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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SPORT

[2012 F1] F1에서 종적을 감춘 이탈리아인 드라이버

사진:
Sutton

 야노 트룰리마저 시트를 잃자 F1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이탈리아가 그렇다. 1997년에 F1에 데뷔해 악명 높은 모나코에서 우승한 전적이 있는 37세 이탈리아인 베테랑 드라이버 야노 트룰리의 시트 상실로 이제 F1에는 이탈리아 출신 드라이버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1960년대 말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F1에서 무려 19번의 시즌을 쉬지 않고 달려왔지만 이제는 인디카로 눈을 돌린 루벤스 바리첼로가 브루노 세나에게 올해 윌리암스 시트를 내줬다는 소식이 있은지 정확하게 한 달이 지나, 야노 트룰리가 비탈리 페트로프에게 케이터햄 시트를 내줬다는 뉴스가 발표됐다. 이미 프리시즌 첫 합동 테스트에 참가해 신차를 경험한 뒤였다.


 그리고 이것은 페이 드라이버가 신흥국에서 유치된 든든한 자금을 결정적 무기로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드라이버를 내치는 형국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바리첼로는 ‘트위터’에서 한탄하듯 말했다. 케이터햄도 드라이버 교체를 발표할 당시, 트룰리를 자금 사정이 더 좋은 페트로프로 교체한다는 결정을 내려질 때 세계 경제시장이 반영되었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트룰리는 자신의 뒤를 이을 이탈리아인 드라이버가 없다는 사실에 더더욱 속상해하고 있다. “힘든 경제사정으로 인해 풍족한 후원을 받는 드라이버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는 건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F1에 이제 이탈리아인이 없어 너무 속상합니다.” 페라리 팀 대표 스테파노 도메니칼리도 이탈리아인 드라이버가 종적을 감춘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앞으로도 몇 년간 F1 월드 챔피언십 필드에서 이탈리아인 드라이버를 볼 수 없다니 슬픔을 감출 수 없습니다.”


 F1에서 이탈리아인 드라이버가 종적을 감춘 이유 중 하나로 야노 트룰리는 “생소한 일이 아니다. 재능이 있어도 누구도 지원하질 않는데 희망이 있을리 만무하다.”며 “이탈리아에는 드라이버가 정상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확립된 시스템이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탈리아 국적의 팀으로 1950년대부터 F1에 참전해온 페라리가 그러한 역할을 짊어져야 할 의무가 있지만, 창립자 엔초 페라리가 같은 고향의 이탈리아인 부모에게 자신의 차를 몰다 사망한 아들의 사망 소식을 알리는 것을 꺼려한다는 등의 이유로 지금까지 이들은 이탈리아 국적의 드라이버 기용을 꺼려왔다.


 “지난 몇 년간 페라리는 드라이버 아카데미를 통해 새로운 세대의 젊은 드라이버들을 육성하는 장기적인 계획을 추진해왔습니다.” 페라리 팀 대표 스테파노 도메니칼리. “그리고 지금 라파엘레와 브랜든이라고 하는 두 재능 있는 젊은이들을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성장하는 과정에 있어 훌륭한 기회들을 얻게 될 겁니다.” 하지만 각각 17세와 18세의 라파엘과 브랜든 역시 이탈리아인이 아니다. 


 F1에서 이탈리아인 챔피언이 등장한 것은 1953년 페라리에서 알베르토 아스카리가 마지막으로, 새로운 이탈리아인 챔피언이 등장하려면 앞으로도 상당히 오랜 시간을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