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페라리
최고속도 335km/h의 4륜 구동 패밀리 카 ‘FF’는 현존하는 가장 독특한 페라리임에 틀림이 없다.
‘FF’라는 모델명은 “Ferrari Four”의 약자로, 성인 4명이 탑승할 수 있는 시트가 있으며 4륜 구동을 사용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성인 4명이 탑승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그렇다. 키가 180cm에 가까운 사람도 탑승할 수 있다. 무선 헤드폰과 DVD 플레이어, 그리고 TV로 구성된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준비되어 이전까지 페라리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경험이 가능하다.
V12 엔진이 담긴 기다란 본네트와 지면에 닿을 듯한 낮은 시트에도 의외로 시계가 좋다. 페라리의 주특기인 좁고 구불구불한 산악로를 정복하는데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이색적인 슈팅 브레이크 바디의 저만치 끝에 달린 트렁크를 여는 순간 ‘FF’가 페라리 역사상 가장 가족-친화적인 차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그곳엔 4개의 풀 사이즈 시트와 450리터의 공간이 있어, 4인 가족이 모두 탑승하고도 그들이 사용할 며칠분의 짐꾸러미마저 다 담아낼 수 있다. 분할되는 뒷좌석 시트를 완전히 접으면 최대 800리터의 공간이 나타난다.
그렇다고 슈퍼카가 지녀야 할 운동성과 타협한 건 아니다. 이 차가 페라리임을 명확하게 증명해주는 스티어링 휠에 놓인 엔진 스타트 버튼을 지그시 누르면 프론트 본네트에 의해 감춰진 배기량 6.3리터 V12 자연흡기 엔진이 아이들에서부터 51kg-m(500Nm) 토크를 걸걸거린다. 그러다 6,000rpm에 이르러서 피크토크 69.6kg-m(683Nm)를 폭발시켜, 0-100km/h 제로백 3.7초와 최고속도 335km/h를 질주한다.
페라리 창립자 엔초는 일찍이 엔진에 강한 애착을 가졌었다. 그러나 이 4인승 슈퍼카의 핵심 테크놀로지는 6.3 V12 엔진이 아니다. ‘FF’의 키 테크놀로지는 바로 4륜 구동 시스템이다. 페라리가 ‘4RM’이라고 부르는 이것은 우선, 전자제어 디퍼렌셜 E-diff와 F1-트랙에 같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으로 시스템을 간소화했다. 그것은 다른 측면에서 전륜과 후륜으로 토크를 배분하는데 있어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FF’의 4륜 구동 시스템이 “혁신”이라 불리는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다판 클러치와 기어를 품은 컴팩트한 사이즈의 파워 트랜스퍼 유닛 PTU다. 엔진 바로 앞에 설치된 PTU는 크랭크샤프트와 직접 연결되어, 평상시에는 뒷바퀴로만 동력을 전달하다 극단적으로 미끄러운 노면에 올라서면 앞바퀴에도 동력을 나눈다. 양쪽 앞바퀴에 독립적으로 동력을 분배할 수 있어 토크 벡터링 효과도 구현한다. 또, 별도의 센터 디퍼렌셜과 프론트 디퍼렌셜, 그리고 복잡한 드라이브 샤프트 구조를 모두 170mm 길이의 PTU가 대신하기 때문에 통상적인 4륜 구동 시스템보다 50%나 가볍다는 놀라운 어드밴티지를 가진다.
그렇다면 페라리 최초의 4륜 구동 시스템의 실제 성능은 어떨까? 일반적인 페라리를 몰았다면 멀리했을 길가에 쌓인 눈더미 근처에 바퀴를 가까이 붙여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질척하게 녹은 눈과 진흙, 자갈 위를 빠르게 질주하더라도 ‘FF’는 동요하지 않는다. 오른 발에 힘을 주고 스티어링을 괴롭히더라도 마찬가지. 타이트한 코너에서 스로틀을 바짝 당기면 뒷바퀴가 트랙션을 잃지만 곧바로 앞바퀴가 깨어나 가소롭다는 듯 간단하게 자세를 바로잡는다. 몇 가지 복잡한 셋팅을 건드리면 파워 슬라이드의 쾌락도 맛볼 수 있다.
페라리 역사상 최초의 4륜 구동 차인 ‘FF’에게 언더스티어나 페라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흐리멍덩한 핸들링 따위는 없다. ‘FF’에게 유일한 걸림돌이 있다면 그것은 기차처럼 기다란 리어 엔드도 아닌, 교정기를 차고 크게 미소 짓는 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