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도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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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가 2016 SEMA 쇼에 비교적 평범해 보이는 검은 ‘랜드 크루저’ SUV 한 대를 출품했다. 휠 하우스가 타이어의 윗부분을 살짝 가릴 정도로 낮은 차체와 두툼하게 내려온 에어댐, 그리고 의심스럽게 새까만 바디컬러를 통해 뭔가 비밀을 감추고 있음을 은연히 말하는 이 차는 실제로 대단한 비밀을 감추고 있다.
도요타가 세상에서 가장 빠른 SUV를 만들었다. 벤틀리 최초의 SUV이자 세상에서 가장 빠른 양산형 SUV를 주장하는 ‘벤테이가’의 제원상 최고속도가 301km인데, ‘랜드 스피드 크루저’라는 이름을 가진 도요타의 이 SUV는 무려 350km를 넘어간다.
‘랜드 크루저’를 자신만만하게 ‘랜드 스피드 크루저’라고 칭할 수 있게 만들어준 비밀은 최고출력이 자그마치 2000마력(hp)이 넘는 V8 트윈-터보 엔진이다. 도요타 모터스포츠는 381마력(hp)의 기존 5.7 V8 엔진을 떼어내 하나하나 새롭게 손보면서, 배구공 크기의 Garrett 터보차저를 거기에 연결하고 기록 주행과 같은 숏-런 때 흡입 공기를 급속도로 냉각시킬 목적으로 얼음을 채워넣을 수 있는 박스를 엔진 룸에 설치해넣었다.
본네트를 열어도 보이지 않는 터보차저는 범퍼 흡기구와 곧바로 연결되게 실린더 아래쪽에 위치시켰다.
차체 아래쪽으로 빨려들어가는 공기의 양을 제한하고 고속주행 안정성을 높일 요량으로 차체를 낮추고, 프론트 범퍼 아래에는 에어댐을 달고 뒤에는 투박한 디퓨저를 단 것이 기존 랜드 크루저와 ‘랜드 스피드 크루저’를 외부에서 구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단서다.
길가다 마주치면, 누가 이 차를 부가티 베이론에 두 배 가까운 파워를 품은 SUV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