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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SPORT

[2014 F1] 15차전 일본 GP 결승 레이스 - 경기 단축 속 우승은 해밀턴 (Full)





 2014 FIA 포뮬러 원 월드 챔피언쉽 시즌 15차전 일본 GP 결승 레이스가 루이스 해밀턴의 우승으로 종료되었다. 원래 53바퀴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점차 나빠지는 날씨와 줄스 비앙키의 사고로 레이스는 44랩에 조기 종료되었다.


 레이스는 예선 1위로 맨 앞에서 출발한 니코 로스버그가 초반을 내내 선도했지만, 29랩에 DRS를 이용해 피트스트레이트를 전력질주한 루이스 해밀턴이 턴1에서 추월에 성공에 흐름을 바꿨다.


 태풍 판폰의 영향으로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부터 강하게 쏟아진 비에 한국시간으로 15시, 세이프티 카의 선도를 받으며 포메이션 랩 없이 곧바로 오프닝 랩이 시작되었다. 예선 결과에 따라, 니코 로스버그(메르세데스), 루이스 해밀턴(메르세데스), 발테리 보타스(윌리암스), 펠리페 마사(윌리암스),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 다니엘 리카르도(레드불), 케빈 마그누센(멕라렌), 젠슨 버튼(멕라렌), 세바스찬 베텔(레드불), 키미 라이코넨(페라리)이 차례로 5.807km 길이의 스즈카 서킷을 천천히 서행했다.


 페르난도 알론소의 레이스는 제대로된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막이 내렸다. 세이프티 카의 선도를 받으며 정시에 레이스가 시작되었지만, 두 번째 바퀴를 돌고 있을 때 붉은 적기가 떨어졌다. 이에 22대의 머신들은 세이프티 카를 뒤따라 피트로 들어가 피트레인에 일렬로 서, 메카닉들의 관리를 받았다. 15시 25분이 돼서야 세이프티 카의 선도 속에 다시 레이스가 재개되었는데, 페르난도 알론소의 붉은 페라리 머신이 난데없이 트랙 한켠에 주저앉아 버렸다. 페라리 탈퇴 여부로 이번 주말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스페이인인은 메커니컬 트러블로 턴5에 정지해, 쉽게 머신에서 내리지 못하다 차고로 돌아왔다.


 이것은 이탈리아 GP 이후 그의 시즌 두 번째 리타이어 장면이었다. 그리고 일본 GP 첫 리타이어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레이스 10랩 무렵 세이프티 카가 드디어 철수했고, 폴 스타터 니코 로스버그가 페이스를 높였다. 로스버그 뒤로 2위 해밀턴(메르세데스)이 따라붙으려했지만 치솟는 물보라에 접근이 쉽지 않았다.


 초반 드라이버들의 타이어는 풀 웨트였다. 이런 상황에서 멕라렌의 젠슨 버튼과 로터스의 패스터 말도나도가 곧바로 피트인해 인터미디에이트 타이어로 전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잠시 뒤, 나머지 드라이버들도 피트스톱을 감행했다. 3위 보타스(윌리암스), 6위 리카르도(레드불) 등 다수의 드라이버가 피트인해 인터미디에이트 타이어로 교체하며, 젠슨 버튼은 단숨에 최하위에서 8위로 격상했다.


 이미 크게 앞서 있었던 메르세데스는 한 동안 풀 웨트 타이어를 고집하다 13랩 끝에 로스버그부터 타이어 교체를 위해 피트에 뛰어들었다. 피트인 후 로스버그의 순위는 2위로, 아직 피트인하지 않은 해밀턴과 22초 정도 벌어져있었다. 15랩 끝에 해밀턴이 피트인을 마치고 로스버그 바로 뒤로 트랙에 나왔는데, 이 장면이 손에 땀을 쥐게 했던 건 만약 피트인 직전 해밀턴이 스푼(Spoon) 코너에서 코스아웃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면 순위가 뒤집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3위는 젠슨 버튼이었다.


 레이스가 중반에 이르러 트랙 컨디션이 개선되고 DRS 사용이 가능해지자, 로스버그와 해밀턴 두 메르세데스 드라이버의 간격도 점차 줄어들었다. 그리곤 테일-투-노즈 대결이 시작되었다. 26랩 피트스트레이트에서 페이스를 높였지만 물보라에 시야가 가려져 접근이 어려워 해밀턴의 추월 시도는 불발되었다. 만약 이대로 로스버그의 1위로 경기가 끝날 경우 루이스 해밀턴은 힘들게 탈환한 드라이버 챔피언쉽 선두를 다시 빼앗기는 상황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추월해야했다.


 27랩에 피트스트레이트를 맹렬히 질주해 턴1로 뛰어들었다,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코스를 벗어나는 실수를 범한 해밀턴은 여기서 기죽지 않고 29랩 같은 장소에서 DRS를 열고 전력질주해, 뒤타이어의 성능 저하를 겪고 있었던 로스버그의 최종 코너 실수를 물고 늘어져 턴1 바깥라인으로 추월의 결실을 맺었다.


 이후 둘 사이에 순위 교체는 없었다. 초반부터 라이벌들을 크게 떼어놓았던 메르세데스와 달리 뒤쪽 상황은 무척 분주했다.


 30랩 5위에서 피트인했던 세바스찬 베텔(레드불)이 32랩 피트인에서 6.9초나 정차한 젠슨 버튼(멕라렌)을 추월하는데 많은 힘이 들지 않았다. 그 전에, 붉은 헬멧을 쓰고 레이스에 임한 베텔은 16랩부터 팀 동료 리카르도와 함께 윌리암스 진영을 상대로 헤어핀과 던롭 커브에서 잇따라 추월 묘기를 선보이며 우의를 입고 우산을 쓰고 경기를 관람하는 열성적인 일본의 F1 팬들을 환호시켰다. 마치 어미를 따라 헤엄치는 법을 배우는 새끼 오리 마냥 베텔이 헤어핀에서 마사와 보타스를 잇따라 추월하자, 비가오는 상황에서도 성숙한 드라이빙을 보여준 리카르도가 뒤따라 던롭 커브에서 두 윌리암스 드라이버를 차례로 무너뜨렸다.


 52랩의 레이스가 35랩 부근에 이르렀을 때, 잠잠하던 빗줄기가 다시 스즈카 서킷을 적시기 시작했다. 이때 상위권 순위는 해밀턴(메르세데스), 로스버그(메르세데스), 베텔(레드불), 버튼(멕라렌), 리카르도(레드불), 보타스(윌리암스), 훌켄버그(포스인디아), 키바트(토로 로소), 마사(윌리암스), 페레즈(포스인디아) 순. 이때, 턴1 이후 등장하는 연속되는 S자 커브 에세스(Esses)에서 베텔이 크게 코스아웃해 버튼(멕라렌)이 2초 대로 따라붙는 것을 허용했다.


 그러나, 타이어 전략이 먹혀들어 오랜 만에 상위권에서 톱 팀 드라이버들과 레이스를 펼치고 있던 버튼이 상대해야할 대상은 뒤에 있던 리카르도였다. 40랩/53랩에 리카르도(레드불)는 헤어핀에서 2009년 월드 챔피언으로부터 4위 포지션을 빼앗는 듯 싶었지만 실패했다. 버튼의 무빙은 매우 정교했고 위력적이었다. 둘은 이후에도 계속 부딪혔는데, 날씨가 더 안 좋아져 DRS는 사용이 중지되고 머신 뒤로 솟구쳐 오르는 물보라의 크기는 더 커져 접근전이 힘들어졌지만, 리카르도는 개의치 않았다. 특히 속도가 크게 떨어지는 헤어핀에서 물보라의 위력은 다른 곳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여기서 또 다시 리카르도는 거의 추월에 성공했다 다시 버튼에게 포지션을 내줬지만, 42랩 헤어핀에서 끝내 레드불 드라이버는 추월에 성공하고야 말았다.


 리카르도가 버튼 추월에 성공한 때, 수틸의 자우바 머신이 에세스(Esses)에 연속된 던롭 커브에서 방벽에 충돌하는 사고가 나 황색기가 발령되었다. 곧 세이프티 카가 투입되었고, 메디컬 카도 출동했다. 심각한 사고는 아닌 듯 보였다. 그러나 마루시아 드라이버 줄스 비앙키까지 같은 곳에서 사고가 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 시각 세이프티 카는 머신들을 모두 트랙 밖 피트로 인도했고, 레이스 컨트롤은 레이스 종료를 선언했다. 현재 F1 규정에서는 레이스가 75% 이상 진행되지 못한 경우 챔피언쉽 포인트의 절반만 인정한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풀 포인트가 지급된다.


 총 53랩의 레이스는 44랩에 종료된 것으로 정식 처리되었고, 이때 선두였던 메르세데스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이 우승 드라이버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그의 팀 동료 니코 로스버그에게 2위가 돌아갔고, 마지막에 베텔이 피트인하며 마지막 순간 3위는 다니엘 리카르도였지만 44랩 기준으로 3위였던 세바스찬 베텔(레드불)이 시상대에 올라갔다. 해밀턴은 이탈리아, 싱가포르, 그리고 이번 일본 GP까지 3연승으로 드라이버 챔피언쉽에서의 우위를 10점차로 넓혔다.


2014 F1 15차전 일본 GP 챔피언쉽 포인트
1 루이스 해밀턴2661메르세데스522
2 니코 로스버그2562레드불332
3 다니엘 리카르도1933윌리암스201
4 ▲세바스찬 베텔1394페라리178
5 ▼페르난도 알론소1335포스인디아122
6 발테리 보타스1306멕라렌121
7 젠슨 버튼827토로 로소29
8 니코 훌켄버그768로터스8
9 펠리페 마사719마루시아2
10 세르지오 페레즈4610자우바0

 비앙키의 사고에 관해서는 아직 알려진 게 많지 않다. 방송 카메라에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비앙키는 현장 정리를 위해 투입된 트럭에 충돌했으며, 메디컬 센터로 이송되었다 엠뷸런스에 실려 지역 병원으로 후송되었다고 한다. 후송 당시 비앙키에게는 의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앙키의 사고로 무거워진 분위기에 시상대에 오른 드라이버들의 표정과 동작은 평소보다 자유롭지 않았으며, 샴페인 세레모니는 없었다. 마루시아의 여성 테스트 드라이버 마리아 데 빌로타의 트럭 충돌 사고로 인한 죽음이 아직 채 잊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환희에 가득차야 했던 스즈카의 분위기는 매우 엄숙했다.


 다음 시즌 16차전 경기는 바로 다음 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데, 태풍의 영향이 당장 러시아에도 미칠 우려가 있어, 당분간 날씨에 주의를 더 기울여야한다.


photoReu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