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타이틀 레이스의 결정적 승부처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는 싱가포르 GP에서 루이스 해밀턴이 또 한 번의 폴-투-윈을 달성했다. 그리고 예선 결과 그대로 2위는 맥스 페르스타펜, 3위는 세바스찬 베텔이 차지했다.
싱가포르 GP가 열리는 마리나 베이 시가지 서킷은 페라리가 특히 강한 곳으로 잘 알려져있다. 그러나 우승을 차지한 해밀턴에 베텔은 40초나 안 좋은 기록으로 경기를 마쳤다.
초반 레이스는 조금 정적이었다. 올해 싱가포르에서는 처음으로 투입된 하이퍼소프트 타이어가 비록 가장 빠른 타이어이긴 하지만 성능 저하가 심해, 피렐리가 예측한 우승 전략인 원-스톱 전략을 성공시키려면 당장 타이어를 너무 혹사시켜선 안 됐기 때문에 특히 우승을 노리는 선두 주자들은 초반에 몸을 사렸다.
레이스 14랩에 선두 그룹에서 가장 먼저 세바스찬 베텔이 피트스톱을 실시했다. 그리고 그는 예상 밖의 울트라소프트 타이어를 신고 트랙에 다시 나타났다. 남은 레이스 길이를 고려했을 때 피트스톱이 한 차례 더 필요했기 때문에 예상 밖의 선택이었다.
이번에 메르세데스는 페라리의 행동에 즉각 반응했다. 베텔이 세르지오 페레즈가 모는 포스인디아 머신에 가로 막혀 전력 질주를 할 수 없게 된 상황을 이용해 그들은 15랩에 곧바로 해밀턴을 피트인시켰다. 그리고 해밀턴은 소프트 타이어를 신고 페레즈와 베텔 앞 5위로 트랙에 복귀했다.
또 17랩에는 맥스 페르스타펜(레드불)이 피트인해 해밀턴과 같은 소프트 타이어로 갈아신었다. 그리고 피트레인을 빠져나온 그는 턴3에서 사이드-바이-사이드로 마주친 베텔로부터 2위 포지션을 탈환하는데 성공, 이미 해밀턴을 상대로 한 언더컷 실패로 우승 가능성이 희박해진 베텔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레이스 중반 무렵, 선두 해밀턴은 2위 맥스 페르스타펜보다 4초 이상 앞에서 달렸다. 그리고 맥스는 3위 베텔로부터 4초 이상 앞을 달렸다. 그런데 38랩에 전혀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해밀턴 앞을 달리던 세르게이 시로트킨(윌리암스)과 로망 그로장(하스) 두 백마커 사이에 갑자기 교전이 일어났고,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해밀턴이 잠시 주춤하자 맥스가 뒤에서 추월을 노리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됐다. 베텔도 이것을 맥스, 해밀턴과 거리를 크게 좁히는 기회로 활용했다. 하지만 40랩 무렵이 되자 해밀턴은 다시 맥스와 베텔을 상대로 각각 3초와 7초 가량 리드를 쌓았다.
레이스 47랩에 해밀턴과 베텔 두 챔피언십 라이벌의 간격은 9초로 확대됐다. 선두 그룹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내구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울트라소프트 타이어로 교체했던 베텔에게 점점 목표는 우승이 아닌 시상대에 도착하는 것으로 바뀌어갔다.
베텔의 뒤에서는 레이스 종료 10랩을 남겨두고 보타스(메르세데스), 라이코넨(페라리), 리카르도(레드불) 세 명의 드라이버가 4위 자리를 놓고 다투기 시작했다. 54랩을 기준으로 보타스와 라이코넨은 같은 소프트 타이어를 신고 있었지만, 보타스의 타이어가 6랩 더 오래된 상태였고 리카르도는 두 사람보다 빠르고 또 라이코넨의 것보다 5랩 젊은 울트라소프트 타이어를 신고 있었다.
그러나 마리나 베이 시가지 서킷은 추월이 무척 어려운 곳. 마지막 10랩 동안 결국 보타스, 라이코넨, 리카르도 사이에 추월은 일어나지 않았다. 레이스 56랩에 해밀턴과 베텔의 간격이 23초 이상 벌어지자, 4위 보타스가 베텔을 추월하고 포디엄 피니시를 달성할 가능성도 주목 받았다. 하지만 당시 보타스에게는 그럴만한 페이스가 없었다.
그렇게 폴 스타터이자 지난해 싱가포르 GP 우승자인 루이스 해밀턴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레드불 드라이버 맥스 페르스타펜이 팀의 홈 경기 오스트리아 GP에서 우승을 거둔 이후 가장 좋은 2위, 페라리 드라이버 세바스찬 베텔이 3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발테리 보타스가 마지막까지 4위 자리를 사수하는데 성공했으며, 키미 라이코넨이 5위, 다니엘 리카르도가 6위를 차지했다.
7위는 맥라렌 드라이버 페르난도 알론소다. 알론소는 하이퍼소프트 대신 울트라소프트 타이어를 신고 11위에서 레이스를 출발해 오프닝 랩에서만 두 계단을 올라섰다. 그리고 38랩에 늦게 한 차례만 피트스톱을 실시하는 전략으로 톱6를 제외한 가운데서 가장 좋은 순위 7위를 거뒀다. 8위는 르노의 카를로스 사인스, 9위는 자우바의 샤를 르클레르, 10위는 르노의 니코 훌켄버그다.
레이스 결과
https://www.formula1.com/en/results.html/2018/races/993/singapore/race-result.html
올해도 싱가포르 GP는 세이프티 카 출석률 100%를 지켰다. 레이스 오프닝 랩에 포스인디아 듀오 에스테반 오콘과 세르지오 페레즈가 서로 충돌했고, 바퀴 간 충격으로 인해 바깥으로 튕겨져나간 오콘이 턴3 출구쪽 벽을 들이받은 사고가 세이프티 카를 호출했다. 오콘은 이번 레이스에서 유일하게 완주에 실패한 드라이버다.
한편, 이번 우승을 통해 루이스 해밀턴은 드라이버 챔피언십에서 2위 세바스찬 베텔과의 격차를 40점으로 벌렸다. 한 경기에서 한 명의 드라이버가 손에 쥘 수 있는 포인트는 최대 25점. 앞으로 시즌 종료까지 남은 경기는 6경기 뿐이다.
사진=Formula1.com/ 글=offerkis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