디아)에게 추월당한 직후 피트인해 슈퍼소프트를 착용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마사가 프랙티스 사고 때와 완전히 동일한 장소에서 완전히 동일한 모습으로 턴1 쪽 배리어에 연쇄적으로 충돌해 머신을 대파시켰다.  베텔(레드불)이 타이어를 교체하고 막 피트를 떠날 때 세이프티 카가 충돌했다. 올해 들어 세이프티 카가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타이어 교체 타이밍을 지연하던 메르세데스 듀오가 세이프티 카가 투입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피트인 했다. 로스버그는 다시 선두로 돌아왔지만 해밀턴은 4위로 포지션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렇게 세이프티 카는 로스버그(메르세데스), 베텔(레드불), 웨버(레드불), 해밀턴(메르세데스), 라이코넨(로터스), 알론소(페라리), 버튼(멕라렌), 페레즈(멕라렌), 수틸(포스인디아), 베르뉴(토로 로소)로 이어지는 대열을 선도하며 목에 깁스를 두른 마사와 그의 파손된 머신이 수습되기를 기다렸다. 이때 톱10의 타이어는 모두 소프트였다.

 세이프티 카가 철수하고 레이스가 재개된 때는 38/78랩. 직후 웨버를 추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리던 해밀턴(메르세데스)이 턴17과 턴18에서 레드불 머신의 내측으로 MP4-28의 노즈를 깊숙이 밀어넣었고, 포지션이 뒤집힐 듯 보였으나 코너 탈출에 늦으면서 결과적으론 성사되지 못했다. 알론소를 추월할 기회를 포착하는데 집중하던 버튼을 세르지오 페레즈(멕라렌)가 터널 직후 등장한 로우스(Loews) 시케인에서 제치고 7위로 부상했다. 이후에도 페레즈는 같은 시케인에서 적극적인 어택을 감행했고 알론소(페라리)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시케인 컷을 한 찰나 6위로 부상했다.

 46/78랩에 돌연 적기가 등장했다. 원인은 하위 그룹에서 발생한 사고 때문이었는데, 말도나도의 윌리암스 머신이 마루시아 머신과 접촉한 뒤 턴12 타박(Tabac) 코너에 설치된 배리어에 내다 꽂히면서 트랙 정비에 통행이 어려워진 것이었다.

 피니쉬까지 32랩을 남겨두고 중단되었던 레이스는 라이코넨을 제외한 톱10 머신 모두 소프트에서 슈퍼소프트로 타이어를 교체한 가운데 22시 35분(한국시간)에 세이프티 카의 선도 하에 재개되었고, 이후 리스크를 피하려는 드라이버들의 조심스런 주행에 지쳐갈 때쯤 로우스(Loews) 헤어핀에서 포스인디아의 에이드리안 수틸이 멋스럽게 버튼을 추월하고 8위로 부상, 갈증을 해소시켜주었다. 이번 시즌 포스인디아의 상승세는 모나코에서 더욱 분명한 색을 띠었다. 방금 전 헤어핀에서 버튼을 추월했던 수틸이 같은 방법으로 이번에는 알론소(페라리) 추월에 성공했고, 그것으로 수틸의 순위는 페레즈 뒤 7위가 되었다.

 시케인에서 로맹 그로장(로터스)이 토로 로소의 다니엘 리카르도 머신 후미에 추돌, 이 사고로 트랙에 흩뿌려진 파편들을 치우느라 또 다시 세이프티 카가 출동되었다. 사고 직후 그로장은 파손된 노즈를 교체하고 레이스를 속행하려했으나 서스펜션에도 충격이 있었는지 잠시 후 차고에 완전히 머신을 넣고 리타이어했다.

 67/78랩에 재개된 레이스는 겨우 10랩 가량 만을 남겨둔 상황이었지만, 챔피언십 선두 베텔은 챔피언십 결과를 감안해 리스크를 범하지 않고 지금 순위를 그대로 갖고 가는 것을 선택했는지 로스버그를 맹렬히 쫓지 않았다. 시케인에서 유독 적극적인 페레즈(멕라렌)가 69랩에 라이코넨(로터스)을 추월하려했는데 이번에는 충돌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 사고로 페레즈는 배리어에 강하게 충돌해 머신에 데미지를 입은 듯 보였지만 주행을 속행했으며, 라이코넨은 펑크가 나 타이어를 교체하느라 10위권 밖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최종 코너에서는 버튼(멕라렌)이 알론소를 추월하면서 스페인인 페라리 드라이버의 순위가 8위로 내려갔다.

 레이스 종료 5랩이 남은 상황에서 페레즈(멕라렌)가 혼자서 시케인 컷을 범했다. 그것은 단지 시작이었다. 종전 라이코넨을 추월하려다 데미지를 입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시케인 컷 당시 파편이 끼였기 때문인지 페레즈가 라 라스카스(La Rascasse) 턴18에서 불안정하게 휘청거리더니 런-오프 지역에 그대로 정지해버렸다. 그의 5위 순위는 수틸(포스인디아)에게 양도되었다.

 피니쉬까지 고작 2랩 남겨두고 로스버그(메르세데스)의 리드가 2초대에서 4초대로 커졌고 메르세데스의 시즌 첫 승은 그만큼 가까워졌다.

 그렇게 니코 로스버그는 이변 없이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고 모나코 GP에서 우승한 또 한 명의 로스버그가 되었다. 니코 로스버그의 아버지 케케 로스버그가 1983년에 모나코에서 우승한 결과와 나란히 놓고 본다면, 니코와 케케는 모나코 GP에서 우승한 유일한 부자다.

 지난 3년 간 모나코에서 우승했던 베텔과 웨버가 올해에는 2위와 3위로 피니쉬했다. 2위로 출발했던 해밀턴은 비록 레이스 전에 목표했던 메르세데스의 1-2 우승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이번 만큼은 급격한 페이스 저하를 일으키지 않고 4위로 피니쉬, 컨스트럭터즈 챔피언십 결과에 기여했다.

 해밀턴 뒤로는 이번 레이스의 또 한 명의 주인공 에이드리안 수틸(포스인디아)이 5위, 젠슨 버튼(멕라렌) 6위,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 7위, 장-에릭 베르뉴(토로 로소) 8위, 폴 디 레스타(포스인디아)가 9위를 했다. 놀랍게도 타이어가 펑크나 10위권 밖으로 크게 벗어났던 키미 라이코넨(로터스)이 슈퍼소프트 타이어로 교체한 뒤 불과 2랩 만에 5계단 이상 순위를 끌어올리는 저력을 발휘해 10위로 피니쉬, 챔피언십 포인트를 손에 넣었다.

 2013 FIA 포뮬러원 월드 챔피언십2주 후, 시즌 7차전 경기 캐나다 GP로 이어진다.


2013 FIA 포뮬러원 월드 챔피언십
6차전 모나코 GP 드라이버/팀 챔피언십 포인트
1 세바스찬 베텔 107 1 레드불 164
2 키미 라이코넨 86 2 페라리 123
3 페르난도 알론소 78 3 로터스 112
4 루이스 해밀턴 62 4 메르세데스 109
5 ▲마크 웨버 57 5 포스인디아 44
6 ▲니코 로스버그 47 6 멕라렌 37
7 ▼펠리페 마사 45 7 토로 로소 12
8 폴 디 레스타 28 8 자우바 5
9 ▼로맹 그로장 26 9 윌리암스 0
10 젠슨 버튼 25 10 마루시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