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승이던 대형 SUV가 4인승이 되었고, 1억 6천 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던 고급 벤츠 SUV가
4억원을 줘야 구입할 수 있는 몸값으로 훌쩍 뛰어버렸다. 그런데도 이 SUV를 구입할 사람이
있을까?
올해 3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발표된 '칼슨 아이그너 CK55 RS 라스카스'는 속칭 '울트라
-럭셔리 SUV'라 불린다. 독일 명품 액세서리 브랜드 에띠엔느 아이그너와 독일 튜너 칼슨이 만나
제작한 'CL-클래스', 'S-클래스' 이후 3번째 작품이면서, SUV로는 처음으로 제작된 'CK55 RS
라스카스'는 무려 456마력을 발휘한다.
'GL 500'에 탑재된 배기량 5.5리터 DOHC V8 엔진이 원래 388ps(382hp)였다는 점을 감안
한다면 456ps(450hp)는 꽤 강력해진 수치다. 출력 상승은 엔진 컨트롤 유닛을 재조정하며 얻어
냈지만, 이것 만으론 버거웠던 엔진은 실린더 헤드, 하이-리프트 캠샤프트, 이그저스트 교체로
보강해 54kg-m(530Nm)였던 토크를 20% 향상된 65.3kg-m(640Nm)까지 끌어 올렸고, 'GL
500'의 6.5초 제로백(시속 0-100km)을 5.9초로 단축시키는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단번에 시선을 압도하는 이 울트라-럭셔리 SUV의 고품격 외장 스타일은 '벤츠' 엠블럼 만으로도
그 가치가 충분히 설명되는 'GL-클래스' 위에 '보르도 루즈 다크 레드 쉐이드'라는 장황한 이름의
컬러를 투톤으로 칠해 마이바흐 SUV를 연상케하는 고귀함을 완성했다.
익스테리어와 동일한 색상 테마로 꾸며진 인테리어는 구멍이 송송 뚫린 소프트워크-나파 가죽과
목재, 알칸타라로 장식되어 있다. 이 3가지 소재는 스티어링 휠에도 사용되며 그 가운데에는
'아이그너' 로고가 새겨져 있어, 평소 아이그너를 흠모했던 오너라면 더더욱 'CK55 RS 라스카스'
에게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콘솔이 가로 지르는 리어 시트는 철저한 2인승 독립 공간으로 꾸며졌다.
원래 어린 자녀들의 통학을 배려했던 'GL-클래스'의 가식적인 배려심은 제거되었고, 프론트 시트
뒤에 부착된 8인치 모니터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며 곁들일 수 있는 칼슨-아이그너 수제 컵과
냉장고를 설치했다.
5.5 V8 엔진을 덮고 있는 본네트에는 2개의 파워 돔을 추가로 설치하고 에어 벤트를 뚫어, 냉각
성능과 스타일 두가지 면을 만족시켰다.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휠 아치 사이로 강렬한 인상을
내포하고 있는 선명한 크롬 그릴과 거대한 말이 뛰노는 '칼슨' 엠블럼, 그리고 LED 데이타임 러닝
라이트가 왠만한 완성차 수준의 퀄리티를 뽐낸다.
23인치 고광택 휠로 자신감을 드러내는 그야말로 '울트라-럭셔리 SUV'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칼슨 아이그너 CK55 RS 라스카스'는 다소 부담스러운 22만 8천 500유로(약 3억 9천 300
만원)에 판매되지만, 20대만 한정 생산해 독자적인 가치를 더욱 극대화시켰다.
물론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스포츠 GT S'를 사고 'BMW M3'를 한 대 더 사도 수천 만원이
남는 금액이지만 또 모르는 거다. 전세계 인구가 60억명이 넘는데 20대 안 팔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