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hat Car?

뛰어난 실용성의 소프트-로더 - 2013 Vauxhall Mokka

사진:복스홀

 ‘복스홀 모카’. 국내 출시 가능성이 “제로”인 차량이지만, 우리와 전혀 관계 없는 차는 아니다. 영국을 제외한 유럽시장에서 오펠 브랜드로, 미국과 중국에서는 ‘뷰익 앙코르’로, 그리고 차별된 패키징의 ‘시보레 트랙스’로 유럽과 한국의 거리를 달린다.

 올해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데뷔, 플랫폼으로 ‘아베오’와 동일한 GM 그룹의 감마 II를 사용하는 ‘모카’는 유럽에서 시작된 컴팩트 4X4(“컴팩트 소프트-로더”라고도 부른다.) 열풍에 가장 최근에 합류한 신예로 스코다 예티나 닛산 카슈카시, 닛산 주크 등과 경쟁한다. 오직 영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복스홀 모카’는 상대적으로 탄탄한 서스펜션 셋업을 가져, 질주 본능을 자극하는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아스팔트를 단단하게 움켜쥐며 바디 롤을 잘 억제해낸다.

 하지만 반듯하게 닦이지 않은 B급 도로에 들어서면 서스펜션이 조금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고, 높은 시트 포지션으로부터 얻은 자신감을 안고 코너링 밴드를 그리기 시작하면 부정확하고 무딘 전자식 스티어링에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빼앗긴다. ‘닛산 카슈카이’에 뒤쳐지는 승차감이 고속도로에 접어들면 완화되지만, 안심할라치면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풍절음이다. 50마일(약 80km/h)을 넘어서면 사이드 미러와 도어 틈새에서 소음이 들려온다.

 ‘모카’에는 128hp(130ps) 출력의 1.7 디젤, 138hp(140ps) 출력의 1.4 터보 가솔린, 그리고 114hp(115ps) 1.6 가솔린까지 세 종류의 엔진이 탑재된다. 이 중 디젤 엔진이 영국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을 게 뻔하지만, 그것이 곧 가장 세련된 엔진이라는 뜻은 아니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발생하는 옛것의 느낌이 가득한 거친 소음을 실내에 잔뜩 채우고 가속에 돌입하면, 저회전역에서 시원스럽게 밀어주길 원하는 운전자의 기대는 피크토크가 발생하는 2,000rpm에 이르기 전에 아쉬움으로 변한다. 1.4 터보 가솔린 엔진에 소음 문제는 없다. 디젤보다 이쪽이 저회전역 가속이 더 부드럽고 빠르다.

 그러나 1.7 디젤 모델이 ‘모카’ 라인업에서 베스트 셀링이 될 수밖에 없다. 이유는 이렇다. 수동변속기만 오토 스톱/스타트 장비의 효과를 누리는데, 6단 수동변속기에서 디젤 엔진이 가솔린보다 거의 20mpg 가까이 뛰어난 62.8mpg(약 26.7km/L) 연비를 낳고, 토크도 최소 10.2kg-m 높아 추월 가속이 뛰어나다. 120g/km 탄소배출량은 ‘닛산 주크’의 어떤 모델보다 뛰어난 수치다.

 디젤 모델에서 4륜 구동 시스템은 옵션, 가솔린 모델에서는 기본사양이다. 복스홀의 새로운 4륜 구동 시스템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엔진이 만들어낸 모든 파워를 앞바퀴에 보내고, 미끄러운 주행 환경을 만나면 50%의 파워를 뒷바퀴에 나눈다.

 ‘모카’는 이 세그먼트에서 가장 실용적인 모델 중 하나다. 전석과 후석에 모두 넉넉한 머리위공간과 발밑공간을 지녔다. 너무 먼 거리만 이동하지 않는다면 뒷좌석에 성인 3명이 탑승하는데도 큰 무리가 없다. 뒷좌석 시트를 눕히면 ‘닛산 주크’보다 무려 822리터 넓은 최대 1,372리터의 공간이 등장한다. ‘닛산 카슈카시’와 비교해서도 넓지만 쏘울처럼 박스형 디자인을 가진 ‘스코다 예티’의 1,760리터보다는 적다.

 하지만 돌출부가 없고 뒷좌석 시트가 거의 평평하게 접히는 등 잘 만들어진 적재 공간은 ‘모카’의 큰 무기다. 1,372리터 용량은 전장이 162mm 더 긴 ‘기아 스포티지’의 1,353리터보다도 넓은 것이어서, ‘스코다 예티’보다 적을 뿐 결코 적은 용량이 아니다.

 ‘모카’의 대시보드는 C세그먼트 해치백 ‘아스트라’와 상당히 유사하다. 좌핸들 ‘오펠 모카’의 센터 페시아가 그대로 적용된 탓에 오로지 오른쪽에만 운전석을 두는 복스홀에서는 버튼이 모두 반대편에 위치해, 운전 중 버튼 찾기도 그만큼 어렵다.

 측면 스커트와 앞뒤 범퍼에 프로텍터를 부착해 오프로드 주행에도 대처하고 있는 ‘복스홀 모카’는 닛산 주크와 스코다 예티가 불을 지핀 이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우리는 애플이 아니기에 그것을 트집 잡을 생각이 추호도 없다. 하지만 ‘모카’가 “게임 체인저”가 아닌 건 엄연한 사실이다.

 모든 트림에 갖춰지는 주간주행등, 중앙집중식잠금장치, 크루즈 컨트롤, 디지털 오디오, 8에어백,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 내리막 제어 장치, ESP로 이어지는 풍족한 리스트, 뛰어난 실용성, 1만 5,995파운드(약 2,800만원)부터 시작하는 나름 합당한 가격. 클래스 리딩 수준의 실용성도 우수하다. 그러나 세련되지 못한 엔진과 실내, 그리고 의외로 영국의 도로에 적합하지 않은 승차감이 스티어링 만큼이나 ‘모카’의 존재를 어정쩡하게 만든다.


모델: 복스홀 모카 1.7 CDTi FWD
장x폭x고: 4,278x1,777x1,646mm
휠베이스: 2,555mm
엔진: 1,686cc 직렬 4기통 디젤
트랜스미션: 6단 수동
출력: 130ps(129hp)/4,000rpm
토크: 30.6kg-m(300Nm)/2,000~ 2,500rpm
서스펜션: (F)맥퍼슨 스트러트, (R)토션 빔
공차중량: 1,354~ 1,415kg
평균연비: 62.8MPG(약 26.7km/L)
가격: 1만 9,445파운드(약 3,400만원)


0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222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