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EPA
2012 FIA 포뮬러원 월드 챔피언십 시즌 2차전 말레이시아 GP 결승 레이스가 한국시간으로 25일 일요일 17시에 시작되었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남쪽으로 60km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 5.543km 길이의 세팡 서킷은 17시가 되어서도 건조한 노면을 지켰다. 하지만 묵직한 구름떼가 머리 위를 짓누르고 있어 화창함 따윈 없었고, 드라이버들의 헬멧과 머신, 그리고 카메라 렌즈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점점 늘어났다.
말레이시아 스타팅 그리드는 멕라렌 듀오 루이스 해밀턴과 젠슨 버튼이 개막전에 이어 또 다시 프론트 로우를 점령했고, 작년부터 스타트가 특히 좋았던 메르세데스의 미하엘 슈마허가 3그리드에 나란히 했다. 빗줄기가 점차 굵어지면서 그리드에 정렬한 머신의 대부분이 인터미디에이트 타이어를 착용했지만 유일하게 HRT만이 풀 웨트를 착용하고 있었다.
FIA 레이스 디렉터 찰리 화이팅이 하늘을 주시하기를 몇 차례.. 그러다 예정된 17시에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해밀턴과 버튼이 차례로 턴1을 가장 먼저 돌아나갔다. 그 다음으로 카메라에 포착된 세 번째 머신은 7번째 그리드에서 출발한 로만 그로장의 로터스 머신이었다. 슈마허(메르세데스)가 멕라렌 듀오 바로 뒤 세 번째 그리드에서 출발했지만, 스타트가 좋지 않았던 슈마허는 베텔, 라이코넨, 웨버를 차례로 추월하고 3위로 부상한 그로장에게 속수무책으로 자신의 포지션을 내줬다.
하지만 그로장의 환희는 오래가지 못했다. 좋은 스타트를 끊은 마크 웨버(레드불)에게 추월 당한데 이어 턴4에서 슈마허 머신의 뒷부분에 추돌해 스핀하면서 18위로 전락한 것. 그 바람에 F1 복귀 이후 처음으로 예선 톱3에 올랐던 슈마허마저 졸지에 스핀했고, 슈마허는 13위로 추락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4랩에 스핀한 그로장은 그라벨에 머신이 박혀 리타이어했다.
머신 뒤로 산발하는 물보라가 점차 거대해지자 펠리페 마사(페라리)가 4랩에 피트인해 타이어를 풀 웨트로 교체했다. 2위를 달리던 젠슨 버튼(멕라렌)이 5랩에 피트인, 알론소(페라리)도 뒤따라 피트인해 풀 웨트로 갈아 신었다. 속속 다른 드라이버들도 피트인해 풀 웨트 타이어로 교체, 웨버와 베텔이 차례로 피트인한 레드불의 피트박스가 잠잠해질 때쯤 이번엔 해밀턴(멕라렌)이 피트인했다. 이성을 잃은 날씨가 점점 더 굵은 빗방울을 뿌려대자 결국 7랩에 세이프티 카가 출동하면서 혼전이 계속되었던 트랙이 가까스로 안정되었다.
이때 톱10은 루이스 해밀턴(멕라렌), 젠슨 버튼(멕라렌), 세르지오 페레즈(자우바), 마크 웨버(레드불),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 세바스찬 베텔(레드불), 장-에릭 베르뉴(토로 로소), 펠리페 마사(페라리), 니코 로스버그(메르세데스), 나레인 카티케얀(HRT) 순이었다. 이 중 베르뉴와 카티케얀을 제외한 8명의 드라이버가 모두 한 차례의 피트스톱을 한 상황이었다.
멕라렌의 젠슨 버튼이 마지막 섹터를 빗대어 “호수 같다.”고 표현할 때쯤 적색기가 발동되었다. 레이스 중단이었다. 포메이션 랩에 돌입하기 전 상황으로 시간을 되돌린 듯 머신들은 9랩에 다시 스타트 라인으로 돌아와 정렬했고, 각종 장비를 챙겨든 메카닉들이 담당 머신을 향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이때 세팡의 기온은 26도, 트랙 온도 27도, 습도가 83%였다. 올해에는 4시간 이상 레이스가 진행될 수 없다는 규정이 새롭게 도입돼 자꾸만 시계를 들여다보게 만들었는데, 멕라렌의 예지력이 정확하다면 1시간이 안되어 레이스 재개가 예상되었다.
50분만에 머신들이 다시 엔진에서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대열을 선도하던 세이프티 카가 13랩에 빠지면서 전투에 다시 불이 붙었다. 세이프티 카가 빠진 직후 버튼(멕라렌)이 곧바로 피트인했다. 그리고 팀 메이트로부터 선두를 넘겨받은 해밀턴이 바로 다음 랩에 피트인했다. 그런데 해밀턴(멕라렌)은 피트로 한꺼번에 밀려들어온 트래픽들로 인해 피트박스를 잠시 동안 벗어나지 못했고, 그 바람에 자신보다 늦게 피트인한 알론소(페라리) 뒤로 트랙에 복귀했다.
멕라렌의 불운은 계속되었다. 버튼이 헤어핀에서 HRT 머신을 추월하다 접촉해 프론트 윙이 깨지는 사고로 피트스톱을 강요받으면서 멕라렌은 선두그룹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그것을 페레즈(자우바)가 낚아챘다. 16랩 이후 레이스 선두는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가 된다.
트랙 컨디션이 개선되면서 DRS 사용이 허용되었다. 알론소가 2위 페레즈를 4.3초차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버튼은 충돌 후유증인지 프론트 타이어에 문제를 호소하며 20위에서 고전했다. 로스버그(메르세데스), 베텔(레드불), 라이코넨(로터스)이 4위 포지션을 두고 다툼을 벌인다. 최고속도가 특히 빠른 메르세데스 추월을 노리던 베텔(레드불)은 24랩 피트 스트레이트에서 DRS와 KERS를 동원해 로스버그를 추월하고 4위로 부상했다. 이어 라이코넨(로터스) 역시 DRS와 KERS를 동원해 로스버그를 턴1에서 추월했다.
고전하는 로스버그 추월을 노리던 마사(페라리)가 턴10에서 트랙을 살짝 벗어난 틈을 타 폴 디 레스타(포스인디아)가 마사를 추월했다. 바로 뒤에서 베르뉴(토로 로소)가 바짝 다가섰지만 마사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고, 사이드-바이-사이드를 연출하며 긴박한 전투를 이어가다 DRS로 이점을 잡은 베르뉴가 1대 1 경쟁의 최종 승자가 되었다.
28랩에 선두는 여전히 알론소로, 알론소는 페레즈를 6.1초 리드, 3위 페레즈와 해밀턴 사이에는 8.4초 갭이 벌어졌다. 뒤에서는 페레즈의 자우바 팀 메이트 코바야시가 S자로 꺾이는 턴5와 턴6에서 환상적인 드라이빙으로 슈마허를 바깥으로 추월하고 10위에 등극했다.
총 56랩을 돌게되는 말레이시아 GP가 종반에 들어서면서 머신 뒤로 크게 일던 물보라가 눈에 띄게 잦아들었다. 하지만 앞으로 비가 더 내릴 수 있다는 예보가 있어 슬릭 타이어로 갈아 신는 드라이버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38랩에 알론소와 페레즈의 갭은 2초대까지 떨어졌고, 마모가 심해져 슬릭 타이어가 되어버린 인터미디에이트 타이어가 피트스톱 시점에 다다랐음을 알려온 38랩에 리카르도(토로 로소)가 가장 먼저 미디엄 슬릭 타이어로 교체했다.
비가 더 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음에도 이번에는 마사(페라리)가 미디엄으로 갈아 신었고, 뒤이어 웨버(레드불)가 미디엄 타이어로 교체, 그리고 디 레스타(포스인디아), 세나(윌리암스), 슈마허(메르세데스), 말도나도(윌리암스), 로스버그(메르세데스), 버튼(멕라렌)이 뒤따라 미디엄으로 교체했다. 알론소도 41랩에 미디엄으로 교체했다. 그런데, 인터미디에이트보다 미디엄이 훨씬 빠르다는 데이터가 나온 상황에서 피트스톱을 늦추던 페레즈가 한템포 늦은 피트스톱에서 미디엄이 아닌 하드 타이어를 신고 알론소 뒤 2위로 코스복귀했다.
43랩에 들어 알론소의 리드는 다시 7.1초로 벌어지지만, 44랩에 페레즈가 이것을 5.7초로 좁혔다. 레이스 종료 10랩을 남겨두고 페레즈가 또 다시 최속 타임을 기록하며 알론소와의 갭을 2.3초까지 좁혔다. 그 시각, 뒤에서는 4위를 달리던 베텔(레드불)이 주회지연 HRT 머신을 추월하다 프론트 윙에 접촉해 왼쪽 뒷타이어가 터졌다. 그 바람에 베텔은 예정에 없던 피트스톱을 하느라 12위로 추락했다.
49랩에 페레즈(자우바)가 알론소(페라리)를 상대로 DRS를 쓸 수 있을 정도로 갭이 좁아졌다. 하지만 알론소를 추월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으로 보이고, 결정적으로 50랩 턴13을 와이드하게 탄 페레즈는 트랙을 살짝 벗어나는 중대한 실수를 범해 다시 4초대 갭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레이스 종료를 5랩 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페레즈는 갭을 좁히지 못했고, 혼전이 계속된 말레이시아 GP는 끝내 페르난도 알론소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알론소는 2011년 영국 GP 이후 처음으로 우승을 맛봤다. 인상 깊은 레이스를 보여준 자우바의 세르지오 페레즈가 2위를 차지해 멕시코인 최초로 포디엄에 입상, 폴 시터 루이스 해밀턴이 3위를 차지해 2전 연속 포디엄 입상을 이어갔다.
그 뒤로 마크 웨버(레드불)가 4위, 키미 라이코넨(로터스)이 5위, 브루노 세나(윌리암스) 6위, 페드로 데 라 로사(HRT) 7위, 장-에릭 베르뉴(토로 로소) 8위, 니코 훌켄버그(포스인디아) 9위, 미하엘 슈마허(메르세데스)가 10위를 차지했다. 한편, 최종 랩에 머신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던 말도나도(윌리암스)는 멜버른에 이어 연달아 레이스 종료를 목전에 두고 리타이어했다. 체커기를 앞에 두고 베텔(레드불)이 팀으로부터 머신을 당장 세우라는 지시를 받는 일도 있었다. 어쨌든 베텔은 11위로 피니시 라인을 밟았지만 정확히 레드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2012 F1 포뮬러원 월드 챔피언십 시즌 3차전 그랑프리는 4월 13일부터 15일 일정으로 중국에서 펼쳐진다.
2012 F1 2차전 말레이시아 GP 최종 드라이버/팀 포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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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 ▲페르난도 알론소 | 35 | 1위 | 멕라렌 | 55 |
2위 | ▲루이스 해밀턴 | 30 | 2위 | 레드불 | 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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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 ▼젠슨 버튼 | 25 | 3위 | ▲페라리 | 35 |
4위 | 마크 웨버 | 24 | 4위 | ▼자우바 | 30 |
5위 | 세르지오 페레즈 | 22 | 5위 | 로터스 | 16 |
6위 | ▼세바스찬 베텔 | 18 | 6위 | ▲포스인디아 | 9 |
7위 | 키미 라이코넨 | 16 | 7위 | ▲윌리암스 | 8 |
8위 | ▲브루노 세나 | 8 | 8위 | ▼토로 로소 | 6 |
9위 | ▼카무이 코바야시 | 8 | 9위 | ▼메르세데스 | 1 |
10위 | 폴 디 레스타 | 7 | 10위 | 마루시아 | 0 |