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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SPORT

[2014 F1] 14차전 싱가포르 GP 결승 레이스 - 로스버그 DNF, 해밀턴 우승!





 2014 FIA 포뮬러 원 시즌 14차전 싱가포르 GP 결승 레이스에서 루이스 해밀턴이 우승했다. 포메이션 랩 전부터 머신에 문제가 생겼던 로스버그가 결국 리타이어해버려, 해밀턴은 모나코 GP에서 빼앗겼던 드라이버 챔피언쉽 선두를 드디어 탈환했다. 


 싱가포르 GP는 완전히 어둠이 내린 현지시간 20시, 한국시간으로는 21시에 시작되었다.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 메르세데스의 엔지니어들은 마리나 베이 시가지 서킷의 그 누구보다도 분주했다. 로스버그의 W05 머신이 인스톨레이션 랩 도중에 이상을 일으킨 것이다. 스티어링 휠을 새 것으로 교체한 뒤에 다시 스타팅 그리드에 섰지만, 포메이션 랩을 출발하는데 실패해 급기야 피트레인으로 끌려나 출발했다.


 그 뒤로도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로스버그는 레이스가 10랩이 되었을 때에도 여전히 20위에 머물러있었는데, 이때까지 포메이션 랩 도중에 리타이어한 코바야시의 케이터햄을 제외하고 단 한 대의 머신 밖에 추월하지 못한 이유를 온보드 영상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기어가 한번에 2단씩 올라가, 가속이 충분히 나지 않았던 것. 거기다 피트속도제한 시스템에까지 문제가 생겨 로스버그는 완주가 크게 우려되었다.


 그래도 14랩 끝에 스티어링 휠을 교체 받기 위해 실시한 피트인에서 피트박스에 안착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N(중립)’에서 기어가 변경되지 않아 로스버그는 결국 리타이어하고 말았다. 로스버그의 리타이어로, 이번 그랑프리 주말을 챔피언쉽에서 22점 뒤쳐저 시작했던 해밀턴은 레이스에서 우승할 경우 25점을 획득해 챔피언쉽 선두에 설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로스버그의 피트레인 스타트는 그리드 두 번째 열에서 출발한 리카르도와 베텔 두 레드불 드라이버에게도 이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진짜 실리를 챙긴 건 페라리 드라이버 페르난도 알론소였다. 해밀턴 바로 뒤에서 출발했던 리카르도가 왼쪽으로 꺾이는 코너측 그리드에서 출발한 멀티 챔피언 팀 동료를 압박하려 비운 공간으로 알론소가 냉큼 뛰어들었고, 단숨에 2위로 올라섰다. 다만 턴1 에이펙스를 지나자마자 트랙을 크게 벗어나 턴2를 완전히 가로지르고, 턴7에서 베텔에게 2위 포지션을 내주고 말아 마무리는 완벽하지 못했다.


 알론소의 행동은 스튜어드의 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패널티를 받지 않았다. 레드불 머신들을 지나친 뒤에 이루어졌고, 바로 직전에 록-업이 발생해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판단된 모양.


 한편 DRS 제한이 해제된 레이스 3바퀴 때 해밀턴(메르세데스)이 1.6초 이상 레이스를 선도했다. 곧 베텔이 최속 랩 타임을 경신하며 압박에 들어갔고, 그에 대응한 것인지 메르세데스 드라이버는 페이스를 높이기 시작해 갭을 2초 대로 확대했다.


 첫 피트스톱에서 상위권 드라이버들은 하나같이 슈퍼소프트에서 슈퍼소프트 타이어로 교체했다. 마지막 스틴트를 소프트 타이어로 길게 달리겠다는 전제가 깔린 선택이었다. 


 리타이어하고 한동안 아쉬움에 매트-블랙 헬멧을 벗지 못한 로스버그가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레이스 20랩에 해밀턴은 베텔을 8초 가까이 떨어뜨려놓았다. 베텔의 뒤에서는 알론소(페라리)가 최속 랩 타임을 경신하고 서서히 따라붙고 있었다. 24랩에 베텔과 알론소의 거리는 1.2초 정도로 DRS 사정거리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23랩 마사(윌리암스)를 필두로 시작된 상위 드라이버들의 두 번째 피트스톱 타이밍에 알론소가 베텔 추격을 멈추고 먼저 피트인했다. 여기서 슈퍼소프트 타이어로 교체, 하지만 다음번에 피트인한 베텔(레드불)은 그에 상반된 소프트 타이어로 교체했다. 베텔은 알론소가 지나치기 전에 먼저 피트출구를 빠져나오지 못했고, 2위 포지션을 빼앗겼다.


 그러나 레이스 31랩 세르지오 페레즈(포스인디아)에게 발생한 사고로 투입된 세이프티 카를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페레즈는 자우바 머신과의 격전 중에 프론트 윙에 손상을 입었었는데, 이것이 나중에 완전히 부러져 바퀴 아래로 빨려들어가 산산조각 났고, 노면 위에 파편이 흩어져 세이프티 카가 투입된 상황이었다.

 

 반사적으로 드라이버들은 피트인을 실시했다. 슈퍼소프트 타이어를 신고 있던 알론소(페라리)가 거기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레이스 선두 해밀턴과 레드불 드라이버들은 피트인하지 않아, 알론소는 소프트 타이어로 갈아 신고 리카르도 뒤 4위가 되었다. 두 번째 피트스톱 후 불과 7바퀴 만에 또 다시 실시한 세 번째 피트스톱 이후 알론소는 레드불을 이전처럼 압박하지 못했다. 25랩 가까이 남은 레이스가 끝날 때까지 추월을 성사시키는데 실패, 결국 포디엄 피니쉬를 놓쳤다.


 레드불 드라이버들은 61바퀴의 레이스에서 두 차례만 피트스톱을 했다. 하지만 해밀턴과 알론소는 의무적으로 두 개의 컴파운드를 모두 사용해야한다는 규정을 만족시킬 필요가 있어 그들보다 한 차례 더 피트스톱했다.


 해밀턴(메르세데스)은 우승을 위해 37랩/61랩에 세이프티 카가 철수한 뒤 곧바로 2위 베텔과의 간격을 6초 이상으로 넓혔다. 다섯 바퀴 뒤에는 9.7초까지 넓히더니, 베텔보다 1초 이상 심지어는 2초 이상 빠른 랩 타임을 연발하며 두 바퀴 더 뒤에는 13초로 벌렸다.


 피트인해 타이어를 교체하고 피트 출구를 빠져나오는데 필요한 시간이 29초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50/61랩에 해밀턴은 22.7초까지 치고나갔다. 이 무렵이 되자 해밀턴의 슈퍼소프트 타이어 수명이 다된듯한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베텔도 타이어 문제로 힘을 못 쓰고 있긴 마찬가지였다. 해밀턴은 52랩에 피트인해 두 레드불 머신 사이로 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54랩 턴7에서 해밀턴은 신선한 타이어와 DRS에 힘입어 부드럽게 베텔을 추월하고 선두를 탈환했다. 해밀턴이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고 13.5초가 지나 베텔이 체커기를 받았다.


2014 F1 14차전 싱가포르 GP 챔피언쉽 포인트
1 ▲루이스 해밀턴2411메르세데스479
2 ▼니코 로스버그2382레드불305
3 다니엘 리카르도1813윌리암스187
4 ▲페르난도 알론소1334페라리178
5 ▲세바스찬 베텔1245▲포스인디아117
6 ▼발테리 보타스1226▼멕라렌111
7 젠슨 버튼727토로 로소27
8 니코 훌켄버그728로터스8
9 펠리페 마사659마루시아2
10 ▲세르지오 페레즈4510자우바0

 이번 싱가포르 GP는 61바퀴 일정이었지만, 2시간으로 경기 시간을 제한한 규정에 따라 세 바퀴 정도가 남아있을 때 시작된 3분 카운트 다운으로 막이 내렸다. 결국 이 레이스에서는 루이스 해밀턴이 우승했다. 세바스찬 베텔과 다니엘 리카르도가 레드불의 더블 포디엄을 달성했다. 그리고 4위 알론소 뒤로 마사(윌리암스)가 5위를 했고, 토로 로소의 장-에릭 베르뉴가 패널티를 받고도 6위로 완주하는 활약을 펼쳤다. 또 페레즈(포스인디아)가 7위, 라이코넨(페라리)이 8위, 훌켄버그(포스인디아) 9위, 마그누센(멕라렌)이 10위를 했다.


 마지막 바퀴에 보타스(윌리암스)의 타이어 컴파운드가 완전히 벗겨져버렸다. 그 바람에 머신이 크게 뒤뚱거려 제대로 달릴 수 없었고, 페레즈, 라이코넨, 훌켄버그가 냉정하게 보타스를 추월했다. 안타깝게도 이 사고로 보타스는 포인트 획득 기회를 놓쳤다. 페라리와 컨스트럭터즈 챔피언쉽에서 경쟁하고 있는 윌리암스에겐 비보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이번 레이스에서 총 다섯 명의 드라이버가 리타이어했는데, 코바야시와 로스버그를 비롯해 자우바 드라이버 수틸과 구티에레즈가 머신 고장으로 리타이어했으며, 종료 7바퀴를 남겨두고 멕라렌의 젠슨 버튼이 갑자기 파워를 잃고 턴14에 정지, 완주에 실패했다.


 베텔이 올해 들어 2위를 한 건 처음이다. 하지만 루이스 해밀턴보다 기쁜 사람이 또 있을까? 그는 네 차례 연속해서 우승했던 시즌 초반 모나코 GP에서 놓친 드라이버 챔피언쉽 선두를 8경기 만에 탈환했다. 그러나 서로 대결을 펼쳐 이긴 게 아니라 마치 러시안룰렛을 하듯 예고 없이 발생하는 W05의 신뢰성 문제로 얻은 것이란 점에서 해밀턴으로서도 뒷맛이 씁쓸한 승리다.


 이제 포뮬러 원은 시즌 15차전 경기가 열리는 일본으로 향한다. 스즈카에서 열리는 일본 GP 일요일 결승 레이스는 한국시간으로 5일 15시에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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