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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SPORT

[2012 F1] 최종전 브라질 GP 레이스 - 버튼 우승! 타이틀은 베텔에게

사진:GEPA/레드불

 2012년 월드 챔피언이 결정되는 타이틀 결정전이 2012 FIA 포뮬러 원 월드 챔피언십 시즌 최종전의 무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렸다.

 F1의 전설 아일톤 세나의 고향이며, 현역 드라이버 가운데서는 브루노 세나와 펠리페 마사의 고향이기도 한 브라질에서의 경기는 4.309km 길이의 인터라고스 서킷을 무대로 펼쳐졌다. 올해 인터라고스의 DRS 구간은 턴3로부터 시작되는 백스트레이트에 마련되었다. 검지 위치는 턴2.

 스타팅 그리드에 나란히 선 24대의 머신 가운데 슈마허(메르세데스), 그로장(로터스), 코바야시(자우바)의 머신이 하드 컴파운드 타이어를 선택, 나머지는 모두 소프트측에 속하는 미디엄 컴파운드 타이어를 착용했다. 스타팅 그리드의 1열은 예선 폴의 주인공 루이스 해밀턴과 그의 팀 메이트 젠슨 버튼 두 월드 챔피언 멕라렌 드라이버에 의해 점거되었다. 2열은 마크 웨버와 그의 챔피언십 선두 팀 메이트 세바스찬 베텔에 의해 레드불이 차지했다.

 베텔은 이번 경기에서 알론소를 제지하고 챔피언십 타이틀을 획득하게 되면 지금까지 아일톤 세나가 갖고 있던 F1 최연소 3회 월드 챔피언에 등극한다. 그러기 위해선 유일한 챔피언십 타이틀 경쟁자인 페라리의 페르난도 알론소가 이 레이스에서 우승하더라도 4위로만 완주하면 되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다. 그 알론소의 그리드는 원래 8번째였다. 그러나 예선에서 패스터 말도나도(윌리암스)가 그리드 패널티를 받고 10그리드 강등 처벌되었기 때문에 한 계단 상승한 7번째 그리드에서 로터스의 키미 라이코넨과 나란히 출발했다.


 이번 주말 내내 관심사였던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폴 스타터 루이스 해밀턴(멕라렌)이 가장 앞서서 턴1을 향해 진격, 평온한 해밀턴의 상황과 달리 뒤에서는 마사(페라리)가 버튼 안쪽으로 침투해 2위로 부상했다. 이것으로 톱3는 해밀턴(멕라렌), 마사(페라리), 버튼(멕라렌)으로 재정렬된다. 그 뒤로 웨버(레드불), 알론소(페라리), 베텔(레드불)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아부다비 우승자 라이코넨(로터스)이 턴3에서 코스오프하는 등 갑작스러운 정체로 인해 대열이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 그리고 그 틈에서 스핀해 앞뒤가 바뀐 채 트랙 중간에 정지해있는 챔피언십 선두 베텔(레드불)이 발견되었다. 다행히 자력으로 대열에 복귀할 수 있었지만 순위는 단숨에 맨 뒤로 떨어져버렸다.

 오프닝 랩을 마치고 피니시 라인으로 지나는 웨버(레드불)와 마사(페라리) 옆으로 재빨리 공간을 비집고 들어온 알론소(페라리)가 3위로 턴1을 돌아나갔다. 이로써 챔피언십 타이틀의 행방은 알론소에게로 향한다. 그러나 턴4에서 세나의 윌리암스 머신에 가격되었던 베텔의 머신에 꽤 데미지가 있어보였지만 필사의 주행을 계속 이어간데다, 악화되어가는 날씨까지 가중되면서 챔피언십 타이틀 행방을 단정 지을 수 없게 되어버린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알론소(페라리)가 턴1에서 코스 이탈했다. 곧바로 대열에 복귀해 자세를 바로 잡았지만, 그 틈에 훌켄버그(포스인디아)가 3위로 부상했다.

 크게 스핀해 10위권 밖으로 추락했던 레드불의 또 다른 드라이버 마크 웨버가 10랩에 피트스톱을 실시했다. 그 사이 벌써 7위로 부상한 베텔에 이어 해밀턴(멕라렌)과 알론소(페라리)까지 첫 번째 피트인을 실시해 모두들 인터미디에이트 타이어로 갈아 신었다. 하지만 선두권에서는 버튼(멕라렌)과 훌켄버그(포스인디아), 그리고 마사(페라리)가 계속해서 미디엄 슬릭 타이어를 고집하며 톱3를 달렸다.

 13랩, 베텔이 팀 메이트를 추월하고 10위권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사이 인터미디에이트를 신은 해밀턴(멕라렌)이 미디엄을 신은 마사를 추월하고 3위로 올라섰다. 다음번엔 알론소가 팀 메이트 마사를 따돌리고 4위로 부상했다. 당시 해밀턴의 인터미디에이트 타이어 페이스는 버튼의 슬릭 타이어 페이스보다 1초 정도 빨랐다.

 아직 피트스톱을 하지 않은 버튼(멕라렌)과 훌켄버그(포스인디아) 사이에 선두 다툼이 발생했다. 평상시에는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지만 인터라고스이기에 가능한 것일까? 19랩에 훌켄버그가 버튼을 추월하고 레이스 선두가 되었다. 인터미디에이트로 교체했던 해밀턴(멕라렌)과 알론소(페라리)가 19랩에 두 번째 피트스톱을 실시해 이번에는 슬릭 타이어로 다시 갈아 신었다. 그러나 두 드라이버의 선택은 각각 하드와 미디엄으로 갈렸다. 이어 베텔과 웨버도 피트인했는데, 여기서 두 레드불 드라이버는 모두 하드 타이어를 선택했다.

 22랩에 접어든 레이스의 선두는 여전히 포스인디아의 니코 훌켄버그로, 내년이면 자우바로 이적하는 훌켄버그로부터 1.2초 뒤에 버튼(멕라렌)이 2위, 45초 뒤에 해밀턴(멕라렌)이 3위를 달렸다. 23랩에 트랙 위에 떨어진 머신 파편 탓에 세이프티 카가 투입되었다. 이때 3위권 밖 순위는 해밀턴(멕라렌), 알론소(페라리), 베텔(레드불), 코바야시(자우바), 웨버(레드불), 디 레스타(포스인디아), 리카르도(토로 로소), 라이코넨(로터스) 순으로, 리카르도부터는 1바퀴가 지연되었다.

 세이프티 카 타이밍에 훌켄버그와 버튼 톱2가 첫 피트인을 실시해 순위 변동 없이 그대로 대열에 합류해 SLS AMG의 선도를 받았다. 두 드라이버가 선택한 타이어는 하드 컴파운드였다.

 세이프티 카가 철수하고 레이스가 재개된 것은 29랩으로, 훌켄버그가 계속 선두 포지션을 유지했다. 바로 뒤에선 베텔, 코바야시, 웨버 세 대의 머신이 나란히 사이드-바이-사이드로 턴1에 진입했고, 웨버가 트랙 밖으로 튕겨져 나간 사이 코바야시가 베텔을 뒤에 달고 5위로 턴2를 향했다. 베텔의 머신은 오프닝 랩에서의 사고로 좌측 배기구 주변이 크게 파손된 상태. 공기역학 측면에서의 영향 탓인지 페이스가 느려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레이스를 선도하던 훌켄버그(포스인디아)가 코스 외곽 흰색 라인을 밟고 절반 가량 스핀했다. 그 틈에 해밀턴(멕라렌)이 어렵지 않게 선두로 부상했다.

 52/71랩에 새로운 동향이 피트레인에서 포착되었다. 로스버그(메르세데스)가 인터미디에이트 타이어로 교체한 것이다. 그러나 52랩에 피트인한 리카르도(토로 로소)는 하드 슬릭 타이어를 선택하고, 53랩에 피트인한 베텔(레드불)도 인터미디에이트가 아닌 미디엄 슬릭 타이어를 선택한다. 하드에서 미디엄으로 교체한 베텔은 슈마허 앞 10위로 복귀했다.

 55랩 턴1을 향하던 루이스 해밀턴(멕라렌)이 케이터햄과 마루시아 백마커들을 앞에 두고 주춤 거리는 사이 훌켄버그(포스인디아)가 턴1에서 추월에 성공해 다시 선두에 등극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다. 바로 그 턴1에서 오버스피드로 포스인디아 머신의 리어 엔드가 미끄러지면서 해밀턴의 머신을 가격, 머신의 앞서스펜션이 부러진 해밀턴은 멕라렌에서의 마지막 레이스에서 결국 리타이어에 내몰리고 말았다. 이번 시즌 5번째 리타이어다.

 빗줄기가 강해지면서 베텔이 55랩에 네 번째 피트스톱을 실시해 인터미디에이트로 갈아 신었다. 메르세데스의 도박이 옳았던 것이다. 그런데 피트크루들이 타이어를 미리 준비해놓지 않아 베텔의 피트스톱이 크게 지연되었다. 이제 베텔의 순위는 10위권 밖. 2랩 늦게 피트인해 인터미디에이트 타이어로 교체한 알론소(페라리)가 4위로 대열에 합류했다.

 앞으로 남은 레이스는 10랩. 멕라렌의 젠슨 버튼이 레이스를 리드하고 마사(페라리)가 2위, 알론소(페라리)가 3위, 그리고 베텔(레드불)이 7위인 상황에서 다시 풀-웨트로 타이어를 교체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빗줄기가 굵어졌다. 이런 가운데 알론소가 페라리 팀 메이트 마사를 추월해 2위로 부상했다. 지금 알론소에게 필요한 건 우승. 그러나 1위 버튼과 20초나 벌어져있는데다, 베텔이 슈마허를 추월하고 6위로 올라서면서 알론소의 챔피언십 우승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레이스 종료 5랩 전, 버튼과 알론소의 갭은 여전히 20초대다. 같은 시각, 더 이상 순위를 끌어올리지 않아도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수 있는 6위 베텔(레드불)이 리스크를 무릅쓰지 않는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갔다.

 70/71랩, 고속의 최종 코너를 질주하던 중 미끄러진 폴 디 레스타의 포스인디아 머신이 외벽에 들이받고 크게 파손되면서 세이프티 카가 투입되었다. 결국 타이틀 결정전은 세이프티 카에 의해 종료되고, 6위로 피니시한 레드불의 세바스찬 베텔이 2위를 알론소를 챔피언십 포인트 3점차로 따돌리고 F1 사상 최연소 3회 월드 챔피언에 등극했다.

 멕라렌의 젠슨 버튼이 올해에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레이스를 선물한 브라질 GP에서 완주 머신 가운데 가장 적은 2차례의 피트스톱만으로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어, 2012년 시즌의 개막전과 폐막전에서 모두 우승을 남겼다.

 이번 경기를 끝으로 완전히 F1과 이별하는 미하엘 슈마허(메르세데스)가 7위로 피니시해 메르세데스에게 마지막 챔피언십 포인트를 선물했다. 또한 페라리의 펠리페 마사가 3위로 시상대에 올라 모국 팬들과 기쁨을 함께 나눴으며, 그 뒤로 마크 웨버(레드불) 4위, 니코 훌켄버그(포스인디아)와 세바스찬 베텔(레드불)이 각각 5위와 6위, 미하엘 슈마허(메르세데스) 7위, 장-에릭 베르뉴(토로 로소) 8위, 카무이 코바야시(자우바) 9위, 그리고 키미 라이코넨(로터스)이 10위를 했다. 포인트권 외에서는 비탈리 페트로프가 11위로 피니시한 것에 의해 케이터햄이 마루시아로부터 컨스트럭터즈 챔피언십 10위를 쟁탈했다.

 아직 한 가지 의문은 남아있다. 리플레이 장면에서 베텔이 황색기 구간에서 추월하는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튜어드가 베텔에게 어떤 처벌을 내리느냐에 의해 이변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레이스 결과에 심각한 영향이 가는 처벌이 내려지진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제 2012년 시즌이 끝이 났다. 후안 마누엘 판지오, 미하엘 슈마허에 이어 F1 역사상 세 번째로 3년 연속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세바스찬 베텔은 내년에도 번호 ‘1’을 단 머신에 탑승해 챔피언십 타이틀 방어에 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