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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SPORT

[2014 F1] 18차전 브라질 GP 결승 레이스 - 로스버그 우승!





 2014 FIA 포뮬러 원 시즌 18차전 브라질 GP 결승 레이스에서 메르세데스의 니코 로스버그가 우승했다. 세 차례의 프랙티스와 예선에 이어 결승 레이스까지. 로스버그는 시즌 마지막 두 번째 그랑프리 주말을 완벽하게 자신을 위한 주말로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이 우승을 손에 넣기까지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루이스 해밀턴의 끈질긴 압박 공세가 레이스 후반부에 20바퀴에 걸쳐 계속되었다. 하지만 로스버그는 2008년 챔피언의 압력을 잘 견뎌내고 7월 독일 GP 이후 오랜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FIA 폴 트로피까지 치면, 로스버그는 이번 주말에만 두 개의 트로피를 손에 넣은 셈이다.


 메르세데스와 윌리암스의 레이스 시작은 평소와 비교하면 평온했다. 별다른 충돌 없이 로스버그(메르세데스), 해밀턴(메르세데스), 마사(윌리암스), 보타스(윌리암스)가 오프닝 랩을 소화했고, DRS 해제가 풀리는 타이밍에 맞춰 3랩에 로스버그는 1초 이상 앞서나갔다.


 급속도로 진행된 타이어 마모로 첫 피트스톱은 6랩에 시작되었다. 3위 펠리페 마사(윌리암스)가 피트인해 소프트 컴파운드 타이어를 미디엄으로 교체했다. 다음 랩에 보타스(윌리암스)가 젠슨 버튼(멕라렌)과 함께 피트인했고, 타이어 선택은 같았다. 그리고 8랩에는 니코 로스버그(메르세데스)가 선두에서 피트인, 바로 다음 바퀴에 해밀턴이 타이어를 교체하고 피트레인을 빠져나와 로스버그의 뒤꽁무니에 바짝 따라붙었다.


 이제 DRS 레이더 안에 로스버그가 들어왔지만, 턴3 후 등장하는 스트레이트와 마지막 코너에서부터 시작되는 홈 스트레이트 두 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DRS는 둘의 대결에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소프트 타이어를 신고 레이스를 출발한 드라이버들이 피트인한 사이, 애초에 미디엄 타이어로 출발해 선두에 등극한 니코 훌켄버그(포스인디아)를 로스버그와 달리 해밀턴은 추월하는데 고전하면서 독일인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때 해밀턴은 머신의 앞쪽에서 불편한 진동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로스버그 또한 오버스티어를 겪고 있었다. 아마 이때 상당수 드라이버들이 겪고 있었던 타이어에 물집이 생기는 블리스터(Blister) 현상의 여파였는지 모른다.


 해밀턴에게 진짜 큰 위기는 28랩에 찾아왔다. 턴4로 향하다 살짝 휘청하더니 커다란 스키드 사운드를 내며 옆으로 쭉 미끄러진 것이다. 다행히 곧바로 트랙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해밀턴은 사고 후 당장 피트인했고, 한 바퀴 전에 이미 두 번째 피트스톱을 마쳤던 로스버그(메르세데스)와 7초 정도 간격이 벌어졌다.


 해밀턴은 곧바로 반격을 시작해, 로스버그보다 0.7초 빠른 랩 타임으로 10랩이 지나기도 전에 5.2초차까지 다가섰다. 2초 이내까지 간격이 줄어든 50랩에 로스버그가 먼저 피트인했다. 51랩에는 해밀턴이 피트인해 2.5초 만에 피트박스를 벗어났고, 다시 둘의 상황은 레이스 초반처럼 1초 전후를 오가는 접전의 상황이 되었다. 곧 둘의 간격은 1초 안으로 들어와서 DRS 공격이 가능했다. 하지만 최속 랩 타임으로 반격하는 로스버그를 추월하는데 필요한 결정적 페이스가 부족했다.


 스핀 후 벌어졌던 차이를 0.6초까지 성공적으로 만회했지만, 그 이상 진격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게 1초 이내의 접전이 20랩 가까이 팽팽하게 지속된 끝에 니코 로스버그가 1위, 루이스 해밀턴이 2위로 피니쉬했다. 28랩에 발생한 스핀이 해밀턴에게 한동안 쓰라린 상처로 남을 것 같다. 한편 해밀턴으로부터 39.5초 뒤에는 모국 레이스를 펼쳤던 펠리페 마사가 폭발적인 환호성과 함께 3위로 골인했다.


 윌리암스의 레이스는 꽤나 버라이어티했다. 오스트리아 이후 가장 강력한 경쟁력으로 경기 결과를 주목 받았던 윌리암스에서 예선 3위로 출발했던 펠리페 마사는 첫 피트인 때 속도를 초과해 5초 스톱 앤 고 패널티를 받았다. 보타스(윌리암스)가 두 번째 피트인을 한 27랩에는 안전벨트를 조정하는 것인지 메카닉이 콕핏에서 뭔가 분주하게 작업하느라 크게 시간이 지체되었고, 다음번 43랩에 보타스가 피트인했을 때에는 프론트 윙에서 뭔가를 떼내는 듯한 작업이 길어지면서 또 다시 시간이 지체되었다.


 이후에는 마사가 멕라렌의 피트박스로 잘못 진입하는 실수를 해, 윌리암스는 식은땀이 마를 순간이 없었다. 안타깝게도 예선 만큼 좋은 결과는 아니지만, 마사가 모국 경기에서 포디엄 피니쉬를 달성한 가운데 보타스는 10위를 했다.


 레드불에서 세바스찬 베텔은 페라리 듀오를 따돌리고 마사(윌리암스)와 버튼(멕라렌) 뒤 5위라는 인상적인 결과를 남겼지만, 그의 호주인 동료 다니엘 리카르도의 레이스는 40랩/71랩에 조기에 막이 내렸다. 당시 트랙을 천천히 선회하며 피트에 도착한 리카르도의 머신을 메카닉들이 어떻게든 손써보려했지만, 당초 앞브레이크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었던 문제가 실은 서스펜션 결함이라는 것을 알게 돼 결국 리타이어했다.


 페라리는 이번 브라질 GP에서 전혀 다른 전략으로 키미 라이코넨과 페르난도 알론소를 레이스 시켰다. 라이코넨의 전략은 두 스톱. 한때 3위까지 부상하며 쾌주를 선사했으나 레이스 마지막에 낡은 타이어로 순위를 방어하는데 고초를 겪었으며, 총 71바퀴를 도는 동안 네 차례 피트인한 페르난도 알론소가 레이스 종반에 만난 라이코넨을 16바퀴 젊은 타이어를 무기로 레이스 종료를 세 바퀴 남겨두고 홈 스트레이트에서 DRS를 이용해 추월, 이번 주말에도 알론소가 페라리의 베스트 결과를 냈다.


레이스 결과


2014 F1 18차전 브라질 GP 챔피언쉽 포인트
1 루이스 해밀턴3341메르세데스651
2 니코 로스버그3172레드불373
3 다니엘 리카르도2143윌리암스254
4 ▲세바스찬 베텔1594페라리210
5 ▲페르난도 알론소1575멕라렌161
6 ▼발테리 보타스1566포스인디아127
7 젠슨 버튼1067토로 로소30
8 펠리페 마사988로터스10
9 니코 훌켄버그809마루시아2
10 케빈 마그누센5510자우바0

 이번 레이스에서는 타이어가 크게 혹사를 당했다. 레이스 초반부터 새롭게 포장된 트랙을 질주하는 머신의 오른쪽 앞타이어에 세로로 길게 줄이 가 있는 장면이 심심찮게 보였다. 앞에서도 언급한 블리스터로 추정되는 현상이었다. 모나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이가 짧은 인터라고스 서킷은 롱 스트레이트 없이 구불구불한 코스가 계속해서 이어져 타이어가 온도를 식힐 여유가 없는데, 블리스터가 바로 온도가 높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니코 로스버그가 그랑프리 우승한 건 7월 독일 경기 이후 처음이다. 팀 동료이자 챔피언쉽 경쟁자인 루이스 해밀턴의 5연승을 끊은 이번 우승으로 이제 로스버그는 챔피언 등극을 향해 17점을 남겨두고 있다. 만약 로스버그가 더블 포인트가 걸린 아부다비에서 우승하더라도, 해밀턴이 2위로 들어오면 해밀턴이 2회 챔피언이 된다.


 한편 이번 경기에서 메르세데스가 11번째 1-2피니쉬를 달성한 것으로, 1988년 멕라렌이 세웠던 한 시즌 최다 1-2피니쉬 기록(10회)을 갈아치웠다.


 시즌 최종전 아부다비 GP는 2주 뒤에 열린다. 일정은 11월 21일부터 23일까지. 결승 레이스는 한국시간으로 23일 22시에 시작된다.


photo. formul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