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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에서 시즌 10번째 라운드로 열린 FIA 포뮬러 원 월드 챔피언쉽에서 페라리의 세바스찬 베텔이 감격의 시즌 두 번째 우승을 거뒀다. 그리고 레드불이 전혀 뜻밖의 더블 포디엄 피니쉬를 달성했다.
스타트에서 페라리의 역습을 받고 1-2위 포지션에서 물러난 메르세데스는 일순간, 어떻게든 가능한 많은 포인트를 확보하기 위한 태세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됐고, 결과적으로 시즌 9경기를 치러 단 한 번 밖에 우승을 놓치지 않았던 독일 팀의 드라이버들은 각각 6위와 8위를 하는데 그쳤다.
파란의 전개는 펠리페 마사로부터 시작됐다. 이번 그랑프리에서는 예외적으로 두 차례 포메이션 랩이 진행됐는데, 펠리페 마사의 윌리암스 머신이 그리드에 똑바로 서지 않아서였다. 우여곡절 끝에 스타트 신호가 떨어지자, 베텔(페라리)이 재빨리 출발해 바깥쪽 좁은 공간으로 파고들어 폴 스타터 해밀턴을 서서히 뒤로 뺐다. 베텔 바로 뒤에서 출발했던 라이코넨(페라리)까지 뒤따라서 앞으로 치고 나와, 턴1에서는 베텔이 선두가 되었고 턴2에서는 라이코넨이 2위가 되었다. 메르세데스의 1-2에서 페라리의 1-2로 단 두 코너만에 뒤집힌 것이다.
다급해진 해밀턴이 오프닝 랩 턴6에서 로스버그의 머신에 떠밀려 코스를 벗어났다. 그 여파로 10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오프닝 랩이 종료됐을 때, 상위 10위는 베텔(페라리), 라이코넨(페라리), 로스버그(메르세데스), 보타스(윌리암스), 키바트(레드불), 훌켄버그(포스인디아), 리카르도(레드불), 페레즈(포스인디아), 마사(윌리암스), 해밀턴(메르세데스) 순이 돼있었다.
한순간에 폴에서 10위가 된 해밀턴(메르세데스)은 브라질인 베테랑 드라이버가 모는 윌리암스 머신 뒤에서 갇힌 형국이 됐다. 선두 베텔에게 25초 이상 뒤쳐져버린 그는 10랩에서야 턴1에서 타이어를 부비며 마사를 추월하는데 성공했다.
15랩 부근에 중하위귄 드라이버들이 피트인하기 시작하면서, 한명 한명씩 차근차근 추월하던 해밀턴(메르세데스)이 5위가 됐다.
선두그룹에서 루이스 해밀턴이 먼저 피트인, 그 다음에 로스버그가 피트인했다. 영국인은 소프트 컴파운드, 독일인은 미디엄 컴파운드 타이어로 두 번째 스틴트를 열었다. 22랩에 페라리에서 세바스찬 베텔이 타이어를 소프트 컴파운드로 교체하고 다시 선두로, 23랩에 라이코넨이 카메라가 떨어진 상황에도 노우즈 콘 교체 없이 타이어만 (소프트로) 교체하고 다시 2위로 트랙으로 돌아갔다.
마사(윌리암스)가 스타트 때 문제로 5초 패널티를 받은데 이어, 완만한 턴1에서 페레즈의 후방 서스펜션을 망가뜨린 패스터 말도나도(로터스)가 드라이브-스루 패널티를 받았는데, 말도나도는 나중에 피트레인 과속과 세이프티 카 상황에서의 추월로 두 차례 더 패널티를 받는 진기록을 낳았다.
32/69랩, 베텔은 페라리 팀 동료 라이코넨을 7초 선도, 라이코넨과 로스버그(메르세데스)는 13초, 로스버그와 해밀턴(메르세데스)은 12초 간격으로 달리고 있었다. 이때 소프트 타이어를 신고 있었던 해밀턴이 미디엄 타이어로 달리고 있던 로스버그보다 1.5초가 빨랐고, 격차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40랩, 로스버그와 해밀턴의 격차가 5.3초로 좁혀졌다. 이 무렵, 키미 라이코넨의 페라리 머신에 문제가 발생했다. 그는 피트월을 향해 출력 저하를 호소했고, 잠시 후 그는 페르난도 알론소의 멕라렌 머신에도 추월당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몸소 증명해보였다. 원인은 MGU-K였다. 안 그래도 페라리는 이번 주말에 신뢰성이 불안해보였다.
43랩, 턴1 정면 타이어 방벽에 포스인디아 머신이 충돌했다. 곧바로 트랙엔 황색기와 함께 버추얼 세이프티 카가 발령되었고, 잠시 뒤 실제 세이프티 카도 투입됐다.
포스인디아 머신의 사고는 단독으로 발생했다. 메인스트레이트를 빠른 속도로 내려오던 중 갑자기 프론트 윙이 주저앉았고, 조종간을 붙잡고 있던 훌켄버그는 제대로 제동을 할 수 없어 방벽에 돌진하고 말았다.
경기 종료를 20바퀴 남겨두고 세이프티 카는 철수됐고, 페라리와 메르세데스 간 간격이 다시 좁혀졌다. 파워유닛 이슈를 안은 라이코넨은 녹색기가 나온 뒤 곧바로 로스버그에게 추월당했다. 라이코넨 만큼이나 큰 문제가 해밀턴에게 발생했다. 리카르도와 나란히 턴1을 돌아나오다 충돌해 프론트 윙에 큰 손상을 입은 것. 리카르도도 머신에 데미지를 입었지만 상대적으로 타격은 적어보였는데, 바로 그 뒤에서 발테리 보타스가 토로 로소 머신의 프론트 윙에 치여 타이어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해
해밀턴은 실제로 페이스가 크게 떨어져, 결국 51랩 끝에 피트인해 프론트 윙과 함께 노우즈를 교체 받았다. 그러면서 순위는 13위로 곤두박질쳤다. 레이스 종료까지 남은 건 16랩. 이때 트랙에서 가장 빠른 건 2위 로스버그(메르세데스)였다.
키미 라이코넨도 다시 한 번 피트인했다. 해밀턴 바로 앞으로 트랙에 복귀한 핀란드인 페라리 드라이버는 피트박스에서 엔진 시동을 다시 걸고 레이스에 재합류한 상황이었는데, 결국 56랩에 리타이어했다.
그 시각 포디엄 순위에서는 베텔(페라리), 로스버그(메르세데스), 리카르도(레드불)가 2초 이내 간격에서 달리고 있었다.
레이스를 5바퀴 남겨두고, 리카르도(레드불)가 턴1에서 로스버그 안쪽으로 다이빙해 들어갔다. 그러나 그것은 다소 무리한 시도였고, 오버슈팅이 되어버리자 로스버그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반격했다. 그런데, 턴1을 빠져나가며 리카르도와 로스버그 머신이 충돌, 프론트 윙에 찍혀 로스버그는 펑크를 당했고 리카르도도 프론트 윙을 크게 다쳤다. 둘 모두 피트인이 불가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결과 베텔, 키바트, 리카르도가 톱3가 됐다. 베텔의 시즌 두 번째 우승은 거의 확실시된 상황이었고, 키바트는 비록 10초 가산 패널티를 안고 있었지만, 레이스가 겨우 두 바퀴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리카르도와는 15초 가까이 거리가 있어 결과가 바뀔 염려는 없었다.
한편, 레이스 종료를 한 바퀴 남겨두고 로스버그는 해밀턴보다 두 계단 뒤 8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대로 레이스는 종료됐다. 세바스찬 베텔은 실버스톤 경기 결과로 큰 낙담에 빠졌던 팀에게 올해 말레이시아 GP 이후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다닐 키바트가 F1 커리어 최초로 시상대에 입상에 성공했다. 그리고 다니엘 리카르도가 3위를 해, 레드불로썬 지난해 싱가포르 GP 이후 처음으로 더블 포디엄 피니쉬를 달성했다.
레이스 결과
그리고 토로 로소의 페르스타펜이 4위를 했고, 멕라렌에서 페르난도 알론소가 5위, 젠슨 버튼이 9위를 해 멕라렌이 더블 포인트 획득에 성공했다. 기진맥진한 레이스를 한 메르세데스에서 루이스 해밀턴이 알론소 뒤 6위, 니코 로스버그가 8위를 했다.
“제정신이 아닌 레이스였습니다.” 리카르도는 말했다. “첫 랩에 이미 접촉이 있었고, 저는 레이스는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루이스와 접촉이 발생했을 때, 레이스는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또 니코와 충돌했습니다. 그렇게 되자, 그냥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줄스에게 이걸 바치고 싶습니다.”
photo. Formu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