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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포뮬러 원 시즌 2차전 말레이시아 GP에서 예상을 깨고 페라리 드라이버 세바스찬 베텔이 우승했다. 비가 내리면 메르세데스의 우승 행진이 중단될 수 있단 예상은 있었지만, 비가 내리지 않은 가운데 나온 결과다. 2위는 루이스 해밀턴이, 3위는 니코 로스버그가 했다.
개막전 호주 GP는 액땜이었을까? 2주 만에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그랑프리는 경쟁의 열기가 무척 뜨거웠다. 중위권은 물론, 선두 경쟁도 열기가 대단했다. 메르세데스의 지배는 없었다. 오히려 레이스 후반 들어 페라리가 여유까지 보이며 레이스를 선도했다.
레이스가 시작된 건 우리시간으로 16시. 쿠알라 룸푸르는 평소처럼 무덥고 습했으며, 노면은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 얄밉도록 매말라있었다. 작년보다 한 시간 일찍 레이스가 시작돼, 더위는 기록적 수준이었다.
레이스는, 비록 예선에서 107% 룰을 통과하지 못했으나 스튜어드의 승인으로 레이스 출전권을 확보한 매너-마루시아에서 예선에서 발생한 연료 시스템 문제를 하룻밤 새 고치는데 실패해 한 대만 출전시켰기 때문에 19대로만 시작됐다. 루이스 해밀턴이 자신의 150번째 그랑프리를 개인 커리어 통산 40번째로 획득한 폴 포지션에서 출발했다.
해밀턴의 스타트는 깔끔했다. 반면 니코 로스버그는 세바스찬 베텔(페라리)에게 순순히 2위 순위를 내줬다. 초반 순위는 해밀턴(메르세데스), 베텔(페라리), 로스버그(메르세데스), 리카르도(레드불), 마사(윌리암스), 키바트(레드불), 훌켄버그(포스인디아), 에릭슨(자우바) 순으로 이어졌다.
4랩에 마커스 에릭슨의 자우바 머신이 오른쪽으로 완만하게 곡선을 그리는 턴1 바깥쪽으로 벗어나는 사고가 발생해 세이프티 카가 투입됐다. 두 메르세데스 드라이버를 포함해 대부분이 피트인했고, 트랙에 머문 베텔(페라리), 훌켄버그(포스인디아), 그로장(로터스), 사인즈(토로 로소), 페레즈(포스인디아)가 메르세데스 앞을 달렸다. 이 부분에서부터 결과가 갈렸다.
첫 피트스톱에서 하드 컴파운드로 타이어를 교체한 메르세데스의 두 드라이버는 의외로 앞으로 진격해나가는데 고전했다. 그 사이, 앞이 뻥 뚫린 베텔(페라리)은 쾌주를 시작했고, 그러면서 5위 해밀턴과 베텔의 격차는 10랩에 9초가 넘어갔다. 차근차근 추월해 해밀턴이 14랩 2위에서 베텔과의 격차를 좁혀나갔다.
베텔은 18랩에 첫 피트스톱을 실시해 로스버그 뒤 3위로 트랙에 복귀했다. 해밀턴이 2위 로스버그에 8초 앞서있던 19랩, 로스버그 뒤로 4.6초 거리에 있던 베텔이 빠르게 거리를 좁혀나갔다. 급기야는 22랩 백스트레이트에서 추월했다. 먼저 첫 피트스톱을 했던 해밀턴의 타이어가 지쳐있던 24랩에 베텔은 백스트레이트에서 이윽고 또 한 명의 메르세데스 드라이버마저 추월하고 다시 선두가 되었다. 이 백스트레이트 끝에 다다르자, 해밀턴은 곧바로 피트로 마치 빨려들어가듯 들어갔다. 그리고 하드에서 당시 베텔과 같은 미디엄 컴파운드로 타이어를 교체했다.
33랩/56랩에 베텔(페라)은 해밀턴과 로스버그를 각각 16초와 13초 차이로 선도했다. 그리고 37랩에 베텔이, 39랩에는 해밀턴, 42랩에는 로스버그가 각각 피트인했고, 베텔과 해밀턴은 하드, 로스버그는 미디엄 타이어를 선택했다.
그런데 해밀턴은 자신의 타이어 선택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는 “이 타이어가 야냐”라고 피트월에 불평했다. 팀은 그게 맞다며 진정시켰지만, 섹터 타임은 분명 페라리 드라이버보다 빨랐지만 14초 가량 벌어진 격차와 남은 바퀴 수를 생각할 때 충분한 정도는 아니었다.
실제로 이후로 베텔은 여유 있게 레이스를 이끌었다. 그리고 체커기를 받을 때, 해밀턴은 베텔보다 8.5초가 늦었다. 베텔과 3위 로스버그와는 12.3초나 차이났다. 베텔이 메르세데스 드라이버들보다 한 차례 피트스톱을 적게 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기 내용, 그리고 피렐리가 2스톱과 3스톱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한 점을 감안하면 분명 페라리의 타이어 이해도가 더 우수했다.
키미 라이코넨이 4위를 했다. 최하위까지 떨어졌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한 선전이다. 예선 Q2에서 또 한 번 “비운의 사나이”가 되었던 라이코넨은 11위에서 출발했는데, 자우바 머신의 프론트 윙에 찍혀 왼쪽 뒤 타이어에 펑크를 입는 비운을 또 다시 겪었다. 이리저리 휘날리는 타이어 파편에 머신이 큰 데미지를 입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라이코넨은 이 사고로, 초반 펑크를 입은 또 다른 드라이버 패스터 말도나도(로터스) 앞 18위로 추락했었다. 하지만 마지막엔 윌리암스의 두 드라이버에 최소 15.6초라는 큰 차이를 냈다.
5위는 보타스, 6위는 마사가 했다. 그리고 7위 페르스타펜(토로 로소), 8위 사인즈(토로 로소), 9위 키바트(레드불), 10위는 다니엘 리카르도(레드불)가 했다. 페르스타펜의 포인트 획득 사실도 주목할만하지만, 두 레드불 머신을 두 토로 로소 머신이 앞섰단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레이스 결과
다니엘 리카르도의 레이스는 꽤 힘겨워보였다. 23랩엔 토로 로소 드라이버 맥스 페르스타펜에게 턴1에서 추월당하고 18랩엔 새 팀 동료 키바트에게 속수무책으로 추월당했다. 호주인 레드불 드라이버는 메인 스트레이트 끝에서 유독 뜨거워지는 브레이크와도 싸우고 있었다.
멕라렌-혼다는 더블 리타이어했다. 베텔이 레이스 선두를 되찾은 시점에, 대조적으로 알론소는 머신에 이상이 생겨 피트로 호출을 받고 차고로 들어가, 다시 나오지 않았다. 레이스 후반 42랩에 젠슨 버튼도 리타이어했다. 그는 출력 저하를 호소하다 피트인해 알론소처럼 차고에서 MP4-30을 등졌다.
포스인디아의 두 드라이버는 이번 경기에서 나란히 패널티를 받았다. 26랩 턴2를 돌아나가던 키바트의 레드불 머신 옆을 훌켄버그가 가격했다. 예전 펠리페 마사의 사고를 떠올리게 한 이 충돌에서 키바트의 머신은 순간 턴2 에이펙스 지점에서 반대쪽 출구 지점으로 튕겨져 나갔다. 타이어끼리 부딪혔던 건지 외형상 손상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
30랩에는 턴12 바깥쪽 라인을 타고 페레즈를 추월하려던 로맹 그로장의 로터스 머신이 타이어에 밀려 크게 스핀했다. 이 건으로 페레즈는 예상대로 패널티를 받았다. 페레즈와 훌켄버그가 받은 패널티는 10초 가산 패널티였다.
그리고 패스터 말도나도(로터스)가 기계 결함 때문인지 리타이어해, 이번 경기에서 말도나도, 버튼, 알론소, 에릭슨이 완주에 실패했다. 레이스에 출전한 유일한 매너-마루시아 드라이버 로베르토 메르히는 작년 사양으로부터 소폭 개량된 머신으로 조용히 완주했다.
한편, 페라리에게 2013년 브라질 GP 이후 첫 우승을 안겨준 세바스찬 베텔은 그의 커리어에 있어 40번째, 말레이시아에서만 네 번째로 우승했다. 해밀턴은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여전히 드라이버 챔피언쉽을 선도하는데, 하지만 해밀턴과 베텔의 포인트 차이는 겨우 3점이다. 로스버그는 이제 3위다.
photo. Formul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