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d bull
지난 주말 세팡에서의 레이스에서 레드불과 메르세데스는 동일한 타이밍에 동일한 지시를 드라이버들에게 내렸지만 그들이 내린 선택은 달랐다.
이전부터 무리한 트리플 스코어(폴 포지션, 레이스 우승, 최속 타임) 욕심으로 팀과 종종 마찰이 있었던 베텔은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당시 선두를 달리고 있던 팀 메이트 웨버를 무리하게 추월해 우승했다. 반면 메르세데스에서는 현재의 포지션을 지키라는 팀의 지시를 어기지 않고 루이스 해밀턴이 3위, 니코 로스버그가 4위로 그대로 피니쉬했다.
두 팀은 서로 다른 문을 열었지만, 레이스가 종료된 뒤 레드불은 물론이고 메르세데스 또한 결코 화목한 분위기가 아니다.
특히 팀의 지령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팀 동료를 추월한 베텔은 레이스 후 주가가 폭락했다. 유력 외신들은 “전쟁” “내란”과 같은 자극적인 단어들로 레드불의 말레이시아 경기에 대한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유수한 외신들이 베텔의 행동를 질타, 이 중 더 타임즈(The Times)는 “베텔, 레드불의 지시를 무시하고 우승”을 헤드라인으로 선택했다.
슈피겔(Der Spiegel)의 랄프 바흐는 “그의 자아는 넘버1이다.”며 젊은 독일인 베텔을 비꼬았다. “로스버그는 (메르세데스에) 순종했지만 반항적인 베텔은 인정사정없이 재꼈다. 그는 무서운 게 없으니까.”
독일 빌트(Bild)의 프랭크 슈나이더는 “베텔도 자신의 무자비함에 놀란 것 같다.”며 “그는 호불호가 갈리는 자신의 우상 미하엘 슈마허를 더욱 더 닮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 포뮬러원 드라이버 패트릭 탐베이는 프랑스 RMC 스포츠(RMC Sport)에서 “세바스찬 베텔의 진짜 캐릭터가 드러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머신 밖에서 항상 미소를 띄는 그는 매우 친근하다는 평판을 받지만, 헬멧을 쓰면 전사, 도깨비가 된다.” “그는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우승하길 원한다. 메르세데스의 해밀턴과 로스버그에게 일어난 것과 거의 같은 시나리오였지만, 대단히 예의가 발랐던 후자의 경우 자신들의 보스의 지시를 따랐다.”
마크 웨버는 레이스를 마친 뒤 팀이 “평소처럼” 트리플 월드 챔피언을 “감쌀 것”이라고 불평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아니다. 레드불은 적어도 공개적으로 25세 베텔을 향해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팀 대표 크리스찬 호너는 베텔이 무전을 듣지 못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 된 것이라며 “그는 웨버를 추월한 것으로 자신의 의지를 분명하게 나타냈다. 무전을 들었지만 무시하는 것을 선택했고, 팀이 놓여진 상황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했다.”며 베텔의 행동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레드불은 2010년 터키 이후 또 다시 불거진 베텔과 웨버 간 충돌이 타이틀 함락의 결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내부적인 면담을 통해 사태를 진화할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단히 예의가 발랐던 후자”의 내부사정도 화목하지 않다. 레드불의 피트월에서 ‘RB9’ 설계자 에이드리안 뉴이가 머리를 싸맬 때 메르세데스의 피트월에서는 로스 브라운이 머리를 싸맸다. 레이스 종반, 니코 로스버그는 트랙에서 몇 번이고 팀 메이트 해밀턴을 추월하려했지만 팀 대표 로스 브라운은 반복해서 “안 된다.”고 잘랐다.
로스 브라운의 그러한 지시에 메르세데스의 새로운 수뇌진 니키 라우다와 크리스찬 토토 울프는 불편한 기색이다. “스포츠라는 관점에서 보면 틀렸습니다.” 3회 챔피언 니키 라우다는 독일 방송국 RTL에 말했다. “그들은 로스버그를 보내야했습니다.” “이 전략이 다음에도 사용된다면 우리는 로스와 대화를 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토토 울프도 라우다의 의견에 동의한다. “스포츠 관점에서 그건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게 아닙니다.”
로스 브라운이 로스버그에게 포지션을 유지하라고 지시를 내린 이유는 당시 해밀턴에게 연료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로스버그의 머신에도 연료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연료를 절약할 필요가 없었다.”며 로스버그는 그같은 추측을 부인, 타이어 상태도 좋아서 레드불을 따라잡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내심 아쉬움을 나타냈다.
물론 당시 레드불과 메르세데스의 갭은 남은 바퀴 수에 비해 꽤 넓었다. 하지만 1996년 챔피언 데이먼 힐의 의견은 다르다. “어쩌면 레드불을 다그쳐 타이어 문제에 빠트렸을지도 모르는 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