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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SPORT

[2014 F1] 3차전 바레인 GP 결선 레이스 - 로스버그와 혈투 끝에 해밀턴 2연승

(최종수정 2014년 4월 7일 14시 24분)




 바레인에서 열린 2014년 시즌 3차전 포뮬러 원 경기에서 메르세데스가 두 경기 연속 1-2위를 석권했다. 메르세데스는 세 차례의 프랙티스, 그리고 예선과 결선 레이스에서까지 모두 1-2위를 해 이번 주말을 완전히 지배, 올해 챔피언쉽 우승 가능성을 더욱 확고히 했다. 무적의 함대 메르세데스와 함께 포스인디아 드라이버 세르지오 페레즈가 시상대에 올라, 올해에 F1이 지루해졌다는 비판을 잠재우기에 충분했던 박진감에 고조된 팬들로부터 큰 성원을 받았다.


 5.412km 길이의 서킷을 총 57바퀴 도는 이번 그랑프리에서 메르세데스가 우승할 가능성이 진작부터 유력했다. 그러나 해밀턴과 로스버그 둘 중 누가 우승하게 될지에 관해서는 예측이 쉽지 않았다.


 예선에서 Q3 마지막 주행 때 실수를 한 해밀턴이 3경기 연속 폴을 팀 동료에게 저지당하면서 니코 로스버그가 올해 처음으로 가장 앞에서 레이스를 출발했다.


 하지만 레이스가 시작되자 두 대의 메르세데스 머신이 대열에서 멀리 떨어져 나갔고, 그 맨 앞에 루이스 해밀턴이 있었다. 니코 로스버그는 턴1을 나올 때 이미 2위가 되어있었다.


 메르세데스 뒤에서는 훨씬 혼전이 펼쳐졌다. 그런데 충돌이 의심되는 혼전을 뚫고 윌리암스의 펠리페 마사가 점프 스타트가 의심될 정도의 쏜살같은 속도로 그리드 중간을 뚫고 나가 단숨에 순위를 해밀턴과 로스버그 뒤 3위로 부상시켰다. 오프닝 랩이 막 끝났을 때 페레즈(포스인디아)가 4위를 했고, 그 밖에 보타스(윌리암스), 버튼(멕라렌), 알론소(페라리), 훌켄버그(포스인디아), 라이코넨(페라리), 베텔(레드불)이 나머지 상위 10위를 채웠다.


 토로 로소의 장-에릭 베르뉴가 이 혼전의 오프닝 랩에서 오른쪽 뒤 타이어에 손상을 입고 일찍이 피트인했다. 


 11랩에 윌리암스 드라이버 발테리 보타스가 피트인, 13랩에 9위를 달리던 알론소(페라리)가 피트인했다. 베텔과 수틸 만이 제외된 소프트 타이어 스타터에 포함되었던 보타스와 알론소는 이번에 또 소프트 타이어로 스위치했다. 이후 피트인한 라이코넨(페라리)과 마사(윌리암스)도 소프트 타이어를 선택, 톱5를 달리던 포스인디아의 훌켄버그가 조금 뒤 16랩에 피트인해 마찬가지로 노란띠를 두른 소프트 타이어를 신고 트랙으로 돌아갔다.


 자우바의 에이드리안 수틸이 비앙키(마루시아)와 충돌해 트랙 밖으로 떨어져나간 16랩에 DRS가 작동하지 않아 고전하던 세바스찬 베텔(레드불)이 2014년 새 팀 동료 리카르도에게 압박을 받다 급기야 “다니엘이 너보다 빠르다.”는 무전을 듣기에 이르렀다. 베텔이 먼저 17랩에 피트인하면서(애초에 미디엄 타이어로 출발했던 디펜딩 챔피언은 첫 피트스톱에서 소프트 컴파운드로 타이어를 교환했다.) 둘 사이의 긴장감도 해소되었지만, 레이스 종반에 둘은 다시 맞닥뜨렸다.




 41랩/57랩에 투입된 세이프티 카가 철수한 후, 베텔과 리카르도 레드불 듀오는 5위와 6위에서 나란히 포스인디아 듀오를 추격했다. 하지만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아 간격이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자 오히려 리카르도가 베텔에 서서히 접근하기 시작하더니 피트 스트레이트에서의 추력을 이용해 턴1에서 리카르도가 추월에 성공했고 둘은 각각 4위와 6위로 경기를 마쳤다. 리카르도에게 추월 당한 직후 베텔은 무전으로 직선주로에서의 스피드 부족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번 바레인 GP 우승은 해밀턴과 로스버그 두 사람 만이 다퉜다. 명백히 팀 오더는 없었다. 18랩에 2위 로스버그가 첫 번째 코너에서 안쪽을 파고들어 충돌을 의식해 한발 물러선 해밀턴을 제지하고 선두로 올라섰다. 그러나 바짝 약이 오른 해밀턴은 턴4에서 바로 역공을 펼쳐 스릴 넘치는 휠-투-휠 전투를 끌고 간 끝에 멋지게 선두를 탈환했다.


 한 바탕 전투를 치른 해밀턴은 20랩에 피트인해 소프트 컴파운드로 타이어를 교체했고, 팀 동료가 사라진 틈에 페이스를 높이던 로스버그는 22랩에 피트인해 해밀턴과 다른 미디엄 타이어를 신고 레이스를 속개했다.


 두 메르세데스 드라이버의 전투는 41랩에 투입된 세이프티 카가 트랙에서 빠져나간 뒤 다시 불꽃을 튀겼다. 세이프티 카가 도입된 틈에 피트인했던 두 사람은 이번에는 정반대로 해밀턴이 미디엄을 로스버그가 소프트로 타이어를 교환했다. 앞서서 소프트 타이어를 신고 갭을 쌓아갔던 해밀턴의 입장에서는 세이프티 카의 등장이 전혀 반가운 뉴스가 아니었다.


 상황이 해제되고 턴1을 먼저 돌아나간 해밀턴은 턴4에서 로스버그에게 전투를 신청 받았다. 하지만 로스버그가 트랙을 살짝 벗어나며 스로틀을 완화한 사이 해밀턴이 저만치 앞서 나갔다. 레이스 종료를 5바퀴 남겨두고 다시 맞붙어 이번엔 로스버그가 추월에 성공하는 듯 했으나 해밀턴의 감각적인 반격에 금방 다시 제자리가 되기 일쑤였다.


 결국 손에 땀을 쥐게 한 두 사람의 경쟁은 해밀턴의 승리로 끝났다. 해밀턴은 로스버그에 1.0초 앞서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았다.


 한편 이번 그랑프리는 멕라렌 드라이버 젠슨 버튼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역대 F1 드라이버 가운데 다섯 번째로 250번째 그랑프리를 맞이한 것이다. 하지만 2009년 월드 챔피언 젠슨 버튼은 57바퀴의 레이스가 끝나기까지 두 바퀴 정도 남은 상황에서 페이스가 크게 저하되더니 리타이어했다. 41랩 세이프티 카 도입 직후 케빈 마그누센도 리타이어했기 때문에 멕라렌은 2006년 이후 처음으로 더블 리타이어를 겪었다.


 총 57바퀴의 레이스가 21바퀴께를 지날 때 상위 10명의 드라이버가 몬 머신은 34% 가량의 연료를 사용했다. 그만큼 머신도 가벼워져, 전투의 열기도 뜨거워졌다.


 레이스 중반 3위 포지션을 두고 윌리암스와 포스인디아 머신이 격돌했다. 페레즈(포스인디아)와 훌켄버그(포스인디아)의 압박에 마사(윌리암스)가 5위로 추락했다. 35랩에는 알론소(페라리)가 페레즈의 포스인디아 머신에 힘을 쓰지 못하고 6위 포지션을 내줬다. 이것으로 해밀턴(메르세데스), 로스버그(메르세데스), 보타스(윌리암스), 마사(윌리암스), 페레즈(포스인디아)로 이어진 상위 5위가 모두 메르세데스 엔진 머신들로 채워졌다. DR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고전하던 베텔은 이 시기에 10위를 달렸다. DRS는 정상으로 돌아온 듯 보였다.


 41랩에 세이프티 카가 출동한 원인은 말도나도와 구티에레즈 간에 일어난 사고 때문이었다. 처음엔 턴1과 턴2 사이 트랙 밖에 구티에레즈의 자우바 머신이 널브러져있는 장면 밖에 목격되지 않았지만, 리플레이 화면으로 생각보다 심각했던 당시 사고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턴1을 향해 말도나도가 거의 다이빙하다시피 해, 옆구리를 가격 당한 자우바 머신이 공중으로 튕겨져올라 회전하며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말도나도는 계속해서 레이스를 할 수 있었지만 이 사고로 패널티를 받았고 구티에레즈는 다행히 부상을 입지 않았다.


 결국 메르세데스 워크스 머신을 몬 해밀턴, 로스버그와 함께 메르세데스 엔진 머신을 몬 포스인디아 드라이버 세르지오 페레즈가 시상대를 채웠다. 2012년 말레이시아와 캐나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시상대에 올랐던 페레즈는 리카르도의 추격을 0.4초 차로 제지하고 F1에서의 네 번째 포디엄 피니쉬를 달성했다. 포스인디아에게 있어서는 2009년 이후 첫 포디엄 피니쉬다.


 루이스 해밀턴의 우승은 올해로 2연승째. 또, 니코 로스버그가 2위를 해 메르세데스가 두 경기 연속 1-2위를 했다. 앞으로 이들이 또 어떤 진기록을 쓸지 내심 궁금해진다.


2014 F1 3차전 바레인 GP 챔피언쉽 포인트
1 니코 로스버그611메르세데스111
2 루이스 해밀턴502▲포스인디아44
3 ▲니코 훌켄버그283▼멕라렌43
4 ▼페르난도 알론소264▲레드불35
5 ▼젠슨 버튼235▼페라리33
6 ▲세바스찬 베텔236▼윌리암스30
7 ▼케빈 마그누센207토로 로소7
8 발테리 보타스188▲로터스0
9 ▲세르지오 페레즈169▼자우바0
10 ▲다니엘 리카르도

12

10▲마루시아0

 메르세데스 엔진이 석권한 시상대 너머에서는 이번에 더욱 주가가 높아진 레드불의 다니엘 리카르도가 13번째 그리드에서 출발해 4위로 완주했고, 포스인디아의 니코 훌켄버그가 높은 경쟁력을 뽐내며 5위, 레드불의 세바스찬 베텔이 고전을 거듭한 끝에 6위, 윌리암스의 펠리페 마사와 발테리 보타스는 높은 타이어 마모로 3스톱을 강요 받아 7위와 8위를 했으며, 페라리의 페르난도 알론소와 키미 라이코넨이 전혀 만족스럽지 못한 9위와 10위를 했다.


 한편 충돌 사고를 일으켜 레이스 도중 10초 스톱 앤 고 패널티를 받았던 패스터 말도나도가 그 밖에도 슈퍼 라이센스 벌점 3점과 다음 중국 경기 5그리드 강등 패널티까지 받았다. 포뮬러 원 2014년 시즌 4차전 경기는 2주 후 4월 18일부터 중국에서 시작된다.


photo. Reu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