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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은 우리에게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 팀의 월드컵 4강 진출로 기억되는 해지만, 페라리에게는 시대의 전환점이 된 ‘엔초’가 탄생한 잊지못할 해다.
사진 속, 다소 기괴한 모양의 차는 바로 그 엔초를 개발하는데 사용된 프로토타입이다. 페라리는 2000년에 이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348의 속을 파내고 허리를 잘라, F355의 차체 일부분을 이어 붙이는 연장술을 시행한 뒤 최종 양산형 엔초에 실린 것과 같은 6.0리터 V12 엔진을 탑재했다. 체중은 1,365kg 밖에 나가지 않으며, V12 엔진이 내는 680마력이란 힘을 싱글 클러치 6단 반자동 변속기가 받는다. 이 역시 양산형 엔초와 같은 구성이다.
부유한 페라리 팬들의 군침을 흘리게 할 이 역사적인 프로토타입은 현재 독일 랑엔펠트에 있는 Modena Motorsport GmbH가 소유하고 있다. 이 차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도로 주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슈퍼카들의 괴성으로 조용할 날이 없는 런던 시내를 활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놀라운 사실은 페라리가 2005년에 이 엔초 프로토타입을 경매를 통해 일반에 판매했는데, 그때 고작 19만 5,000유로 그러니까 2억 6,000만 원 정도에 거래했다. 2011년에 한 차례 시중에 나왔을 때 공개된 가격은 무려 75만 유로였다. 거의 10억 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현재 시세는 비록 비공개지만, 이미 10억 원을 호가하는 자동차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는 이때 얼마나 더 상승했을지를 상상하는 건 조금 섬뜩한 일일 수 있다.
photo. Modena-motors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