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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SPORT

[2016 F1] 최종전 아부다비 GP 결선 레이스 - 해밀턴 우승, 하지만 타이틀은 니코의 품에

사진/Formula1.com



 사상 최다 21경기로 구성된 2016 F1 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아부다비 GP에서 결국 메르세데스의 디펜딩 챔피언 루이스 해밀턴이 4경기 연속 폴-투-윈 달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레이스 후반에 페라리와 레드불에게 강한 압박을 받았던 니코 로스버그가 그것을 이겨내고 2위 시상대를 밟는데 성공하면서, 2016 월드 챔피언 타이틀은 니코 로스버그에게 돌아갔다.


 루이스 해밀턴은 최근 세 경기에서 연속해서 폴-투-윈을 획득했었다. 그리고 이번에 그는 또 한 번 폴-투-윈을 달성했다.




 이번 레이스 폴 시터였던 해밀턴은 과거 팬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던 ‘풀 스타트(poor start)’ 없이 부드럽게 레이스를 스타트하는데 성공했으며, 그 뒤를 로스버그가 얌전하게 뒤쫓았다. 스타트가 더 빨랐던 키미 라이코넨(페라리)이 턴1 진입 전에 다니엘 리카르도(레드불)를 추월하고 3위로 부상했고, 6위에서 출발했던 맥스 페르스타펜(레드불)이 턴1을 돌다 니코 훌켄버그의 포스인디아 머신과 충돌해 스핀에 빠져 거의 맨 뒤로 추락하고 말았다.


 2위 로스버그를 1.5초 앞에서 이끌던 루이스 해밀턴이 7랩에 첫 번째 피트스톱을 해 울트라소프트 타이어를 소프트 타이어로 교체했다. 바로 뒤따라 피트인한 키미 라이코넨(페라리)이 피트레인에서 완전히 옆을 지나갈 때까지 잠깐 동안 피트박스에 정차해있느라 해밀턴은 트랙으로 복귀하는데 살짝 지체되고 말았다. 이것은 챔피언쉽 경쟁자인 로스버그에게 어드밴티지가 될 수 있었지만, 해밀턴 다음으로 피트인한 로스버그의 경우 또 다른 페라리 드라이버 베텔과 맞닥뜨렸고 심지어 해밀턴보다도 오랜 시간을 피트박스에서 지체했다.


 그로 인해 로스버그는 해밀턴 뒤가 아닌 맥스 페르스타펜이 모는 레드불 머신과 키미 라이코넨이 모는 페라리 머신 사이로 나오게 돼, 메르세데스의 두 타이틀 레이서는 따로 떨어지게 됐다.





 16랩에 선두 해밀턴(메르세데스)은 2위 페르스타펜(레드불)에 2.9초, 3위 로스버그에는 3.8초 앞을 달렸다. 18랩에는 해밀턴과 3위 로스버그의 거리가 4초 이상이 됐고 20랩에는 5초가 넘어갔다.


 그 20랩에 로스버그가 페르스타펜을 상대로 턴8에서 추월을 시도했다. 처음엔 실패한 것 같아 보였지만, 턴9을 더 깔끔하게 빠져나온 로스버그가 거기서 스피드를 얻어 2위 포지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 직후 페르스타펜은 레이스 스타트 타이어인 슈퍼소프트 타이어로 오랫 동안 오프닝 스틴트를 마치고 자신의 첫 피트스톱을 실시했다.


 여기서 라이코넨(페라리)이 3위로 올라섰고, 라이코넨을 시작으로 리카르도(레드불), 베텔(페라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레이스는 중반으로 향했다. 26/55랩, 라이코넨 뒤에서 정체돼있던 다니엘 리카르도가 그들보다 먼저 두 번째 피트스톱을 실시했다. 거기에 대응해 페라리는 라이코넨을 피트스톱 시켰으나, 그가 피트출구를 빠져나왔을 땐 이미 리카르도가 지나가고 난 뒤였다.


 29랩 무렵에는 메르세데스에서 해밀턴과 로스버그가 잇따라 피트인했고, 둘 모두 당시 1스톱 전략이 확실시된 패기 넘치는 10대 레드불 드라이버 앞에서 트랙 포지션을 찾았다. 이제 레이스를 선도하는 것은 세바스찬 베텔(페라리). 그런데 이때부터 해밀턴이 의도적으로 페이스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경쟁자들보다 한참 늦은 38랩에 베텔이 피트인했다. 여기서 공격적으로 슈퍼소프트 타이어로 갈아 신고 팀 동료 키미 라이코넨 뒤 6위로 트랙에 나왔던 그는 레이스 종료를 9랩 남겨둔 46랩에 DRS의 힘을 빌려 리카르도를 추월하고 4위로 올라섰다.


 이때까지도 해밀턴은 계속해서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2위 로스버그, 3위 페르스타펜, 4위 베텔이 꼬리를 물고 달리기 시작했다. 레이스 종료까지 5랩이 남은 상황에서 1위 해밀턴과 4위 베텔의 간격은 2.6초에 불과했다. 여기서 먼저 배틀이 시작된 곳은 페르스타펜과 베텔. 51/55랩 턴11에서 베텔은 3위로 올라서는데 성공한 뒤, 금세 또 로스버그의 미러 안으로 들어갔다.


 이쯤되자 초조함에 빠진 메르세데스의 피트월은 반복해서 선두를 달리는 해밀턴에게 페이스를 올릴 것을 주문했지만, 그는 그것을 거부했다.


 레이스 종료를 2랩 남겨두고 급기야는 베텔과 로스버그가 테일-투-노즈를 이뤘다. 그리고 곧 턴11에서 베텔은 추월을 시도했다. 비록 그것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아직 1랩이 더 남아있어서 DRS 구간과 곧장 연결된 턴8, 그리고 턴11에서 베텔의 추월 시도가 다시 있을 수 있었다. 그것은 해밀턴 또한 원하는 바 였다.


 그러나 결국 베텔은 로스버그를 추월하는데 실패했으며, 그대로 해밀턴이 1위, 로스버그가 2위, 베텔이 3위로 피니쉬 라인을 통과했다. 해밀턴과 로스버그의 기록 차는 불과 0.439초. 로스버그와 베텔은 0.404초 밖에 나지 않았다.


 이번에 해밀턴은 네 경기 연속 폴-투-윈을 달성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드라이버 챔피언쉽에서 팀 동료 니코 로스버그에 챔피언쉽 포인트 5점이 뒤져 4회 챔피언 등극에는 실패했다. 반면 해밀턴이 이번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할 경우 3위 안으로만 들어오면 됐던 니코 로스버그가 2위를 거둠으로써 생애 첫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F1의 33번째 새로운 월드 챔피언이다.


 1982년 월드 챔피언 케케 로스버그의 아들인 니코 로스버그가 챔피언에 등극하면서, F1에는 그레이엄 힐과 데이먼 힐 부자에 이어 두 번째 부자 챔피언이 탄생했다.





 드라이버 챔피언쉽 4위 자리를 맥스 페르스타펜에게 불과 5점 차로 위협 받았던 세바스찬 베텔이 이번에 9월 몬자 이후로 처음으로 시상대에 오르는데 성공하고 끝까지 그 자리를 지켜냈다.


 두 레드불 드라이버 맥스 페르스타펜과 다니엘 리카르도가 이번 레이스에서 나란히 4위와 5위를 했다. 레이스 초반 3위까지도 올라섰던 키미 라이코넨(페라리)은 최종 6위를, 두 포스인디아 드라이버 니코 훌켄버그와 세르지오 페레즈가 7위와 8위, 윌리암스 드라이버 펠리페 마사가 자신의 마지막 F1 그랑프리를 9위로 마쳤다. 그리고 멕라렌 드라이버 페르난도 알론소가 10위를 거뒀다.

 

 이번 레이스에서 리타이어한 드라이버는 총 다섯 명. 토로 로소에서 카를로스 사인스와 다닐 크비야트가 더블 리타이어했고, 멕라렌의 젠슨 버튼과 윌리암스의 발테리 보타스, 르노의 케빈 마그누센도 이번 경기를 완주하는데 실패했다. 자신에게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이번 아부다비 GP를 젠슨 버튼은 레이스 도중 서스펜션이 망가져 아쉬움을 가득 안은 채 마무리했다.


 한편, 이번 아부다비 GP에서 팬 투표로 선정되는 ‘드라이버 오브 더 데이’는 세바스찬 베텔에게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