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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SPORT

[2014 F1] 11차전 헝가리 GP 결승 레이스 - 리카르도 드라마의 주인공에! 알론소 2위





 2014 FIA 포뮬러 원 시즌 11차전 그랑프리 헝가리 GP에서 레드불 드라이버 다니엘 리카르도가 극적으로 우승했다.

 세이프티 카의 출동이 리카르도에게 큰 기회가 되었다. 반대로 이 세이프티 카가 로스버그에게는 독으로 작용했다. 로스버그는 레이스 마지막 바퀴에 팀 동료 루이스 해밀턴과 챔피언쉽 경쟁의 단면을 보는 듯한 치열한 전투를 벌였고, 해밀턴에게 가로 막혀 시상대 입상에 실패했다. 레이스 2위는 도박을 감행한 페라리의 페르난도 알론소가 차지, 3위는 루이스 해밀턴이 했다.

 이번 시즌 11번째 결승 레이스에서는 현재 드라이버 챔피언쉽을 선도하고 있는 니코 로스버그가 디펜딩 4연속 챔피언 세바스찬 베텔(레드불)과 나란히 스타팅 그리드 맨 첫 줄에서 출발했다. 그 뒤에서 보타스(윌리암스)와 리카르도(레드불), 전 페라리 팀 동료 알론소(페라리)와 마사(윌리암스)가 나란히 출발했다.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에 헝가로링에는 잔뜩 비가 퍼부어 흠뻑 젖어있었다. 포메이션 랩이 시작될 때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도 모든 머신이 인터미디에이트 타이어로 서킷을 돈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비는 그쳤지만 서킷의 일부가 아직 미끄러워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예선에서 화재를 겪은 루이스 해밀턴(메르세데스)은 피트레인에서 출발, 예선에서 충돌 사고로 머신에 큰 손상을 입은 케빈 마그누센(멕라렌)도 피트레인에서 출발했다. 토로 로소 드라이버 대닐 키바트가 시동이 꺼져 포메이션 랩을 출발하지 못해 피트레인에서 출발했다.

 첫 코너에서 큰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딱히 사고는 없었다. 하지만 2위에서 출발한 베텔이 로스버그 머신 뒤에서 솟구쳐 오른 물보라에 시야가 가려 두 번째 코너로 향하며 보타스(윌리암스)와 알론소(페라리)에게 추월당하고 말았다. 곧바로 알론소를 추월 한 계단 만회했지만 보타스는 쉽게 추월하지 못했다. DRS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피트레인에서 출발한 해밀턴(메르세데스)이 턴2에서 미끄러져, 어수선한 오프닝 랩에서 순위를 크게 올리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한편 16위에서 출발했던 라이코넨(페라리)은 13위로 점프했다. 보타스를 사이에 끼고 3위 베텔(레드불)과 선두 로스버그(메르세데스)의 차이가 5랩에 8초대까지 벌어졌다.

 트랙은 생각보다 더디게 말라갔다. 그런 생각이 들 때쯤 세이프티 카가 투입되었다. 70바퀴의 레이스가 9바퀴째에 돌입했을 때였다. 케이터햄 드라이버 마커스 에릭슨이 턴3에서 미끄러져 크게 충돌한 것이다. 세이프티 카가 들어온 틈에 대부분의 드라이버들이 피트인해 슬릭 타이어로 교체했다. 하지만 멕라렌의 두 드라이버는 인터미디에이트 타이어를 유지했다.





 불운하게도 상위 4위 드라이버 로스버그(메르세데스), 보타스(윌리암스), 베텔(레드불), 알론소(페라리)가 피트스톱 타이밍이 맞지 않아, 리카르도(레드불), 버튼(멕라렌), 마사(윌리암스), 마그누센(멕라렌), 로스버그(메르세데스), 베르뉴(토로 로소), 베텔(레드불)이 세이프티 카 뒤로 자리를 잡았다. 리카르도도 피트인한 상황이었다. 한순간에 보타스(윌리암스)는 2위에서 11위로 떨어졌다. 세이프티 카가 아직 들어가지 않은 상황에서 턴3에서 또 사고가 났다. 이번엔 로맹 그로장(로터스)이었다.

 계속해서 세이프티 카가 대열을 선도하는 상황에서 로스버그의 머신 뒤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피트월에선 로스버그에게 브레이크 사용을 자제하라고 당부했지만, 이미 여러 차례 노출된 신뢰성 문제 때문에 로스버그가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할 수도 있단 깊은 우려가 들었다.

 13/70랩에 세이프티 카가 철수하고 레이스가 재개되었다. 인터미디에이트 타이어에서 오히려 젠슨 버튼(멕라렌)이 그립을 찾아, 리카르도를 추월하고 선두로 부상했다. 뒤에서는 니코 로스버그가 마찬가지로 인터미디에이트 타이어를 신은 케빈 마그누센을 추월하려했지만 그립 열세에 추월에 실패하는 진귀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이런 장면이 계속됐다. 폴 포지션에서 출발했던 로스버그(메르세데스) 바로 뒤에 피트레인에서 출발했던 해밀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밀턴도 리카르도처럼 첫 피트스톱에서 순위를 크게 끌어올린 터였다. 브레이크 문제 때문인지, 단순히 정체 현상 탓만이라고 보기는 힘든 페이스 저하로 로스버그가 고전하는 듯 보였다. 단적으로, 로스버그는 DRS 구간이기도 한 피트스트레이트에서 베르뉴의 토로 로소 머신을 추월하려했지만, 턴1에서 바퀴가 크게 잠기며 추월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식으로 추월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인터미디에이트 타이어를 신은 멕라렌 머신 두 대가 슬릭 타이어로 교체하러 피트인하면서 다니엘 리카르도(레드불)가 레이스 선두가 되었다. 그리고 마사(윌리암스)와 알론소(페라리)가 2위와 3위로 이어졌다. 그 뒤로 베르뉴, 로스버그, 베텔, 해밀턴이 계속되었다.

 20/70랩, 로스버그(메르세데스)와 베텔(레드불), 해밀턴(메르세데스)이 DRS 거리에서 서로를 견제하며 달리고 있었다. 해밀턴은 몇 차례나 베텔 추월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다 무전으로 브레이크 과열에 주의하란 경고를 받았다. 수난의 연속이었다. 안 그래도 추월이 쉽지 않은 헝가로링에서 메르세데스 머신의 나약함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16랩에 훌켄버그가 포스인디아 팀 동료 페레즈와 충돌해 리타이어했었는데, 23랩에는 페레즈마저 마지막 코너를 빠져나오다 버라이어티하게 미끄러져 콘크리트로 된 피트월에 충돌, 사방에 파편을 흩뿌려 결국 또 다시 세이프티 카가 투입되었다.
 
 이 순간을 기회 삼아 리카르도(레드불)가 피트인했다 6위로 나왔다. 2위 마사(윌리암스)도 피트인했고, 마사의 윌리암스 팀 동료 보타스도 피트인했다. 리카르도는 소프트 컴파운드 타이어로 교체했지만 두 윌리암스 드라이버가 모는 머신에는 미디엄 타이어가 신겨져있었다. 3위를 달리던 알론소(페라리)가 피트인하지 않고 레이스의 새로운 선두가 되었다. 베르뉴(토로 로소)가 2위, 로스버그(메르세데스)가 3위가 되었다. 피트인하지 않은 베텔, 해밀턴이 그 뒤를 달렸다.

 27랩에 레이스가 재개되었는데, 그 사이 코바야시(케이터햄)까지 리타이어해버려 레이스가 중반을 지나기도 전에 다섯 대의 머신이 트랙에서 자취를 감췄다. 해밀턴은 베텔 추월에 고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 타이어로 갈아 신은 리카르도의 공격을 해밀턴이 막아낼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리카르도는 해밀턴 바로 뒤에서 달리고 있었다. 33랩에 로스버그(메르세데스)가 피트인했다. 여기에 시선이 쏠린 사이, 피트스트레이트에서 세바스찬 베텔(레드불)이 페레즈와 유사한 형태로 사고날 뻔한 아찔한 위기를 간신히 피했다. 마지막 코너를 빠져나오다 라인을 크게 그리면서 젖은 인조 잔디를 밟은 게 화근이었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피트월을 향해 크게 원을 그리며 미끄러졌고,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트월에 충돌하는 사태는 면했지만 7위로 순위를 떨어뜨리고 타이어에 큰 손상도 입었다. 그렇게 베텔은 34랩에 피트인했다. 영화 같은 장면이었지만, 그 대가는 너무 뼈아팠다. 이 사고만 없었다면 시상대 입상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베르뉴를 좀처럼 추월하지 못하고 애를 태우던 해밀턴이 간신히 2위로 올라섰다. 코너 바깥쪽 라인을 타고 굉장히 인상 깊은 동작으로 추월을 성공시켰다. 베르뉴와 로스버그가 피트인하면서 선두 알론소(페라리) 뒤로 해밀턴(메르세데스)이 2위가 되었고, 리카르도(레드불)가 3위가 되었다. 39랩에 알론소가 소프트에서 소프트 타이어로 교체하고 팀 동료 라이코넨 뒤 5위로 나왔다. 이제 레이스의 선두는 해밀턴이 되었지만 곧 피트인해버려 다시 리카르도가 레이스 선두를 되찾았다. 그 뒤로 마사(윌리암스)가 2위, 라이코넨과 알론소 두 페라리 드라이버가 3위와 4위를 달렸다. 라이코넨은 42랩에 피트인하고 베텔 바로 앞 7위로 나왔다.

 해밀턴과 로스버그는 이전과 같은 압도적 페이스를 나타내지 못했다. 레이스 종료 20바퀴를 남겨놓고 둘은 3위와 4위를 달렸다. 그들 앞엔 리카르도(레드불)와 알론소(페라리) 뿐이었다. 해밀턴과 로스버그는 타이어 전략이 달랐다. 그래서 팀은 해밀턴에게 로스버그에게 한 번 더 피트스톱이 남아있으니 “잡아두지 마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해밀턴의 반응이 무척 궁금했다.

 그러나 로스버그의 페이스는 해밀턴을 추월하기에 충분하지 않아 보였다. 메르세데스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사이, 선두를 달리리카르도(레드불)가 타이어 성능 저하를 겪고 55랩에 피트인했다. 리카르도가 피트를 빠져나오기 전에 알론소(페라리), 해밀턴(메르세데스), 로스버그(메르세데스)가 그 옆을 지나쳤다. 로스버그는 결국 해밀턴을 추월하지 못한 상태에서 마지막 피트스톱을 했다. 57랩/70랩에 피트인했고 라이코넨과 마사 사이 7위로 나왔다.

 10바퀴 이상 레이스가 남은 상황에서 해밀턴이 2위를 달리고 있었고, 선두 알론소와 해밀턴은 3초 정도 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로스버그는 우승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에서 라이코넨 추월에 박차를 가했다. 라이코넨 앞에는 마사가 있었는데, 60랩 턴1에서 로스버그가 추월을 시도한 때 마사에게 길이 막혀 라이코넨은 5위 포지션을 켜내지 못했다. 로스버그의 다음 타겟은 마사였고, 곧바로 61랩 피트스트레이트 끝 턴1에서 로스버그는 비교적 쉽게 추월에 성공하고 4위로 올라섰다.

 선두그룹의 열기도 뜨거웠다. 4위 로스버그로부터 20초 이상 앞을 달리고 있던 선두그룹은 알론소(페라리)를 비롯해 기사회생한 해밀턴(메르세데스), 그리고 리카르도(레드불)가 모두 테일-투-노즈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모두 DRS 사정권 안에 들어가 있었다.

 헝가로링은 추월을 쉽게 용인하지 않았다. 속도가 붙으려하면 곧 코너가 나왔고 피트스트레이트는 조금 짧았다.

 65랩, 알론소를 향해 압박 수위를 높여가던 해밀턴 뒤에서 리카르도(레드불)가 턴2 바깥쪽으로 다이빙을 시도했다. 이 시도는 불발로 돌아갔다. 67랩 턴2에서 리카르도가 다시 추월을 시도했다. 실패할 듯 보였지만 속도를 줄이지 않고 바깥쪽 라인을 고수해 결국 추월을 성사시켰다. 그리고 68랩 턴1에서 알론소까지 추월, 레이스 선두가 되었다. 레드불과 메르세데스가 머신이 뒤바뀐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리카르도는 빨랐다.

 68/70랩, 해밀턴의 미러에 로스버그의 머신이 들어왔다. 다급해진 해밀턴은 알론소를 추월하려했지만 좀처럼 공간을 찾을 수 없었다. 특히 그립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 사이 로스버그가 해밀턴 뒤에 바짝 따라붙었다. 이미 30바퀴 이상 달린 타이어로 알론소도 고전하고 있었고 해밀턴도 제 페이스를 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것은 54랩에 마지막 피트스톱을 한 리카르도가 경쟁자들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던 비밀이기도 했다.

2014 F1 11차전 헝가리 GP 챔피언쉽 포인트
1 니코 로스버그2021메르세데스393
2 루이스 해밀턴1912레드불219
3 다니엘 리카르도1313▲페라리142
4 페르난도 알론소1154▼윌리암스135
5 발테리 보타스955포스인디아98
6 세바스찬 베텔886멕라렌97
7 니코 훌켄버그697토로 로소17
8 젠슨 버튼608로터스8
9 ▲펠리페 마사409마루시아2
10 ▼케빈 마그누센3710자우바0

 리카르도는 결국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았다.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가 2위, 루이스 해밀턴(메르세데스)이 피트레인에서 출발하고 오프닝 랩에서 스핀하고도 3위를 하는 또 하나의 명 레이스를 완성했다. 마지막까지 팀 동료와 접전을 펼친 니코 로스버그(메르세데스)는 4위를 해 바로 앞에서 시상대를 놓쳤으며 해밀턴과의 챔피언쉽 포인트 차이는 11점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펠리페 마사(윌리암스)가 5위, 키미 라이코넨(페라리)이 6위, 세바스찬 베텔(레드불)이 마지막 바퀴에 보타스를 추월하고 7위를 했다. 9위는 장-에릭 베르뉴(토로 로소), 10위는 젠슨 버튼(멕라렌)이 했다.

 다니엘 리카르도의 우승은 토로 로소에서 레드불로 승격한 올해에 캐나다 GP에 이어 두 번째로 거둔 것이다. 시상대에 선 것은 지금까지 다섯 번. 이번 레이스에서 리타이어한 머신은 총 6대다.

 이제 F1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더위를 피해 한 달간의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다시 말해,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경쟁력을 레드불이 다른 서킷에서도 나타낼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앞으로 한 달간 가져가야한다. 다음 시즌 12차전 경기가 찾아오는 것은 8월 24일 벨기에서다.


photo. Reuters/AP/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