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2012 FIA 포뮬러원 월드 챔피언십 13차전 이탈리아 GP가 5.793km 길이의 몬자 서킷에서 개최되었다.
총 53바퀴를 질주한 이날 레이스는 예선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한 루이스 해밀턴과 젠슨 버튼 멕라렌 듀오가 맨 앞 그리드를 점령한 가운데 시작되었다. 원래대로라면 예선에서 인상적인 4위를 한 폴 디 레스타(포스인디아)가 페라리의 펠리페 마사와 나란히 스타팅 그리드 두 번째 열에 서야 했지만, 디 레스타가 기어박스 교체에 따른 5그리드 강등 패널티를 받으면서 마사의 옛 조력자 미하엘 슈마허(메르세데스)가 두 번째 그리드에 섰다. 마사의 팀 메이트이자 챔피언십 선두인 페르난도 알론소는 Q3에서 발생한 머신의 테크니컬 트러블로 예선을 망쳐 10번째 그리드에서 출발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알론소 머신에 생긴 문제는 안티-롤 바 파손이었다.
24대 머신이 선택할 수 있는 타이어는 두 종류. 그 두 종류는 은색 띠를 두른 하드 컴파운드와 흰색 띠를 두른 미디엄 컴파운드 타이어였고, 두 타이어는 피렐리가 현재 F1에 공급하고 있는 타이어 중 내구성이 가장 뛰어난 조합이었다. DRS 구간은 스타트/피니시 라인을 115미터 지난 지점과 턴7을 210미터 지난 지점 총 두 곳.
한국시간으로 9일 21시가 되어 시작된 레이스에서 해밀턴(멕라렌), 마사(페라리), 버튼(멕라렌), 로스버그(메르세데스), 베텔(레드불)이 차례로 첫 번째 시케인을 돌아나갔다. 버튼(멕라렌)이 스타트에서 살짝 지연돼 기회를 잡은 마사(페라리)가 해밀턴의 바깥라인을 공략하며 선두 탈환까지도 노렸었으나, 결말은 실패였다.
첫 번째 시케인에서 우려하던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속으로 질주하다 S자로 굽어진 시케인을 지나기를 반복하는 짓궂은 몬자의 트랙 레이아웃은 촉각을 곤두서게 하는 타이트한 배틀을 끊임없이 끌고 갔다.
해밀턴(멕라렌), 마사(페라리), 버튼(멕라렌), 슈마허(메르세데스), 베텔(레드불), 라이코넨(로터스), 알론소(페라리), 코바야시(자우바), 디 레스타(포스인디아), 세나(윌리암스)가 톱10으로 오프닝 랩을 마쳤다. 초반 3랩을 지나기 전에는 사용할 수 없는 DRS 잠금이 막 풀린 3랩에 해밀턴이 2위 마사와의 간격을 1.4초로 떼어놓았다.
첫 번째 시케인에서 자우바 머신에 진격을 차단당했던 알론소가 이제는 5위 슈마허 뒤에서 호시탐탐 추월을 노렸다. 파라보리카 최종 코너를 빠른 속도로 돌아나와 리어 윙을 열고 슈마허 머신에 접근하기를 수차례, 계속해서 실패를 반복했지만 7랩에 드디어 추월에 성공하고 4위 베텔을 향한 추격을 시작했다.
9랩에 처음으로 황색기가 등장했다. 첫 번째 시케인에서 깊게 제동을 밟은 장-에릭 베르뉴의 토로 로소 머신에서 뒤쪽 서스펜션이 파손돼, 마치 누군가가 뒤에서 잡아당기기라도 하듯 단독으로 회전하며 크게 스핀해 요철에 부딪힌 충격으로 한 차례 날아오른 후 착지, 리타이어했다.
15랩에 선두 해밀턴(멕라렌)이 4.7초 차로 리드를 넓혔다. 여전히 2위와 3위는 마사(페라리)와 버튼(멕라렌). 마사의 랩이 버튼이나 해밀턴과 비교해 빠르지 않아, 16랩이 되었을 때 마사와 버튼의 갭은 고작 1.3초일뿐이었다. 19랩, DRS를 닫고 첫 번째 시케인에서 추월하려했으나 실패한 버튼이 두 번째 시케인을 향해 빠르게 질주하는 턴3와 턴4 사이 직선로에서 마사를 어렵지 않게 추월하고 2위로 부상했다. 이로써 톱3는 해밀턴, 버튼, 마사 순으로 바뀌었다.
바로 다음 랩에 피트인한 마사(페라리)가 3.4초에 미디엄에서 하드 타이어로 교체, 21랩에 함께 피트인했던 베텔(레드불)과 알론소(페라리)가 거의 동시에 피트레인에서 만나 머신의 절반 길이만큼 늦었던 알론소가 베텔 다음으로 피트출구를 벗어났다. 그 사이 아직 피트인을 한 번도 하지 않은 페레즈(자우바)가 방심한 사이 3위로 부상했고, 젠슨 버튼(메라렌)이 23랩에 피트인해 한 계단 하락한 3위로 트랙에 복귀했다. 24랩에 피트인한 해밀턴(멕라렌)이 선두를 지킨 채 다시 트랙에 복귀, 타이어로는 대부분의 머신이 선택한 하드 타이어를 착용했다.
26랩 첫 번째 시케인에서 베텔을 추월하려다 실패한 알론소(페라리)가 완만하게 커브를 그리는 턴3에서 베텔의 왼편으로 침투했다. 그런데 코너 출구 지점을 지나던 베텔이 자연스레 바깥으로 방향을 틀면서 알론소가 그만 피할 곳을 확보하지 못해 잔디 위로 올라서고 말았다. 불안하게 흔들거리면서도 머신을 능숙하게 제어해낸 알론소는 물리적인 사고 없이 무사히 다시 트랙으로 되돌아와 베텔을 향한 추격을 이어갔다. 이 장면은 논쟁의 소지가 될만한 그런 것이었지만, 베텔이 고의적으로 추월하려는 알론소를 밀어낸 것처럼 보이지 않아 스튜어드의 후속 처벌이 없을 가능성이 컸다.
베텔보다 확연히 페이스가 좋았던 알론소가 결국 29랩 두 번째 시케인 부근에서 4위로 순위를 올렸다. 그런데 예상 밖에도 스튜어드가 베텔에게 드라이브-스루 패널티를 내렸다. 예상 밖의 상황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2위를 달리던 버튼이 메커니컬 트러블이 발생했는지 돌연 서행하더니 파라보리카 입구 부근 잔디 위에 머신을 세워버렸다. 지난 주말 우승자의 레이스는 허무하게도 그것으로 끝이었다.
37랩에 페레즈(자우바)가 첫 번째 시케인에서 키미 라이코넨(로터스)을 추월했다. 선전하고 있는 페레즈의 이때 순위는 4위. 곧 이어 로스버그(메르세데스)에게도 추월을 당해 6위로 추락한 라이코넨 뒤로 드라이브-스루 패널티를 이행한 베텔이 서서히 다가왔다.
그 시각 선두권에서는 마사(페라리)를 향해 그의 팀 메이트이자 챔피언십 선두인 알론소가 맹렬히 따라 붙어 40랩 첫 번째 시케인에서 어렵지 않게 팀 메이트를 추월하고 2위로 포지션을 올렸다. 이미 멀찍이 앞서나간 해밀턴는 알론소에 13초 앞서 있었다. 당시 마사는 텔레메트리 송신 장치에 이상이 생겨 레이스 전략을 짜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르지오 페레즈(자우바)가 37랩에 10.6초였던 마사와의 갭을 41랩에 2.5초로 좁혔다. 첫 번째 피트스톱 타이밍을 늦추는 남다른 전략으로 스타트 때 톱14 가운데 유일하게 하드 타이어를 신고 있었던 페레즈는 30랩에 피트인한 후 상위권에서 미디엄 타이어를 착용한 유일한 드라이버가 되었다. 레드불의 무전에서 의미심장한 대화가 오갔다. 베텔 머신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발렌시아에서 문제를 일으켜 우승 트로피를 앗아갔으며, 이번 주 프랙티스에서도 문제를 일으킨 르노의 알터네이터로 의심되었다.
한편 파라보리카 최종 코너에서는 드디어 마사를 추월한 페레즈(자우바)가 3위 포지션을 입수하고 포디엄 피니시를 시야에 넣었다. 앞으로 남은 레이스는 대략 10랩. 거침이 없는 페레즈가 이번에는 아스카리2 코너에서 수월하게 알론소를 추월하고 2위로 올라섰다.
페레즈와 전혀 반대의 상황으로, 베텔(레드불)이 결국 알터네이터로 의심되는 머신 트러블에 의해 홈 스트레이트를 마저 통과하지 못하고 트랙 밖 잔디 위에 머신을 정차시켰다. 베텔의 사정과 관계없이 챌린지가 계속된 트랙에서 이번에는 베텔의 팀 메이트 마크 웨버가 아스카리 코너를 빠져나오다 크게 스핀해 모래 바람을 일으키며 코스를 벗어나고 말았다. 다행히 충돌은 없었지만 타이어에 펑크가 났는지 엔진 회전수를 끝까지 올리지 못하고 서행하며 피트로 향했고, 같은 시각 차고에 머신을 넣은 포스인디아의 니코 훌켄버그와 함께 웨버도 머신을 차고에 넣고 리타이어했다. 레드불의 더블 리타이어다.
페레즈가 선두 해밀턴(멕라렌)을 타깃으로 계속해서 거리를 좁혀갔지만, 이미 충분히 큰 차이를 내고 있었던 해밀턴의 독주를 방해하는 사람은 마지막까지 아무도 없었다. 결국 해밀턴이 여유있게 맨 처음으로 체커기를 받았으며, 예상 밖의 인물 세르지오 페레즈(페라리)가 해밀턴으로부터 4.3초차 2위로 체커기를 받았다. 3위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가 20.5초차로 3위, 펠리페 마사가 알론소에 이어 4위로 도착했다.
키미 라이코넨(로터스)이 르노 엔진 가운데 가장 좋은 5위, 미하엘 슈마허(메르세데스)가 6위, 니코 로스버그(메르세데스)가 레이스 최속 랩 타임을 새기며 7위로 피니시했으며, 폴 디 레스타(포스인디아) 8위, 카무이 코바야시(자우바) 9위, 브루노 세나(윌리암스)가 10위를 했다.
이번 레이스 결과로 페르난도 알론소가 챔피언십 선두를 더욱 넓히게 되었다. 이제 챔피언십 2위는 37점차 루이스 해밀턴이다. 그리고 3위는 해밀턴에 고작 1점차 밖에 나지 않는 키미 라이코넨으로, 레드불은 4위와 5위로 추락했다.
2012 FIA 포뮬러원 월드 챔피언십 14차전 경기는 2주 뒤 9월 21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2012 FIA 포뮬러원 월드 챔피언십 13차전 이탈리아 GP 최종 드라이버/팀 포인트 |
|||||
1 | 페르난도 알론소 | 179 | 1 | 레드불 | 272 |
2 | ▲루이스 해밀턴 | 142 | 2 | 멕라렌 | 243 |
---|---|---|---|---|---|
3 | ▲키미 라이코넨 | 141 | 3 | ▲페라리 | 226 |
4 | ▼세바스찬 베텔 | 140 | 4 | ▼로터스 | 217 |
5 | ▼마크 웨버 | 132 | 5 | 메르세데스 | 126 |
6 | 젠슨 버튼 | 101 | 6 | 자우바 | 100 |
7 | 니코 로스버그 | 83 | 7 | 포스인디아 | 63 |
8 | 로맹 그로장 | 76 | 8 | 윌리암스 | 54 |
9 | 세르지오 페레즈 | 65 | 9 | 토로 로소 | 12 |
10 | ▲펠리페 마사 | 47 | 10 | 케이터햄 |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