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우디
훌륭한 디자인은 세월을 비켜간다. 아우디 R8이 탄생한지 어느덧 5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잘생겼다. 그건 틀림없다. 하지만 페이스리프트에도 불구하고 비주얼적 변화가 극히 미묘한데도 딱히 불만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기술적인 측면에서 찾아든 변화다.
‘아우디 R8’은 2013년형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전후 LED 라이트를 제외하곤 외관을 거의 손보지 않았다. 덕분에 새로운 ‘V10 플러스’ 모델의 등장과 S 트로닉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의 탄생이 더욱 도드라진다.
최근,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R8 라인업에 새롭게 추가된 ‘V10 플러스’ 모델은 333대 한정 생산되었던 ‘R8 GT’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달리 말하면 ‘R8 GT’의 대량생산 버전 쯤 된다. 일반적인 V8과 V10 모델의 엔진 파워는 2013년형이 되어서도 그대로지만 ‘V10 플러스’는 10개의 실린더를 가진 V형 엔진에서 일반적인 V10 모델보다 25ps 강력한 550ps 출력을 발휘한다. 그러면서도 버킷 시트, 세라믹 브레이크, 그리고 부분적으로 사용된 탄소섬유 바디 파츠로 총 50kg의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적응형 댐퍼를 떼어내고 수동형 댐퍼를 장착, 자세를 살짝 낮추고 앞 서스펜션 기하학을 변경해 턴-인 반응을 촉진시켰다. 이 결과 더욱 날렵하고 정확한 코너링 밴드를 얻었지만, 거친 도로에서 운전자가 느끼는 통증도 살짝 늘었다. 가야르도 슈퍼레제라나 997 GT3 RS 정도로 극단적이진 않다.
하지만 2013년형의 가장 큰 변화는 ‘V10 플러스’의 등장이 아니다. ‘R8’에 최초로 채용된 듀얼 클러치 기어박스 7단 S 트로닉이다. 미드십인데다 4륜구동을 사용하는, 고성능 차 시장에 흔하지 않은 희귀종인 탓에 적절한 기어박스 제조사를 찾지 못해 페라리를 비교대상으로 삼는다면 ‘R8’이 듀얼 클러치를 갖는데 3~ 4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렸다.
기술적으로는 어려움이 없었다. 같은 폭스바겐 그룹의 부가티 베이론이 리카르도(Ricardo)사가 개량한 DSG 기어박스를 사용한 적이 있었기 때문. 그렇지만 이 선택은 비용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아우디는 다음으로 페라리, BMW, 닛산이 고객인 게트락(Getrag)과 포르쉐가 고객인 ZF에 눈을 돌렸으나, 두 회사는 아우디와 람보르기니만을 위해 소량만 제품을 생산하는데 흥미를 나타내지 않았다. 그렇게 ‘R8’의 듀얼 클러치 기어박스는 기존 R 트로닉 개발사인 이탈리아 그라치아노(Graziano)가 맡았다. 멕라렌의 유닛 개발에도 협력했던 이 회사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의 싱글 클러치 기어박스 개발사이기도 하다.
R 트로닉에서 투박하고 굼뜨던 기어변속이 7단 S 트로닉에서는 부드럽고도 신속해졌다. 차들이 꽉 막힌 도로에서 더 이상 투정을 부리지 않는다. 센터콘솔의 ‘Sport’ 버튼을 누르면 그 순간 기어박스의 특성이 치명적으로 돌변한다. 스티어링 휠 뒤편의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면 수동 조작도 가능하며, 기어를 내릴 때면 거기에 적합한 엔진 회전수를 스스로 맞추는 기특함도 보인다.
7단 S 트로닉에서 0-100km/h 제로백이 기본 장비인 6단 수동변속기에서보다 0.3초 빠르다. 런치 모드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 R 트로닉과 비교했을 때에는 0.3초가 빠르고 100km 주행에 0.9리터의 연료를 적게 먹는다. ‘V10 플러스’의 제로백은 3.5초, 최고속도는 317km/h. 대량생산 슈퍼카 리그에서 살아남기에 나쁘지 않은 스피드다.
‘R8’은 여전히 일상을 함께 하기에 가장 적합한 슈퍼카다. 그런 점에서 페라리나 멕라렌의 스피드와 핸들링, 익사이팅함을 주문한다면 도리가 아닐지 모른다. 포르쉐 911은 너무 싱겁고 이그조틱 슈퍼카는 너무 자극적이어서 싫다는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는 메뉴가 바로 ‘R8’이다.
모델: 아우디 R8 V10 플러스
장x폭x고: 4,440x1,929x1,252mm
휠베이스: 2,650mm
엔진: 5,204cc V10 자연흡기 DOHC 40밸브
트랜스미션: 7단 S 트로닉 더블 클러치
출력: 550ps(542hp)/8,000rpm
토크: 55.1kg-m(540Nm)/6,500rpm
최고속도: 317km/h
0-100km/h: 3.5초
구동계배치: 중앙엔진네바퀴굴림
서스펜션: (F)더블 위시본, (R)더블 위시본
공차중량: 1,670kg
평균연비: 약 7.75km/L
가격: 17만 3,200유로(약 2억 4,0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