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찬 베텔은 러시아 GP에서 메르세데스가 보타스를 대신해 해밀턴을 우승시키기 위해 팀 오더를 발동한 것은 당시 고민할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며 메르세데스의 결정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소치에서는 지난해 러시아 GP 우승자 발테리 보타스가 예선에서 확보한 폴 포지션에서 레이스를 출발했었다. 하지만 그의 소속 팀 메르세데스는 보타스가 시즌 첫 승을 거둘 수 있는 전술 대신, 타이틀 방어전을 펼치고 있는 4회 챔피언 루이스 해밀턴을 위한 우승 전술을 폈다.
예선 뿐만 아니라 레이스에서도 보타스의 페이스가 더 좋았다. 그러나 레이스 중반, 메르세데스는 앞서 달리고 있던 그에게 해밀턴과 포지션을 교체할 것을 지시, 바로 뒤에서 해밀턴을 쫓고 있던 세바스찬 베텔을 견제하는 장치로 보타스를 이용했다.
결국 우승 트로피는 해밀턴의 손에 쥐어졌다. 그리고 이날 우승을 통해 앞으로 시즌 종료까지 다섯 경기 만이 남은 상황에서 50점이라는 큰 점수 차를 벌리는데 성공했다.
“그들은 잘했습니다.” 베텔은 메르세데스의 팀 오더 결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하나의 팀으로써 아주 훌륭한 협동 플레이를 했습니다.” “그들이 놓인 상황을 고려하면, 그것은 고민할 가치가 없었습니다.”
메르세데스 팀 보스 토토 울프는 자신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리는) 아부다비에서 바보가 되는 것보다 오늘 악당이 되는 편이 낫습니다.”
전 F1 보스 버니 에클레스톤은 메르세데스의 결정을 지지하는지 질문 받고 “물론”이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또 포스인디아의 오트마르 세프나우어는 “열망이 강한 드라이버라도 팀을 운용하는 사람들과 종종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한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동료 팀 보스 토토 울프의 결정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과거 F1의 유명한 팀 오더 희생자인 펠리페 마사도 시즌 첫 우승 달성을 위해 달리던 보타스 대신 타이틀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해밀턴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겨준 메르세데스의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고 느낀다.
“그런 방식으로 우승자가 바뀌는 건 절대 좋은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것도 게임의 일부분입니다.” 이탈리아 매체 ‘코리에레 델라 세라(Corriere della Sera)’에 전 페라리, 윌리암스 드라이버는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이번 레이스에서는 그것이 그렇게 필요한 게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선택은 누구에게나 자유입니다. 페라리에게는 올해 그런 전술이 조금 부족했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저도 그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언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팀 오더는 F1의 한 부분입니다.”
레드불 팀 보스 크리스찬 호너는 만약 같은 상황이었다면 자신도 토토 울프와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레이스 전에 드라이버들과 충분한 상의가 없었던 것 같은 정황에 그는 놀라움을 나타냈다.
“보타스는 큰 불만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이 (드라이버에게) 서프라이즈여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서 저는 놀랐습니다. 레이스 전에 여러 가능성에 대해 논의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마도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 디펜딩 챔피언 루이스 해밀턴은 세바스찬 베텔을 상대로 무려 50점을 앞서 있다. 앞으로 남은 다섯 경기에서 한 차례 리타이어를 하더라도 해밀턴은 25점 차로 선두를 지켜낼 수 있다.
사진=Formula1.com/ 글=offerkis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