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우디/도요타/애스턴마틴/GEPA/로이터/Getty/닛산/페라리/롤렉스
유서 깊은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참전한지 올해로 13년째인 아우디가 통산 11승째를 달성했다.
지난해 우승조 앙드레 로테레르(Andre Lotterer), 마르셀 파슬러(Marcel Fassler), 브누아 트렐루예(Benoit Treluyer)가 주행을 담당한 디젤 하이브리드 머신 No.1 ‘아우디 R18 e-트론 하이브리드’가 레이스 대부분을 리드한 끝에 우승해, 르망 역사상 최초의 하이브리드 머신 우승을 기록했다.
No.2 ‘R18 e-트론 하이브리드’가 2위로 체커기를 받아 아우디 하이브리드 머신이 1-2위를 차지한 것 외에도 2010년 우승자 마이크 로켄펠러(Mike Rockenfeller)와 함께 논-하이브리드 머신 No.4 ‘아우디 R18 울트라’가 3위로 체커기를 받아, 아우디가 2000년과 2002년, 그리고 2010년에 이어 통산 네 번째로 1-2-3위를 석권했다.
프랑스의 작은 소도시 르망에 인근한 길이 13.629km의 사르트 서킷을 총 378바퀴 질주한 레이스가 초반부터 아우디의 압도적인 우세로 흘러간 건 아니었다. 초반엔 아우디와 도요타 두 매뉴팩처러 팀이 활발하게 선두권을 다퉜다. 5시간께 선두를 쟁탈하기도 했던 도요타는 그러나, 앤서니 데이비슨(Anthony Davidson)/No.8 ‘TS030 하이브리드’가 최고속도 330km/h의 Mulsanne 스트레이트가 끝나는 지점에서 하위 클래스의 페라리 GT 머신과 충돌해 공중에서 1회전하는 큰 충돌을 당하면서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올해 대회에 총 두 대의 머신을 투입시킨 도요타에서는 데이비슨의 리타이어 후 No.7 머신만이 유일하게 남게 되었다. 그런데 남은 머신마저 엔진 트러블로 리타이어해 도요타는 결국 완주에 성공하지 못했다. 비록 완주에는 실패했지만 가솔린 하이브리드 머신으로 13년만에 르망에 복귀한 일본 메이커의 데뷔 무대는 분명 인상 깊었다.
레이스 종료를 3시간여 남긴 무렵에 아우디 진영에 중대한 위기가 찾아들었다. 앨런 맥니쉬(Allan McNish)/No.2 아우디 하이브리드가 포르쉐 커브(Porsche Curves)에서 배리어에 충돌한 직후, 마르크 제네(Marc Gene)/No.3 아우디마저 첫 번째 시케인에서 타이어 배리어에 충돌한 것.
맥니쉬는 신속하게 트랙으로 돌아와 톰 크리스텐센(Tom Kristensen)에게 머신을 넘길 수 있었지만 제네의 머신은 사고 여파로 20분간 지체하고 말았다. 제네의 사고가 있기 전에도 No.3 아우디는 로맹 뒤마(Romain Dumas)가 휠을 쥔 토요일 저녁에 시보레 GT 머신과 충돌이 있었던 터라, 뛰어난 일관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매뉴팩처러 팀을 위협한 No.12 리벨리온 레이싱(Rebellion Racing)의 롤라-도요타에게 한 계단 밀린 5위로 피니시했다.
우승한 No.1 아우디 하이브리드에 11바퀴 지연되었던 리벨리온 레이싱에서는 F1 4회 챔피언 알랭 프로스트의 아들 니콜라스 프로스트(Nicolas Prost), 전 F1 드라이버 닉 하이드펠드(Nick Heidfeld), 그리고 닐 야니(Neel Jani)가 조를 이뤄 참전했다.
올해 대회 엔트리 수는 총 56대. 그 중 20대가 참전해 12대가 완주에 성공한 LMP2 클래스에서 우승한 것은 No.44 스타웍스 모터스포츠(Starworks Motorsport)의 HPD/혼다다. 그 뒤로 닛산 엔진을 탑재한 TDS 레이싱(TDS Racing), 페콤 레이싱(Pecom Racing), 시그너테크 닛산(Signatech Nissan)의 ‘Oreca 03’ 머신 3대가 클래스 2, 3, 4위를 휩쓸었다.
애스턴 마틴, 시보레, 페라리, 포르쉐가 각축전을 벌인 GTE Pro 클래스에서는 결과적으로 페라리가 1위와 2위, 4위를 휩쓸었다. 지안카를로 피시첼라(Giancarlo Fisichella)가 조에 포함된 No.51 AF 코르스(AF Corse) ‘페라리 458 GTC’가 레이스를 하루 앞두고 발생한 큰 사고로 머신을 다시 조립해야했던 위기에도 폴 주자 No.59 럭셔리 레이싱(Luxury Racing) 페라리와 No.97 ‘애스턴 마틴 밴티지 GTE’를 3바퀴 이상 앞질러 클래스 우승했다.
또, GTE Am 클래스에서는 No.67 IMSA 퍼포먼스 Matmut(IMSA Performance Matmut) ‘포르쉐 997 GT3-RSR’과 치열하게 다툰 라브르 컴페티션(Larbre Competition)의 No.50 ‘시보레 코베트 C6.R’이 1바퀴 차이로 우승해, 코베트를 몰았던 줄리앙 카날(Julien Canal)이 GTE Am 클래스 3연승을 차지했다.
한편, 화제의 닛산 델타윙은 아우디와 도요타가 벌인 불꽃 튀는 선두 다툼에 본의 아니게 끼어, 포르쉐 커브(Porsche Curves) 출구에서 진로를 변경하던 카즈키 나카지마/No.7 도요타 하이브리드와 접촉 후 외벽에 충돌하면서 큰 데미지를 입어 비운의 리타이어를 했다.
6월 16일과 17일 양일간 펼쳐진 제 80회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에는 총 56대의 머신이 참전해 21대가 리타이어했다. 우승한 No.1 ‘아우디 R18 e-트론 하이브리드’가 24시간 동안 질주한 거리는 5,151.8km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