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창립자 에토레 부가티가 사망한 뒤 부가티는 심각한 존폐 위기에 처했다. 그의 아들 장 부가티(Jean Bugatti)가 30살의 나이로 1939년에 차 사고로 사망해 마땅한 후계자가 없었던 상황에서 결국 그들은 1952년 공장의 문을 닫고 만다.
그러던 1987년 10월, 이탈리아인 페라리 딜러 로마노 아르티올리(Romano Artioli)가 부가티가 가진 잠재력을 확신하고 부가티 아우토모빌리 SpA(Bugatti Automobili SpA)를 설립했다.
약 4년이 지난 1991년 프랑스 파리에서 아르티올리와 그의 정예 팀이 개발한 첫 작품이 공개되는데, 9월 15일 에토레 부가티의 110번째 생일날 세상에 공개된 차가 바로 ‘EB110’이다.
프랑스 항공기 제조사 아에로스파시알(Aérospatiale)이 카본 파이버 소재로 제작한 섀시에 3.5리터 배기량의 V12 쿼드 터보차저 엔진이 탑재되었고, EB110의 독특한 외관은 시저 도어의 창시자이며 람보르기니 쿤타치, 미우라, 디아블로, 란치아 스트라토스 등을 창조한 베르토네 디자이너 마르첼로 간디니(Marcello Gandini)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1992년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성능이 한층 강화된 EB110 슈퍼 스포트가 공개됐다. 새 ECU, 그리고 고성능 인젝터와 배기 시스템 등으로 개조된 V12 쿼드터보 엔진은 최고출력으로 60bhp 증가한 610bhp를 발휘했다.
무게도 기존 EB110보다 가벼웠다. 일부 알루미늄 패널을 카본 케블라 패널로 교체하며 150kg이나 무게를 줄여, EB110 SS는 중량이 1,400kg에 불과했다.
이러한 업그레이드를 통해 EB110 SS는 3.26초 만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를 돌파하고 최대시속으로 355km를 찍는 우수한 가속력을 가졌고, 주행 성능은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그리고 맥라렌 F1보다도 뛰어났다.
EB110은 총 139대가 제작됐다. EB110 SS의 경우에는 30대 밖에는 제작되지 않았다. 그 30대의 EB110 SS 가운데 한 대가 내년 파리에서 열리는 한 경매에 등장한다.
이번에 경매에 출품되는 차량은 1994년 독일에 최초로 판매되었으며, 이후 일본의 슈퍼카 전문 수입 업자를 통해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2012년 스위스에서 지금의 오너를 만났다. 그 사이 실제로 도로를 운행한 거리는 916km가 전부다. 사실상 신차나 다름없다. 심지어는 1994년에 최초로 판매됐을 때 부가티에서 제공된 오리지널 책자와 공구, 부속품까지도 그대로 갖추고 있다.
2년 전에도 부가티 EB110 SS가 경매에 출품된 적이 있다. 당시 EB110 SS는 100만 달러, 약 11억원에 경매에 낙찰됐었다.
사진=RM 소더비/ 글=offerkis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