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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FIA 포뮬러 원 월드 챔피언쉽 시즌 16차전 러시아 GP에서 메르세데스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이 폴-투-윈을 차지했다. 총 53바퀴를 달린 이번 레이스에서 니코 로스버그가 300km를 달린 헌 타이어로 막판에 윌리암스 드라이버 발테리 보타스를 억제하고 2위를 해 메르세데스가 또 한 번의 1-2위를 장식했다.
메르세데스는 이 경기 결과로 2014년 컨스트럭터즈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번 러시아 GP 결승 레이스는 5.848km 길이의 트랙을 총 53바퀴 도는 일정으로 치러졌다. 피렐리가 레이스에 앞서 전망한 가장 빠른 피트 횟수는 1회였다. 소치는 타이어의 마모와 성능저하가 적게 일어나기 때문이었는데, 실제로 이날 자우바 드라이버 에이드리안 수틸이 소프트 컴파운드 타이어로 40바퀴를 달렸고, 니코 로스버그(메르세데스)가 미디엄 컴파운드 타이어로 52바퀴를 달렸다.
52바퀴.. 로스버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폴 시터로 레이스를 출발한 루이스 해밀턴(메르세데스)이 스타트 직후 로스버그 앞으로 치고나갔다. 하지만 부드럽게 꺾어지는 턴1을 지나며 로스버그의 머신이 해밀턴 옆으로 전진, 턴2 입구에서 안쪽 공간을 차지했다. 여기서 문제가 터졌다. 로스버그 머신의 바퀴가 크게 잠겨버렸고, 타이어에 큰 손상이 가해진 것이다.
바퀴가 크게 잠겨,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못하고 포장된 런-오프 지대를 침범해버렸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타이어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해 머신에 큰 진동이 발생해버렸다. 결국 오프닝 랩을 다 마치지 못하고 피트인해 타이어를 새로운 미디엄 컴파운드로 교체했다. 그 바람에 로스버그의 순위는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로스버그가 후미에서 분투하고 있는 사이, 안심할 수 있는 갭을 미리 벌어놓기 위해서인지 해밀턴(메르세데스)은 레이스 초반부터 최속 랩 타임을 연발했다. 레이스 20/53랩에 로스버그(메르세데스)가 10위권에 진입했다. 그러나 해밀턴이 계속해서 최속 랩 타임을 갱신하는데 반해 로스버그의 페이스는 어쩐지 타이어의 성능을 충분히 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한 우려에도 로스버그는 24랩에 8위로 올라서며 착실하게 전진했다.
25/53랩까지 상위 6위에서 피트인한 드라이버는 없었다. 이것을 가장 먼저 깬 것은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 그런데 피트스톱에 7초 이상이 걸려버렸고 9위로 코스 복귀했다. 뒤이어 보타스(윌리암스)가 2위에서 피트인, 베텔 뒤 3위로 나왔다. 해밀턴(메르세데스)은 27랩에 선두에서 피트인해 트랙으로 다시 나와서도 지위를 유지했다.
이미 일찍이 피트스톱을 했던 니코 로스버그(메르세데스)는 상위권 드라이버들이 피트로 하나둘씩 들어갈 때에도 트랙에 계속 남았고, 그렇게 해밀턴, 베텔, 보타스 뒤 4위가 되었다. 베텔(레드불)은 이때까지도 피트인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잠시 뒤 베텔이 타이어 교체를 위해 처음으로 피트로 들어간 사이, 트랙에서는 로스버그가 턴2에서 안쪽을 파고들어 보타스(윌리암스)를 추월하고 2위로 올라섰다. 좁고 느린 턴2에서 로스버그의 메르세데스 머신에 떠밀려 레이싱 라인을 놓친 보타스는 크게 코스를 벗어났고, 포장된 런-오프 지대를 통과한 뒤 로스버그 뒤로 다시 대열에 합류했다.
레이스는 이때부터 메르세데스의 1-2위 체제로 돌아(?)왔다. 초반에 피트인 카드를 소진해버려서 30바퀴 넘게 달린 헌 타이어로 달리고 있었던 로스버그(메르세데스)에게 이때 해밀턴과의 20초 갭은 너무나도 커보였다. 그렇지만 아직 20바퀴 이상 레이스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승부를 걸어 볼만했고, 로스버그는 최속 랩 타임을 기록하며 20초 가량되던 갭을 금방 17초대로 좁혔다.
그러나 레이스가 후반부에 접어들었을 때, 해밀턴과 로스버그의 갭에는 변화가 없었다. 해밀턴 추격보다는 더 이상의 피트스톱을 피하고 2위로 시상대를 밟는 것을 선택한 듯 무리한 추격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루이스 해밀턴이 가장 먼저 레이스를 완주하고, 로스버그가 거기에 10초가 넘는 큰 차이로 두 번째로 들어왔다.
레이스 거의 마지막에 발테리 보타스(윌리암스)가 최속 랩 타임을 내며 로스버그를 압박했다. 하지만 로스버그가 거기에 대응해 최속 랩 타임으로 받아치며 갭을 팽팽하게 유지해, 순위 교체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번 레이스 최속 랩 타임은 마지막 바퀴에 보타스가 냈다.
비-메르세데스 엔진 팀 가운데 토로 로소의 대닐 키바트가 가장 좋은 순위 5위에서 레이스를 출발했지만, 마지막에는 10계단 가까이 떨어진 14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결정적으로 키바트는 38/53랩에 두 번째 피트스톱을 하고 말았는데, 턴2를 향하며 훌켄버그가 모는 포스인디아 머신을 야심차게 추월하려다 크게 바퀴가 잠겨, 추가 피트스톱을 부추겼다. 이 피트스톱 뒤에 그의 순위는 15위가 되었다. (두 차례 피트스톱한 드라이버 가운데서는 윌리암스 드라이버 펠리페 마사가 가장 좋은 순위 11위를 거뒀다.)
레이스 41/53랩에는 다니엘 리카르도(레드불)가 6위 알론소(페라리)를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턴11 앞에서 시작되는 DRS 구간에서 거리를 성큼 줄였지만, 결정적인 기회를 찾지 못해 10랩 이상 그렇게 대립된 상태가 이어졌고, 그대로 골인했다. 이 둘의 대결에서만이 아니라 레이스 내내 추월 장면이 잘 나오지 않았다. 이미 레이스에 앞서 추월이 어렵다는 드라이버들의 증언이 있었고, 피렐리의 타이어 컴파운드 선택(소프트와 미디엄) 또한 보수적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2014 F1 16차전 러시아 GP 챔피언쉽 포인트 | |||||||
1 | 루이스 해밀턴 | 291 | 1 | 메르세데스 | 56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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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니코 로스버그 | 274 | 2 | 레드불 | 342 | ||
3 | 다니엘 리카르도 | 199 | 3 | 윌리암스 | 216 | ||
4 | ▲발테리 보타스 | 145 | 4 | 페라리 | 188 | ||
5 | ▼세바스찬 베텔 | 143 | 5 | ▲멕라렌 | 143 | ||
6 | ▼페르난도 알론소 | 141 | 6 | ▼포스인디아 | 123 | ||
7 | 젠슨 버튼 | 94 | 7 | 토로 로소 | 29 | ||
8 | 니코 훌켄버그 | 76 | 8 | 로터스 | 8 | ||
9 | 펠리페 마사 | 71 | 9 | 마루시아 | 2 | ||
10 | ▲케빈 마그누센 | 49 | 10 | 자우바 | 0 |
한편 메르세데스는 해밀턴과 로스버그의 1-2위 완주 결과로 첫 컨스트럭터즈 챔피언쉽 타이틀을 획득했다. 루이스 해밀턴의 우승은 시즌 9번째, 4경기 연속이다. 나이젤 만셀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영국인 드라이버 최다 우승 횟수 31회와도 동률이 되었다.
두 메르세데스 워크스 팀 드라이버들 뒤로 윌리암스의 발테리 보타스가 3위를 차지했다. 시즌 다섯 번째 시상대 입상이다. 그리고 그 뒤로 또 다른 메르세데스 엔진 팀 멕라렌의 젠슨 버튼과 케빈 마그누센이 나란히 4위와 5위를 차지했고, 페라리 드라이버 페르난도 알론소가 비-메르세데스 엔진 팀 가운데 가장 좋은 순위 6위를 다니엘 리카르도(레드불)를 저지하고 차지했다. 리카르도에 나란히 세바스찬 베텔이 8위를 했다. 그리고 키미 라이코넨(페라리)이 9위, 포스인디아 드라이버 세르지오 페레즈가 10위를 했다.
이번 레이스에서는 케이터햄 드라이버 카무이 코바야시와 마루시아 드라이버 맥스 칠튼이 리타이어했다. 코바야시는 브레이크 과열, 칠튼은 아직 정확히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머신 문제로 리타이어했다.
루이스 해밀턴의 드라이버 챔피언쉽 선두는 10점에서 17점으로 넓어졌다. 이제 시즌 종료까지 남은 경기는 세 개. 마지막 아부다비 GP는 더블 포인트 그랑프리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다음 라운드는 3주 뒤 11월 2일 미국이다.
photo. AFP/Reuters/E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